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아버지, 히스테리 엄마 책소개
조한 2022.03.05 19:29 조회수 : 278
책 속으로
압축성장이 낳은 급격한 세대차, 자유자본주의 사회의 배금주의와 물질만능주의,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고착된 후진적 인권의식과 우민화정책, 경제발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낮은 아동인권 감수성, 유교문화의 잔재인 가부장적 사고관과 효사상으로 인한 압박과 선입견, 무한경쟁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무자비한 교육열, 주입식교육으로 인해 전반적 양식수준이 떨어지는 사회구성원들, 여전한 성차별로 인한 여성의 대상화와 성적대상화 등 우리사회의 총체적문제들이 한국여성으로 교육받고 살아가야하는 나를 옥죄고 병들게 했다. 게다가 강남으로 상징되는 자기반성과 성찰 없는 허세와 허위의식, 실속 없는 과시적 성취와 성공본위 사고는 영혼까지 오염시켰다. 내 삶은 이 시대 우리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가 얽힌 복합 부작용의 축약판 같았다.
--- p.5
팔순이 넘은 아버지는 여전히 자기애만 지독하다. 중학생 시절 자신의 아버지를 잃고 배고픈 시절을 보낸 아버지에게 강남 아파트 단지로의 진출은 생애 최고의 성취였다. 듣기로는 아버지가 자기보다 가방끈이 긴 친척에게 아파트평수를 가지고 모욕을 줬다고 한다. 아버지 같은 어른들 때문에 요즘 애들 사이에 아파트평수로 차별하는 저질문화가 생겼나보다.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지 모르겠다. 강남 아파트촌은 대졸신흥부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동네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재산을 불린 경우들이 많았다.
--- p.20
1남1녀 중 장녀인 나는 어머니의 학력콤플렉스를 충족시키고 대리만족을 하기 위한 도구였고, 빈약한 자아를 메워주는 대리인이었다. 자신의 열등감과 여성으로서의 결함을 투사해 뒤집어씌워 학대하는 존재였고, 자신을 괴롭힌 남편을 투영해 복수하는 대상이었다. 동시에 질투하는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대학교육을 받고 남들에게 대접받는 직장을 얻고 독립된 삶을 사는 나를 질시해 툭하면 깎아내리려고 하고 일관성 없이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이해해주고 딸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헌신하기를 원했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자기 말을 들어주고 심지어는 자신의 무력함을 해결해주는 부모역할까지 위임했다. 그 모든 것이 나를 짓누르는 짐이자 성장의 방해물이었다.
--- p.36
결정적으로 온갖 통증에 시달리며 밑이 빠지는 듯한 아픔이 화학흡수체를 쓰는 일회용 생리대 때문이란 걸 몰랐다. 그냥 어릴 때부터 아픈 데가 워낙 많으니 다들 그런 건줄 알았다. 또 여자로 타고난 죄라고 하니 그저 버텨야 되는 걸로만 알았다. 그새 광신적 기독교 신자가 된 엄마는 “여자는 죄가 많아서”라는 말을 수천 번도 더했다. 그냥 여자로 태어난 자체가 죄인 것이다. 세상에 단 한권의 책만 읽은 사람처럼 위험한 사람이 없다더니 성경 딱 한 권만 읽은 엄마의 주장은 밑도 끝도 없었다. 아마도 창세기에 나오는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 임신·출산의 고통을 감수해야한다는 구절을 얘기한 것 같다. 아담도 노동의 수고를 짊어지게 됐는데 왜 ‘남자의 죄’는 얘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 p.80~81
사회가 점점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성형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어느새 인공미가 더 아름다운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엄마가 어울리는 강남아줌마들의 외모에 대해 떠드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과 가치관이 젊은이들에게 고스란히 전수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에 나가서 여자 인물이 맘에 안 들면 “그 집 엄마는 딸 성형도 안 시키고 뭐했냐”는 얘기가 들어온다면서 부모의 도리를 못한 거라는 식으로 몰아간다는 얘기도 들었다. 어느 엄마는 딸에게 유방확대시술을 시켰더니 얼마나 가슴이 밥공기 엎어놓은 것처럼 예뻐졌는지 모른다고까지 자랑을 해대더란다. 그러니까 여자의 외모는 더 나은 집으로 시집을 가거나 최소한 강남에서의 삶을 이어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자산이라는 얘기였다.
