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무릎 꿇는 세상은 (고정희)
고종희 시인 무덤을 찾을 때가 되었다.
벌써 서른 번째다.
그의 시를 다시 찾아 읽는다.
옮음 때문에 사람이 죽어가는 세상은 아닙니다.
자유 때문에 사람이 죽어가는 세상은 세상이 아닙니다.
독재 때문에 사람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세상은 세상이 아닙니다.
공복이 내리치는 채찍 아래
사람이 무릎꿇은 세상은 세상이 아닙니다.
청송감호소나 삼청 교육대
대공분실이나 지하 취조실에서
못 당한 고문으로 으악으악
사람이 죽어가는 세상은 세상이 아닙니다.
풍년 농사에 한숨 짓고
김 풍작에 눈물짓는 세상은
세상이 아닙니다.
지체 높은 양반네들 술잔이나 기울이면서
세원한 말 한다미 내뱉지 못하는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눈물 없이 부를 수 없는 이름 석자.
이런 세상을등짝에 지고
사람 사는 세상 한번 만들자
불곷 치솟았으니
사람들이 그것을 광주사태라 부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광주학살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광주 민중 항쟁이라 부릅니다.
아니 사람들은 그것을
광주의 해방구라고 부릅니다.
피비린내 자욱한 그날의 함성 속에
눈물없이 부를 수 없는 이름 석 자
우리 가슴에 비수로 꽃히는 이름 석 자
우리의 식탁에 피바다로 넘치는 이름 석 자
....
청명 밤하늘에 별로 가득했다가
사무치는 달빛으로 떠오르는 이름 석 자
그 사연 끌어안고 어머니 웁네다.
그 사연 끌어안고 영상강 흐름니다.
그 사연 끌어안고 오월바람 붑니다.
.....광주 사태 사연 속에
우리 사연 있습니다.
광주 학살 눈문 속에
우리 눈물 있습니다.
광조 항쟁 고통 속에
우리 혁명 있습니다.
광주민중 죽음 속에
우리 부활 있습니다.
잠재울 수 없는 남도의 바람 속에
우리의 염원, 우리의 개벽 있습니다.
그러므로 광주오월항쟁 연유에 묻은
피 닦아 주사이다.
광주 원항쟁 원혼 불러
넋 씻어주사이다.
그가 그 날을 모른다 말하리.
넋이여,
망월동에 잠든 넋이여,,,
누가 그 날을 잊었다 말하리
누가 그 날은 모른다 말하리 ...
목숨 바친 역사 뒤에 자유는 남은 것
시대는 사라져도 민주꽃 만발하리 ...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