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시선 초판본 (이은정 역음, 2012)
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고정희(1948~1991)는 한국시가 중요하게 꼽는 키워드들 위에서 거침없이 행보를 하며 시를 쓴 시인이다. 그의 시는 심장이 뛰고 이성이 향하는 곳으로 결연하게 나아간 벅찬 활보며 궤적이었기 때문에 시인의 박동이 그대로 전해지듯 숨 가쁘게 다가오기도 하고 깊은 자상(刺傷)을 남기듯 고통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시가 열어젖힐 수 있는 모든 문을, 그러나 열어젖히는 순간 범람해 올 격랑을 감당할 수 없어 머뭇거리게 되는 그 불가항력적인 문들을, 고정희는 뜨겁고 의연하게 열어젖혔다. 200자평
‘민중’, ‘여성’, ‘현실’, ‘서정’. 우리 시의 중요한 키워드를 모두 끌어안고 거침없이 나아간 시인이 있다. 바로 고정희다. 현실의 위력 앞에 타협하거나 순응하지 않았으며 일절 패색 없이 새로운 역사에 대한 결기를 염원했다. 기독교와 씻김굿과 무속이 불화 없이 화음으로 공명하고, 거대 담론과 여성의 일상이 상생하며, 엄정한 대결 인식과 넘치는 서정이 한 방향을 향해 담대하게 나아간다. 11권의 시집에서 엄선한 작품 95수를 소개한다. 지은이
고정희(1948∼1991, 본명 고성애)는 전남 해남의 송정리에서 5남 3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20∼30대에는 전남에서 지역지의 기자로 활동하고 문학동인 활동 및 YWCA 간사를 지냈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한국신학대학을 다녔으며(1975∼1979), 1975년 박남수 시인의 추천으로 <연가>, <부활 그 이후>로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1979년 <목요시> 동인(허형만, 김준태, 장효문, 송수권, 국효문 등) 및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로 활동했다. 그해 첫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1979)를 출간했고, 이후 1∼2년마다 빠짐없이 시집을 출간하면서 활발하게 시작 활동을 하고 시적 인식을 실천에 옮기는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제2시집 ≪실락원 기행≫(1981)을 펴낼 당시에는 기독교문사에서 근무했으며, 제3시집 ≪초혼제≫과 제4시집 ≪이 시대의 아벨≫(1983)을 같은 해에 출간했는데 이 중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에서 억울하게 죽어 간 민중의 넋을 기리는 장시를 담은 시집 ≪초혼제≫로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즈음 크리스챤아카데미 출판간사 일을 하는 한편 <또하나의문화> 창간 동인으로 여성문화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장으로 일했다. 제5시집 ≪눈물꽃≫(1986)을 펴내고 이어서 1987년에는 <또하나의문화>에서 펴낸 동인지 ≪여성해방의 문학≫에 <우리 봇물을 트자>라는 권두시를 실으면서 여성문화운동의 핵심적인 역할에 들어서서 체계적인 활동을 했다. 이 시기에 제6시집 ≪지리산의 봄≫(1987)을 펴내고 1988년에는 ≪여성신문≫의 초대 주간을 맡았다. 제7시집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1989)와 제8시집 ≪광주의 눈물비≫(1990)를 연이어 펴낸 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식민지 경험을 겪은 국가의 예술가 워크숍에 참여하고 돌아와 제9시집 ≪여성해방출사표≫(1990)와 제10시집 ≪아름다운 사람 하나≫(1991)를 이어서 출간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운데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가족법개정운동사≫를 편집 제작하는 등 현실의 삶에서 인식을 실천하는 일에 매진했다. 1991년 6월, 지리산 등반 도중 뱀사골에서 사고로 43세의 삶을 마감했다. 이듬해 유고시집인 제11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1992)가 출간되었다. 엮은이
이은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은 김춘수와 김수영 시학을 대비적으로 분석해 한국 모더니즘시의 구도를 밝힌 연구다. 한국 현대시에 관한 저서로 ≪현대시학의 두 구도-김춘수와 김수영≫(1999), ≪김수영 혹은 시적 양심≫(2006), ≪공감-시로 읽는 삶의 풍경≫(2007, 공저), ≪김춘수의 무의미시≫(2012, 공편저)가 있으며, 여성 문학에 관한 저서로 ≪한국여성시학≫(1997, 공저),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저서로 ≪명작 속에 숨어 있는 논술≫(2005, 공저), ≪명작의 풍경-롤리타에서 싯달타까지≫(2010, 공저), 그 외의 공저로 ≪새로 쓰는 한국시인론≫(2003), ≪행복한 시인의 사회-80년대 시인론≫(2004), ≪시대를 건너는 시의 힘-70년대 시인론≫(2005),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90년대 시인론≫(2009) 등이 있다. 한국 현대시의 젠더에 관한 주제, 시학을 새로 밝혀 나가는 주제, 문학 텍스트를 삶 읽기와 글쓰기로 연동하는 문제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2012년 현재 한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례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실락원 기행≫ ≪초혼제≫ ≪이 시대의 아벨≫ ≪눈물꽃≫ ≪지리산의 봄≫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광주의 눈물비≫ ≪여성해방출사표≫ ≪아름다운 사람 하나≫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해설 책속으로
●새벽에 깨어 있는 자, 그 누군가는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영정 위에 후두두둑 쏟아진 눈물 맨발로 달려 나가 ●이제 해동 조선의 딸들이 일어섰도다 |
발행일 2012년 12월 27일
쪽수 31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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