--- p.93~94
신체형장애, 신체화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가 주로 여성이라는 것을 단지 생물학적으로 생식주기에 더 취약하다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여성과 아동에 대한 처우가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말에 비춰, 위의 미국인여성의 예에서 보듯 사회구조적 요인이 지배적이라고 보여 지는 이유가 뭘까. 히스테리의 어원이 자궁에서 왔듯, 자궁이 있는 존재는 당연히 아픈 것을 전제로 한 일반적 편견도 지겹다. 생리전증후군, 월경전불쾌장애, 임신우울증, 폐경증후군, 갱년기증후군, 빈둥지증후군(공소증후군) 등은 모두 우울장애의 시기별 다른 이름일 뿐이다. 산후우울증 때문에 영아를 살해하고 주부우울증 때문에 쇼핑중독에 걸린다.
--- p.136
그 치열한 저항 끝에 얻은 건 상처뿐인 영광도 아니고, 그저 처참한 생존이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또 어떻게 됐을는지는 모두 가정에 불과하다. 나는 이렇게밖에 살 수 없었고 내 정신을 지켜낸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최소한 부모처럼 자의식 없는 성격장애자가 되는 건 피했다는 의미다. 나는 우리 집이 잘못됐고 대안을 찾아야한다는 ‘다른 생각’을 많이 했는데 사회전복세력이라도 되는 양 핍박을 많이 당했다. 아버지의 룰에든, 엄마의 룰에든 말려들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게 비록 상처투성이의 영혼일지라도. 결과는 비록 비참하더라도 엄마가 아버지에게 맞는 것을 그냥 보고 넘어갈 수 없었고, 그게 나의 정의였다.
--- p.148
또 통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병의 특징을 이해하게 돼 웬만한 부상으로 인한 통증이나 자극 등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됐다. 잇몸통증 역시 이 병의 일환으로 이해하면서 원인을 찾아 치과를 헤매는 일도 그만 뒀다. 솔직히 이 병이 우울증으로 인한 신체화증상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의사들도 답을 못한다. 섬유근육통이란거 자체가 존재하는 않는 병이라고 하는 의사도 있고, 더 나아가 우울증도 신기루 같은 것이라고 병 취급하지 않는 의사도 만난 적이 있다. 윌리엄 글라써의 ‘섬유근육통’을 읽다가 머리를 탁 치는 생각이 떠올랐다. 주로 여자들이 걸리고, 욕구가 좌절된 여성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현대의 히스테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영어로 검색을 해보니 이미 이런 언급을 한 논문들이 나와 있다.
--- p.184
앞서 남녀분리교육이 일반화되던 시절, 고교를 졸업한 후 내가 만난 세상은 어떠했는지 몇 가지 에피소드를 서술했다. 그 때문에 한동안 남성공포증과 대인기피증이라 할 만한 회피반응도 일어났다. 나를 어디쯤 위치시키고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분간이 안가서 얼어버렸던 것이다. 나는 책에서 배운 대로 남성들에게도 되도록 인간으로서 친절함을 베풀려 했지만, 그들에게 나는 동등한 인간이 아니었다. 여자는 남자와 동격이 아니기에 나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이성적 호감이나 유혹으로 오인되는 일도 많았다. …… 모든 인간을 인도주의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한다는 원칙으로 내 품격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도 오만이었다. 웃으면 헤프다고 하고 무표정이면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되니 그 사이 어디쯤의 얼굴을 찾아 끝없이 신경써야한다. 후자가 차라리 장기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알지만 사회생활에서 손해가 될까 또 한편으로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남자와 대등한 대우를 못 받는 여자들은 친밀감이나 유대감 형성 대신 위험신호를 알아차리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 p.205~206
나에게 옛날이야기 속의 여인들은 무언가 계속 지어내고 짜낼 수밖에 없는 운명들인데, 아라비안나이트의 셰에라자드는 죽지 않기 위해 천일 동안이나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했다. 그리스신화의 아라크네는 자신의 운명을 알면서도 끝까지 저항해 죽을 수밖에 없었지만 거미로 부활해 끝없이 실을 자아내게 된다. ‘천일야화’는 알고보면 여성혐오와 불신에 대항하는 한 여인의 처절한 생존투쟁기다. 주관과 자유의지를 가진 아라크네는 기존질서인 신본주의에 도전하다 처벌받은 인간의 원형으로 보인다. 생명 대신 한 서린 투명한 거미줄을 영구히 뿜어내어 잦는 직조예술을 갖게 된 상징이 여성에게 주어진, 그렇게 생을 견딜 수밖에 없는 사명 같다는 생각을 한다.
