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추천글 쓰기의 기쁨
추천 글을 쓰는 일이 성가실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아니다.
자주 우적해지는 요즘, 정성을 들인 책을 만나면 반갑고
추천 글을 쓰는 일은 더욱 즐거운 일이 되었다.
도서관 특강에서 만났던 강영아 선생님 책이 나왔다.
<그림 책으로 만난 어린이 세계>
쌍둥이 아이와 사촌과 이웃, 다섯명의 아이들과 함께 한 책을 매개로 한 시간.
부제가 마음에 든다.
<아홉살 방구석 그림책 수다에 낀 엄마의 성장기>
추천의 글
-옷장문을 열고 들어간 어린이들을 따라 들어간 엄마 이야기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한 아이가 옷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악의 세계를 지배하는 하얀 마녀와 온화한 사자의 모습을 한 왕 아슬란을 만난다. 이제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그 전의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세계 대전 이후의 피폐한 삶을 살아갈 용기와 지혜와 사랑을 품은 존재가 되어 돌아왔다.
이 책을 쓴 ‘먼지’는 또 다시 도래한 재난의 시대에 아이들에게 옷장문이 있는 방을 제공한 어른이다.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방구석 그림책방에서 먼지는 간식을 챙겨주고 책을 읽어주곤 했는데 어느새 옷장 문을 따라 들어간 아이들과 함께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놀랍게 독창적인 우정의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그 세계를 보게 된 먼지는 이 책 곳곳에서 환호성을 외치며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지혜로운 엄마들은 알고 있다. 험한 시대가 오고 있지만 책과 친한 아이는 잘 살아낼 것이라는 사실을! 마법의 세상을 오가는 아이들은 세상을 뒤집어 보고 놀려도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길을 찾아낼 것이다. 디지털 세상이 암울하다해도 책이라는 가장 오래된 버추얼 리얼리티(가성 세계)와 친해진 아이는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며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집 어딘가 방구석을 내 놓는 것에 인색하지 마시라. 옷장문을 열면 열리는 책의 세계를 아이들에게 선물하시라.
책의 세계는 고독과 고립의 세계가 아니다. 맛있는 간식이 있고, 생각과 느낌을 나눌 친구들이 있고 보이지 않는 축복의 손길이 있는 세계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가슴을 부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은 어떤 매력을 가진 존재이며 평생을 통해 누구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가게 될 것이다. 초딩 3학년 나이에 <동의도감>의 세계를 발견하고 허 준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시는, 이 책의 등장인물 유비처럼 말이다.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유비는 방구석 그림책의 세계를 통해 어떤 악몽같은 세상이 와도 세상을 헤쳐나갈 경험과 용기와 상상력을 내면에 장착 시켰다. 재난이 지속되어도 좀비가 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놀라운 무기도 갖게 되었다. 육아 휴직을 한 고등학교 교사이자 쌍둥이와 조카와 이웃집 아이들을 돌보는 강영아 선생님 덕분에 우리는 다섯명의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놀라운 마법의 세계를 만나는 행운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아홉살 즈음 아이를 둔 엄마들이여, 망설이지 말고 이 책을 읽으시라. 기후 위기, 펜데믹 위기, 전쟁의 위기, 불안과 고립의 세계를 극복해가야 할 ‘신인류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단련이 아니라 깨져나가는 현실 너머를 볼 수 있는 ‘파상력’이다. 여타 생물체와 공존하는 감각과 AI가 만들어내는 가상 세계의 흐름을 감지하며 메타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그러니 노심초사하기보다 아이들이 만들어갈 놀라운 신세계에 초대될 엄마 찬스를 활용하시라. 아이를 선물로 주신 신께 감사하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낯선 세상으로 비상중인 어린이 세계에 초대받고 싶다면 방구석 그림책 프로젝트를 시작하셔라. 즐거운 길잡이가 되어줄 친절한 이 책을 벗삼아! - 조한 혜정 (손자의 옷장문을 가끔 열고 들어가보는 할머니, 문화인류학자,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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