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의 <Becoming>
미셸 오바마의 <Becoming> (Netflix)
후배의 강력한 추천으로 오랜만에 TV 모니터 앞에 앉았다.
책은 낸 후 북톡을 다니는 미셸 오바마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초반부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의 단단함과 당당함, 땅에 발을 붙인 모습에 눈물이 났다.
미국에서 흑인 노동계급 출신으로 태어나고 성장한 그녀.
프린스턴 학부를 졸업하고 하버드 법대를 나와 한 남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백악관에서 8년을 지난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고 있는 사람.
바이든이 제발 부통령에 나와 달라고 빌고 있다는 사람.
그녀는 어느 것에도 눌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느라 최선을 다했다.
미국에 이주한 이들은 모두 꿈을 갖고 그곳에 도착하여 ‘뭔가가 된다. becoming’
그녀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로 지내는 것”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말한다.
“visible 해져라 눈에 보이는 존재가 되라”
“어떻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었나요?”
“나는 흑인이다”고 생각하지 말라.
“어머니, 아버지, 오빠, 누군가에게 너는 그런 존재였다.”
“내 할아버지는 누구, 내 할머니는 누구.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
내게 밥상을 차려준 사람, 사랑을 주고 기대를 주었던 사람들, 그들의 눈길과 손길이 너다.
구체적 관계를 떠올리고 ‘디테일’을 놓치지 마라.
작은 사랑과 돌봄에 대한 기억, 돌봄 공동체, 영적 공동체를 품고 성장하라.
요즘 자주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엄마를 본다.
그리고 그분들과 함께 했던 시간,
식사 하면서 나누던 이야기, 기도하던 시간, 그 눈길을 기억한다.
그리고 마음이 힘들 때 어느새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
그것들이 나를 품어주고 계속 용기를 준다.
그런 기억 없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낼 수 있을까?
그는 백악관에 가서 턱시도를 입은 흑인 종업원들의 옷차림을 바꾸게 하고
자신의 아이들이 스스로 침대를 손질할 수 있게 하려고 백악관 규칙도 바꾼다.
제왕적 권력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거부하면서 일상을, 아니 규칙 자체를 바꾸어낸다.
자신을 돕는 모든 이들과 기사를 동료로, 형제자매로 대했다.
스스로 흑인 노예의 후예라고 말하면서
총격으로 죽어간 흑인 소년 청년들의 이름을 부른다.
불법 체류자 아이들의 모임을 마련한다.
최근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시작된 미국의 흑백 혁명은
백인 중심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재정리할 태세다.
미셀이 없었다면 이렇게 근본적인 차원을 건드리진 못했을 것이다.
그녀와 남편은 백악관에 들어감으로 흑인/약자는 가능성을 보았고 자부심을 회복했다.
이제 그들은 보이는 존재, 들리는 존재이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주체가 되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 그들이 형편없이 굴어도 우리는 사람답게 간다.
그녀가 환갑을 맞았다.
자라는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일념으로 그녀는 미국 전역을 돌았다. 자신의 사인이 든 책을 부적처럼 간직할 이들을 위해 정성껏 사인을 하고 북톡에서 만나 일일이 악수를 하고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자신이 감당할 무게는 최선을 다해 즐겁게 감당할 것 같다.
오바마 부부는 넷플릭스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기획제작 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들었다. 스토리의 힘을 믿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마음 주기가 겁나는 시대이지만, 그 두 사람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