--- p.5
팔순이 넘은 아버지는 여전히 자기애만 지독하다. 중학생 시절 자신의 아버지를 잃고 배고픈 시절을 보낸 아버지에게 강남 아파트 단지로의 진출은 생애 최고의 성취였다. 듣기로는 아버지가 자기보다 가방끈이 긴 친척에게 아파트평수를 가지고 모욕을 줬다고 한다. 아버지 같은 어른들 때문에 요즘 애들 사이에 아파트평수로 차별하는 저질문화가 생겼나보다.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지 모르겠다. 강남 아파트촌은 대졸신흥부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동네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재산을 불린 경우들이 많았다.
--- p.20
1남1녀 중 장녀인 나는 어머니의 학력콤플렉스를 충족시키고 대리만족을 하기 위한 도구였고, 빈약한 자아를 메워주는 대리인이었다. 자신의 열등감과 여성으로서의 결함을 투사해 뒤집어씌워 학대하는 존재였고, 자신을 괴롭힌 남편을 투영해 복수하는 대상이었다. 동시에 질투하는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대학교육을 받고 남들에게 대접받는 직장을 얻고 독립된 삶을 사는 나를 질시해 툭하면 깎아내리려고 하고 일관성 없이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이해해주고 딸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헌신하기를 원했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자기 말을 들어주고 심지어는 자신의 무력함을 해결해주는 부모역할까지 위임했다. 그 모든 것이 나를 짓누르는 짐이자 성장의 방해물이었다.
--- p.36
결정적으로 온갖 통증에 시달리며 밑이 빠지는 듯한 아픔이 화학흡수체를 쓰는 일회용 생리대 때문이란 걸 몰랐다. 그냥 어릴 때부터 아픈 데가 워낙 많으니 다들 그런 건줄 알았다. 또 여자로 타고난 죄라고 하니 그저 버텨야 되는 걸로만 알았다. 그새 광신적 기독교 신자가 된 엄마는 “여자는 죄가 많아서”라는 말을 수천 번도 더했다. 그냥 여자로 태어난 자체가 죄인 것이다. 세상에 단 한권의 책만 읽은 사람처럼 위험한 사람이 없다더니 성경 딱 한 권만 읽은 엄마의 주장은 밑도 끝도 없었다. 아마도 창세기에 나오는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 임신·출산의 고통을 감수해야한다는 구절을 얘기한 것 같다. 아담도 노동의 수고를 짊어지게 됐는데 왜 ‘남자의 죄’는 얘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 p.80~81
사회가 점점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성형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어느새 인공미가 더 아름다운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엄마가 어울리는 강남아줌마들의 외모에 대해 떠드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과 가치관이 젊은이들에게 고스란히 전수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에 나가서 여자 인물이 맘에 안 들면 “그 집 엄마는 딸 성형도 안 시키고 뭐했냐”는 얘기가 들어온다면서 부모의 도리를 못한 거라는 식으로 몰아간다는 얘기도 들었다. 어느 엄마는 딸에게 유방확대시술을 시켰더니 얼마나 가슴이 밥공기 엎어놓은 것처럼 예뻐졌는지 모른다고까지 자랑을 해대더란다. 그러니까 여자의 외모는 더 나은 집으로 시집을 가거나 최소한 강남에서의 삶을 이어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자산이라는 얘기였다.
