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수다 모임
유튜버들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인류학 현장을 구태여 찾아나갈 이유가 없는 시대.
시공간을 넘어서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며 배운다.
철학적이고 영적인 삶의 차원을 담아낸 주말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주변을 술렁이게 하였다.
또 하나의 문화에서는 19일 수다모임을 하기로 했고
묵상 모임에서도 해방일지 중 기억나는 대사나 장면으로 렉시오 디비나를 하기로 했다.
세상이 '해방일지'를 본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갈리는 것 같다. ㅎ
내 기억에 남는 것들:
주인공 염미정이 어릴 때 신에게 기도할 때
친구들이 "공부 잘 하게 해달라, 입시 붙게 해달라"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며
자기는 "왜 내가 여기에 있는가?" 그 질문만 하게 되더라는 장면.
성취, becoming이 아니라 존재 being에 대한 질문하기
구씨가 돈 먹고 튄 애인으로부터 돈 받아주겠다고 하자
"내가 아무리 바보 멍청이 같아도 그냥 두라고.
도와 달라고 하면 그 떄 도와달라고.
얼굴 붉히는 것도 힘든 사람한데
왜 죽기로 덤비래?"라고 화내는 장면.
죽기로 덤비는데 익숙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 얼굴 붉히게 된다.
헤어지자는 말을 한 구씨가 화 안 나냐고 묻자
"나는 화는 안나. 서운해." 화 안 나냐고 다그치자
"그런데 화는 안 나. 모르지 나중에 화가 날지"
(상추, 전시장에서 시대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우울하지는 않아. 그런데 막 화가 나")
7초 지속되는 기쁨,
하루 오분간의 설레임이면 살아갈 만 하다는 미정 말.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틔어도 살만 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신회장
"이 바닥에 있는 놈들 같지 않게
도박도 안 하고 기집질도 안 하고 딴지도(?) 안 하고
혼자 조용히 술만 마시는 게 마음에 들어서 여기까지 같이 왔는데
이제 그 술이 문제야."
결국 주인공은 창희가 아닌가 싶다.
부산스럽고 철이 덜 든 것 같지만 한 순간에 영혼의 소리를 듣는다는 본능이 살아 있는 듯한 창희
지금 시대에 필요한, 죽어가는 존재를 위로하는 세계로 들어가는 창희라는 인물이 이쁘다.
"막막해서 어디가서 기도라도 하고 싶은데 갈 곳은 편의점 밖에 없더라.
내가 그런 놈이야
내가 있을 자리 귀신같이 알아보는.
할아버지가 갈 때 보내드리고
엄마 갈 때 보내드리고..."
불치병에 걸린 친구의 애인 혁수의 병실에 들러게 된 창희
불현듯 깨닫게 되는,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이유
"형, 미안해 괜히 불안하게 해서.
형 나랑 둘이 있자 내가 있어줄게
나 이거 팔자 같다. 근데 난 내가 나은 것 같애
보내드릴 때마다 여기 내가 있어 다행이다 싶었거든
귀신 같이 또 발길이 이리오네
...
그러니까 형 겁 먹지 말고 편안하게 가
나 여기 있어."
삼시 세끼 밥에 참 준비하고
밭일도, 목공일도 돕던 어머니.
죽음으로 해방된 그녀는 대사도 별로 없다.
서춘희 시인은 기정이라는 인물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하던데
그런 낯선 모습과 좀 친해볼까?
이번ㄴ 기회에...
각자의 생명력의 원천,
우울하지 않고 화가 난다는 이들과 우울한 이들이,
고정희 시인의 표현처럼 따뜻함이 쓸쓸함과 같이 삶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