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실패박람회 '지성인과의 대화-강연' 요청의 건
캘리포니아로 떠나오기 전날 컨벤션 회사인 비즈허브의 고승후 권재희 님을 동네 그랜드 힐튼 커피숍에서 잠시 만났다.
봄에 행정안전부 주민 참여협업과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나는 '주민 참여협업과'라는 이름이 반가왔다.
한국의 행정부도 이제 들어설대로 들어선 주민없는 건물들이 낭비였음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나는 지성인과의 대화 강연은 할 생각이 없고 좀 다르게 행사를 만들어낸다면 참여하겠다고 했다.
비즈허브에서 행사를 맡게되었고 9월 21,22일에 하는데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해달라고 했다.
나는 일단 세대를 섞은 패널로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내 안의 쪼그라진 할머니"를 이야기하는 이슬아 작가나 최근 <두번째 페미니스트> 책을 낸 서한영교 같은 친구가 초대되어도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노래를 하면 좋겠고 끝나고 다 같이 모여 각자의 스마트폰의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면서 각자의 춤을 추면 좋겠다고 했다. 몸을 망가뜨리지 않는 음식코너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도 많은 청년들이 <실패 성공>의 프레임에 맞추느라 괴롭기짝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 프레임에서 한발 벗어난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패와 성공이라는 개념으로 자신의 삶을 가두지 않는 것, 그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과 조건이 무엇일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입시교육과 관련이 깊다.
내 엄마는 백점 맞지 않으면 우는 언니 때문에 고심을 하다가 백점 맞지 않은 날에는 선물을 주고 칭찬을 해주었다.
나는 손자가 학교가기 전에 "틀려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틀리면서 배우는거야 "라는 동요를 부지런히 가르쳤다.
시험을 유난히 잘 보는 아들에게 누군가가 "너는 참 머리가 좋구나"라고 말하니까
그는 "아니요. 시험보는 요령을 아는 머리가 조금 있을 뿐이예요. 머리 좋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라고 말했다.
시험, 정답, 하나라도 틀리면 끝장이다, 이런 것에 매이면 오히려 인생 끝장난다.
게임으로 해보는 것은 괜찮지만 말이다.
입시를 통한 성공의 망령은 언제쯤이나 사라지게 될까?
실패는 하나의 경험일 뿐이고 실험은 삶을 보다 더 낫게 하기위한 시도이다.
'실패'에 대해 유난히 두려움이 많은 사회,
'실험'에 대해 유난히 거부감이 많은 사회.
삶이 그만큼 어렵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이들은 비빌언덕이 있는 경우이다.
비빌언덕은 두 차원에서 마련이 되어야 하는데 하나는 기본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조건이고 (다행히 기본소득제도로 논의가 되고 있는 중이다.) 다른 하나는 서로에게 기운을 주는 인간관계망이다. 그런 인간관계망은 그간에 가족이 대신해 주었지만 이제 가족은 아니다. 모두가 호모데우스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절한 시점에 탈가족하고 호모데우스로서 서로 소통가능한 관계들이 만나는 유사가족적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가족의 메타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마을이라거나 동네, 부족 같은 말을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행안부의 주민참여협업과에서 고민한 흔적이 기획서에 잘 드러나 있다.
행안부의 시도가 비빌언덕을 만드는 좋은 계기들을 만들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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