--- p.93~94
신체형장애, 신체화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가 주로 여성이라는 것을 단지 생물학적으로 생식주기에 더 취약하다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여성과 아동에 대한 처우가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말에 비춰, 위의 미국인여성의 예에서 보듯 사회구조적 요인이 지배적이라고 보여 지는 이유가 뭘까. 히스테리의 어원이 자궁에서 왔듯, 자궁이 있는 존재는 당연히 아픈 것을 전제로 한 일반적 편견도 지겹다. 생리전증후군, 월경전불쾌장애, 임신우울증, 폐경증후군, 갱년기증후군, 빈둥지증후군(공소증후군) 등은 모두 우울장애의 시기별 다른 이름일 뿐이다. 산후우울증 때문에 영아를 살해하고 주부우울증 때문에 쇼핑중독에 걸린다.
--- p.136
그 치열한 저항 끝에 얻은 건 상처뿐인 영광도 아니고, 그저 처참한 생존이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또 어떻게 됐을는지는 모두 가정에 불과하다. 나는 이렇게밖에 살 수 없었고 내 정신을 지켜낸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최소한 부모처럼 자의식 없는 성격장애자가 되는 건 피했다는 의미다. 나는 우리 집이 잘못됐고 대안을 찾아야한다는 ‘다른 생각’을 많이 했는데 사회전복세력이라도 되는 양 핍박을 많이 당했다. 아버지의 룰에든, 엄마의 룰에든 말려들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게 비록 상처투성이의 영혼일지라도. 결과는 비록 비참하더라도 엄마가 아버지에게 맞는 것을 그냥 보고 넘어갈 수 없었고, 그게 나의 정의였다.
--- p.148
또 통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병의 특징을 이해하게 돼 웬만한 부상으로 인한 통증이나 자극 등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됐다. 잇몸통증 역시 이 병의 일환으로 이해하면서 원인을 찾아 치과를 헤매는 일도 그만 뒀다. 솔직히 이 병이 우울증으로 인한 신체화증상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의사들도 답을 못한다. 섬유근육통이란거 자체가 존재하는 않는 병이라고 하는 의사도 있고, 더 나아가 우울증도 신기루 같은 것이라고 병 취급하지 않는 의사도 만난 적이 있다. 윌리엄 글라써의 ‘섬유근육통’을 읽다가 머리를 탁 치는 생각이 떠올랐다. 주로 여자들이 걸리고, 욕구가 좌절된 여성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현대의 히스테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영어로 검색을 해보니 이미 이런 언급을 한 논문들이 나와 있다.
--- p.184
앞서 남녀분리교육이 일반화되던 시절, 고교를 졸업한 후 내가 만난 세상은 어떠했는지 몇 가지 에피소드를 서술했다. 그 때문에 한동안 남성공포증과 대인기피증이라 할 만한 회피반응도 일어났다. 나를 어디쯤 위치시키고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분간이 안가서 얼어버렸던 것이다. 나는 책에서 배운 대로 남성들에게도 되도록 인간으로서 친절함을 베풀려 했지만, 그들에게 나는 동등한 인간이 아니었다. 여자는 남자와 동격이 아니기에 나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이성적 호감이나 유혹으로 오인되는 일도 많았다. …… 모든 인간을 인도주의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한다는 원칙으로 내 품격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도 오만이었다. 웃으면 헤프다고 하고 무표정이면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되니 그 사이 어디쯤의 얼굴을 찾아 끝없이 신경써야한다. 후자가 차라리 장기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알지만 사회생활에서 손해가 될까 또 한편으로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남자와 대등한 대우를 못 받는 여자들은 친밀감이나 유대감 형성 대신 위험신호를 알아차리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 p.205~206
나에게 옛날이야기 속의 여인들은 무언가 계속 지어내고 짜낼 수밖에 없는 운명들인데, 아라비안나이트의 셰에라자드는 죽지 않기 위해 천일 동안이나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했다. 그리스신화의 아라크네는 자신의 운명을 알면서도 끝까지 저항해 죽을 수밖에 없었지만 거미로 부활해 끝없이 실을 자아내게 된다. ‘천일야화’는 알고보면 여성혐오와 불신에 대항하는 한 여인의 처절한 생존투쟁기다. 주관과 자유의지를 가진 아라크네는 기존질서인 신본주의에 도전하다 처벌받은 인간의 원형으로 보인다. 생명 대신 한 서린 투명한 거미줄을 영구히 뿜어내어 잦는 직조예술을 갖게 된 상징이 여성에게 주어진, 그렇게 생을 견딜 수밖에 없는 사명 같다는 생각을 한다.
