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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청소년?> (공동 편집)

johancafe 2010.04.01 23:07 조회 수 : 2539

[서평] 한겨레 신문

왜 지금, 청소년? - 하자센터가 만들어지기까지
조한혜정·양선영·서동진 엮음


"공략하기보다는 낙후시켜라!"

한국사회 갱생 프로젝트

내 생각에 우리 사회에서 개인에게 상처와 억압을 주고 미래를 절망케 하는 집단의 으뜸은 학교요, 버금은 군대다. 가정에서 남편에게 구타당해 사망하는 여성들의 숫자를 제외하면(이 문제는 통계에 안 잡히므로), 이 두 집단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자살자를 배출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이윤 추구, 사회운동, 지식 생산, 권력 쟁취 등 조직의 목적은 다르더라도 조직 문화는 비슷하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직장, 가족, 공동체 등 거의 모든 조직의 운영 원리와 인간 관계는 학교와 군대를 모델로 삼고 있다.

만일 이런 조직이 있다면 어떨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해야 하는 일도 한다. 나이/성/지역/학력 차별 안 한다. 정보를 나누고 경험을 정보화한다. 내 뒤치다꺼리는 내가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한다. 못 지킬 약속은 안 한다. 구성원 모두가 자기 노동의 지식 생산자가 된다…”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돈을 벌고, 사회운동도 하고, 자아 실현도 한다면 솔깃하지 않은가 <왜, 지금, 청소년-하자센터가 만들어지기까지>(조한혜정 양선영 서동진 엮음·또하나의 문화·2002)는 총 12권으로 예정되어 있는 하자 총서의 첫 열매다. 하자 센터( www.haja.net)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권력자의 언어 ‘하지 말라’와 보통 시민과 주변인의 패배와 냉소의 언어 ‘하지 말래’를 낙후시키기 위한 이름이다.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이다. 하자 센터는 매우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하자는 학교이자 작업장이며 문화 공간이자 쉼터이자 동아리이고,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관공서’이다. 때문에 설립 과정 그 자체가 대안적 사회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 문제, 아니 청소년 존재에 관한 주제를 훨씬 뛰어넘는 이 책은 조금의 과장 없이 경영학에서부터 교육학, 문화 인류학, 탈 식민이론까지 대부분의 인문 사회 과학 주제를 아우르고 있다. 그 동안 우리 사회가 고집해왔던 학문간 경계, 관과 민간의 벽, 세대간 위계와 단절, 이론과 실천의 배타적 경계를 부순다. 이 책은 경험적이면서 이론적이며 거시적이면서 미시적이어서, 청소년기 혹은 우리의 일상 경험을 끌어내어 공감의 눈물을 흘리게도 하지만 그러한 체험을 구조적 차원에서 생각하게 한다.

“라이프 스타일을 바꿈으로서 세상을 바꾼다”, “나답게 살고 부족한 것은 관계로 메우자”, “즐거운 책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곧 한 사회의 역량”… 이 책에는 생각의 발길을 붙잡는 매력적인 언어들이 가득하다. 시민은 없고 ‘국민’과 ‘민중’만이 존재했던 우리 사회의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슬로건을 거부하고 새로운 가치, 새로운 노동, 새로운 인간의 조건을 꿈꾸는 사람들의 열정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 여성학 강사/정희진(2003년 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