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하자 창의 서밋에
하자 창의 서밋 인사
여기는 요즘 내가 다니는 하자 센터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곳이죠.
하자는 20년 전에 학교를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창의적으로 살겠다는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동네입니다. 하자의 일곱 가지 약속에 보면 그런 마음이 잘 드러나 있지요. “하고 싶은 것 하면서 하기 싫은 일도 할게요.”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하자” “하고 싶을 때 하자” 영화를 찍고 싶은데 못 찍게 해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 입시 공부만 하라고 해서 학교를 떠나 하자 센터에 왔었던 10대 친구들은 이제 30대가 되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영화감독이 되었고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하고 싶은 것 하자”는 이 좌우명은 여전히 유효한지 궁금해지네요. 칠십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온 나이지만 요즘 주변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어 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한편은 안정적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가슴에 사표를 품고 다닌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고 모두가 아주 혼란스럽고 힘든 시대를 우리가 거치고 있는 겁니다.
창의성 뭥미? 코로나19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우리는 지금 “도대체 창의성이란 것이 무엇인가, 독창성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새삼 묻고 있습니다. 창의성을 발휘하다가는 직장에서 잘리고 만다면 누가 창의적이 되고 싶어 할까요? 그런데 한편 온라인에 올라온 무수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모두가 창의적이고 독창적입니다. 두 개의 세상 사이에 걸쳐 우리는 좀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나는 그간 안 하던 짓을 하면서 독창성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둔다거나 남들이 벗은 신발도 가지런히 놓아서 다른 이들의 어질러진 마음도 조금 단정하게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나는 창의적으로 일을 벌이기보다 조용히 도를 닦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처럼 이렇게 에너지를 쓰면서 살다가는 인류는 오래 살아남지 못할 텐데 그 생각을 하면 그만 우울해지지요. 그 우울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아주 창의적이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간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달려왔던 나를 바라보면서 마음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우물가에 맑은 물을 떠 놓고 기도하는 할머니의 마음으로 기도하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서로 돌보며 살아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 영리해지기보다 지혜로워지려고 노력하는 것, 독존이 아니라 공존하는 존재가 되려고 하는 것, 나는 요즘 이런 방향에서 창의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 물론 여전히 나는 낯선 존재들, 요즘은 손자와 그 친구들인 신인류들과 재미난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만물은 서로 돕는다>를 구호로 삼은 <삼시세끼 소년 캠프>도 열었고, <왠지 이상한 멸종 동물 도감> 같은 도감을 읽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동물에 대해 열 장 작업해오면 선물을 주는 <할머니 독서 클럽>도 운영을 시작했어요. 칠십 년의 세월을 살아서 노인이 되었지만 내가 여럿이 작당해서 함께 재미나고 유익한 일을 벌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삼단다방에서 벗들과 자주 창의적 활동을 벌입니다.
서울시 청소년 직업체험센터로 시작한 하자 센터가 올해도 어김없이 청소년 창의 서밋을 개최하게 되어서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틀간 벌어지는 축제에 물리적으로든 온라인으로든 함께 하면서 눈인사 나누고 마음껏 즐겨봅시다.
2020년 하자 창의 서밋의 개막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020년 9월 8일 제주 삼달다방에서 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