--- p.220
출판사 리뷰
지은이는 삶의 여러 고비에 등장했던 8학군 고교동창을 강남거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그의 결혼 실상을 알게 되며 자신의 과거를 돌이킨다. 남편의 가해로 이상심리를 보이며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 딸을 압박하는 동창의 모습이 자신의 엄마와 똑 닮아있는 것에 큰 충격을 받고, 강남이란 부촌에서도 어김없이 일어나고 있는 여성과 아동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폭력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한국 땅을 관통한 역사적 사건들과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 여성혐오 등 왜곡된 시대정신이 각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가부장적 독재통치방식이 가정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과정을 짚어나가며, 한 여자의 반평생을 담은 회고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여러모로 읽힐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남성의 폭력과 위력으로 구성된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의에 저항하는 개인의 처절한 투쟁기이자, 한국여성의 삶에 대한 사실적 보고서다. 자신의 준거집단에 의문을 가지게 된 강남 아파트단지 출신의 여자가 계층을 뛰어넘는 페미니즘적 각성을 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기다. 정상가족이라는 신화를 파괴하며 남성본위사회에서 겪은 성폭력을 까발리는 미투운동의 연장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을 날것으로 드러낸 일종의 수기형식으로 섭식장애, 우울증, 섬유근육통 등 여성의 영육을 지배한 질병에 대한 투병기로도 읽힌다. 강남특구에 대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한국 근현대사가 사회병리에 미친 영향에 대한 통찰도 군데군데 담겨있다. 지은이의 깊은 고뇌는 인간 본성과 악에 대한 고민과 탐구로 치닫는다.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실제적 모욕과 폭력, 화학흡수체 생리대부터 의복관습 등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요소들이 어떻게 자신을 병들게 했는지에 대한 적나라한 고백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 집안의 딸로, 여학생으로, 직장여성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여성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경험의 촘촘한 나열은 ‘단지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강남역 여성살해 추모집회의 구호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살아온 보편적 체험의 기술이라는 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의 실사판으로 보인다. 화려한 강남의 어두운 그늘을 드러내며 현실은 언제나 더 지독하고 잔인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자신의 정신건강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객관적 서술은 한국판 ‘프로작네이션’이라 할 만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추진, 전담하고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서울을지로인쇄소공인특화지원센터의 우수출판 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 작품이다. 이 사업은 올해 처음 시행됐다.
서울을지로인쇄소공인특화지원센터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품
여자는 왜 아플 수밖에 없는가, 여성으로서의 자각은 고통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실존적 물음
‘폭군 아버지, 히스테리 엄마 ; 강남 중산층 우울가정 딸 생존기’는 이 시대 한국여성의 실체를 ‘몸’으로 실증한 책이다. 스스로의 삶을 낱낱이 까발린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한 르포이자 다큐멘터리적 기록이다. 우리사회 중산층 지향 가족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가부장적 군사문화의 잔재와 성차별적 요소들이 현재 이 땅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생에 어떻게 속속들이 배어들었는지를 써내려간다.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페미니즘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안전지대라 여겨지는 강남 중산층 가정 내에서는 승자독식의 황금만능주의, 학벌주의, 외모지상주의, 강남불균형성장, 가부장적 독재와 여성혐오라는 왜곡된 시대정신에 충실하게 살아온 부모가 쌓아온 온갖 부조리와 학대가 난무한다. 그들이 혼신을 다해 추구한 그럴듯한 외면의 이면에는 이 사회가 가진 폐해가 고스란히 답습되고 있었다. 지은이는 객관적 시선과 자신의 의식을 교차시키며 무엇이 여자를 아프게 하는가에 대한 전폭적이고 진지한 고찰을 보여준다. 동시에 안온해 보이는 껍데기를 벗기 싫어 누구도 깊이 얘기하지 않았던 중산층이라는 계층에 묶인 여성의 실상을 통렬하게 폭로한다.
