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 서울 지식이음 포럼 축제 기조강연
서대문에 있는 이진아도서관은 늘 엄마들과 아이들로 북적였다.
이진아 도서관장 이정수 선생이 서울 도서관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리고 축제에 와달라고 연락이 왔다.
최근 사회가 온통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면서
오로지 돌봄과 배려가 있는 곳은 도서관과 공동육아 동네 뿐이라는 생각에 우울한 터여서
선뜻 가겠다고 했다.
마을에 대한 책을 쓴 지도 십여년이 지났고 마을 공동체 위원회 일을 한 지도 꽤 되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이 들어서면서 마을 인프라는 좋아졌고
마을 일꾼들도 많아졌고 공무원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여전히 허전하다.
사회적 돌봄의 '전문가'들에게 적절한 장소와 재원이 가지 않고
홀로인 것이 더 익숙한 사람, 창업을 하라는 부추김에 바람이 난 청년들이 그런 곳을 메우고 있다.
실핏줄을 살려야 하는데 여전히 이미 막혀버린 대동맥을 뚫겠다고, 대수술을 하려든다.
정책 입안자가 고심을 해서 멋진 정책을 내놓아도
정책 실행자 선에서 대부분 일들이 행정적으로 처리되면서
행정 사무를 잘 하는 사람과 돈사냥하는 꾼들이 공공의 돈을 거의 가져가게 된다
행정일과는 거리가 먼 타고만 돌봄의 '전문가' 시민들은 그 번잡함에 피곤해져서 초야에 숨어 살겠다 한다.
시민을 고객으로 보고 서비스를 하겠다는 공무원들을 고맙지만
결국 공무원만 바쁘게 혹사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시민 복지 이야기를 하면서 시민들을 진상고객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았는지,
급기야 문화와 복지 영역까지 토건업자와 건축가들과 브로커들의 땅따먹기 판이 되지 않았나 걱정 된다.
마을사업과 마을 사업가들, 청년 사업과 청년 사업가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겁다.
박 원순 시장은 오래전부터 시민력을 강조해왔다.
이 날도 '생각의 깊이'와 '생각의 높이'를 강조하고 인문학과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시민의 지혜로 달라지는 서울
시민의 힘으로 하이에나가 발을 붙치지 못하는 서울
시민사회적 돌봄이 이루어지는 지혜로운 자들의 도시
우리 모두가 바라는 모습아닌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운동이 다시 벌어져야 할 듯 하다.
문화 운동, 풀뿌리 운동, 실핏줄 살리기.
밥을 짓고 함께 나누는 돌보는 이들에게 공간과 돈을 주면 그곳은 '호혜의 장소'로 변한다.
수시로 모이는 난감모임과 심심모임을 위한 간식비,
지금은 대다수의 아이들이 집에 가도 누군가가 지은 따뜻한 밥을 먹기 어렵다.
밥상에 둘어앉아 밥을 먹기 어렵다.
언제든 가서 따뜻한 밥을 나누어 먹는 곳,
마을의 놀이터에 공공자원이 가야 한다.
청소년 문화 놀이터들은 생겼다가 3년 후에 지원금이 끊긴다.
이제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 옆에 작은 부엌이 들어서고
그런 곳에 마을 활력소가 되어야 한다.
책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괴물이 되지 않는다.
밥이 있고 아이들이 뛰노는 곳만이 희망이다.
작은 공부방, 작은 도서관들을 중심으로 사회를 재편해야 한다.
실핏줄을 살려내기 위해 제대로 지원을 하고 축복하고 모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