개개인의 인격과 몸에는 그 시대의 흔적과 각자의 경험들이 아로새겨져있기 마련이다. 이 책에는 여성에 대한 유무형의 폭력과 성폭력이 우울증, 섭식장애, 전신통증과 각종 장애로 이어지는 섬유근육통으로 발현되기까지 여성의 몸과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생생한 체험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자기분석적 자기고백의 절정을 이루는 지은이의 날선 문장들은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이 땅의 딸들에게 심층적 자아각성을 촉구한다.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실제적 모욕과 폭력, 화학흡수체 생리대부터 의복관습 등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요소들이 어떻게 자신을 병들게 했는지에 대한 적나라한 고백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 집안의 딸로, 여학생으로, 직장여성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여성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경험의 촘촘한 나열은 ‘단지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강남역 여성살해 추모집회의 구호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살아온 보편적 체험의 기술이라는 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의 실사판으로 보인다. 화려한 강남의 어두운 그늘을 드러내며 현실은 언제나 더 지독하고 잔인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자신의 정신건강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객관적 서술은 한국판 ‘프로작네이션’이라 할 만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추진, 전담하고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서울을지로인쇄소공인특화지원센터의 우수출판 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 작품이다. 이 사업은 올해 처음 시행됐다.
서울을지로인쇄소공인특화지원센터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품
여자는 왜 아플 수밖에 없는가, 여성으로서의 자각은 고통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실존적 물음
‘폭군 아버지, 히스테리 엄마 ; 강남 중산층 우울가정 딸 생존기’는 이 시대 한국여성의 실체를 ‘몸’으로 실증한 책이다. 스스로의 삶을 낱낱이 까발린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한 르포이자 다큐멘터리적 기록이다. 우리사회 중산층 지향 가족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가부장적 군사문화의 잔재와 성차별적 요소들이 현재 이 땅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생에 어떻게 속속들이 배어들었는지를 써내려간다.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페미니즘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안전지대라 여겨지는 강남 중산층 가정 내에서는 승자독식의 황금만능주의, 학벌주의, 외모지상주의, 강남불균형성장, 가부장적 독재와 여성혐오라는 왜곡된 시대정신에 충실하게 살아온 부모가 쌓아온 온갖 부조리와 학대가 난무한다. 그들이 혼신을 다해 추구한 그럴듯한 외면의 이면에는 이 사회가 가진 폐해가 고스란히 답습되고 있었다. 지은이는 객관적 시선과 자신의 의식을 교차시키며 무엇이 여자를 아프게 하는가에 대한 전폭적이고 진지한 고찰을 보여준다. 동시에 안온해 보이는 껍데기를 벗기 싫어 누구도 깊이 얘기하지 않았던 중산층이라는 계층에 묶인 여성의 실상을 통렬하게 폭로한다.
개개인의 인격과 몸에는 그 시대의 흔적과 각자의 경험들이 아로새겨져있기 마련이다. 이 책에는 여성에 대한 유무형의 폭력과 성폭력이 우울증, 섭식장애, 전신통증과 각종 장애로 이어지는 섬유근육통으로 발현되기까지 여성의 몸과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생생한 체험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자기분석적 자기고백의 절정을 이루는 지은이의 날선 문장들은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이 땅의 딸들에게 심층적 자아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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