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이제 바꿔야 할 때다 피케티
피케티는 더 이상 자본주의의 한계를 비판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참여적·민주적·환경친화적임과 동시에 여성주의와 다문화 그리고 보편주의에 입각한 사회주의적 실천 방안이 자본주의 체제에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책에는 누진세에 기반한 ‘기본소득’ 제도를 통한 부의 재분배, 계층 간 사다리를 이어주는 교육의 평등화, 차별과 혐오에 휘둘리지 않는 새로운 모습의 세계화, 코로나로 인한 공공부채 문제와 세계경제를 되살릴 방안 등 이론가의 틀 안에 갇혀 있기를 거부하는 열정적 활동가로서의 피케티의 면모가 각 시기별 국제적·정치사회적 현안들과 함께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P. 23~24진정한 의미에서 권력의 순환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세금체계와 상속체계의 변화도 동원되어야만 한다. 권력배분의 개선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소유권 자체가 더욱 잘 순환되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위 50% 인구는 거의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이 전체 자산통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세기 이후로 거의 나아진 바가 없다. 전 세계 부의 총량이 충분히 확대되기를 기다리면 알아서 소유권이 잘 분배될 거라 믿는다면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만약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이미 오래전 실현되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나는 훨씬 자발적인 해결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모든 국민에게 ‘최소자산’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인데, 현재 프랑스의 평균 자산규모의 60% 정도인 12만 유로 수준의 액수를 25세가 되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자산이 모두에게 지급되기 위해서는 국가소득의 5% 가량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는 여러 세수를 합쳐서 충분히 조달이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연간 누진자산세(말하자면 부동산, 금융자산, 영업재산의 합에 부채를 제한 금액이 과세대상이다)라든지 누진상속세를 활용할 수 있다. _ ‘사회주의 시급하다’ 중에서
P. 31국제주의가 세계무대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지려면,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를 주도한 절대적인 자유무역 추구의 이데올로기를 분명히 지양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다른 모습의 경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경제정의와 조세 정의 및 환경정의 분야에서 분명히 규정되고 또 검증될 수 있는 원칙들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발전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발전 모델은 궁극적인 목적에 있어 국제주의적인 성격을 띠어야 하고, 실제적인 실행 방식에 있어 국가별 주권 존중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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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65오늘 프랑스에서는 남녀 간 임금격차를 규탄하기 위한 시위가 열린다. 오늘의 키워드는 ‘19%’다. 동일 업무를 하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균 임금격차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마치 여성들은 매해 11월 7일 16시 34분부터는 남성들을 위해서 일하는 셈이다(프랑스의 임금격차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여성들의 임금은 1년 중 11월 7일 16시 34분까지 일하는 데서 끝나고 남성 임금에 비교해 그 이후에는 무상으로 일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_옮긴이 주). 상징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황이 훨씬 더 나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애초에 여성들에게는 남성들과 동일업무를 수행할 기회 자체가 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_ ‘남녀 간 임금 격차는 19%인가, 64%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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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91~1942018년 정부 예산을 둘러싼 논의는 지금까지 최고 부유층에 대한 세금혜택 문제에 집중되었다. 사실, 부유세 폐지와 배당금 및 이자 소득에 대한 세제혜택으로 인해 국가 예산은 50억 유로를 훨씬 넘는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동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2018년 예산을 통해 진짜 피해를 본 건 누구냐는 문제다. 특히 청년층의 희생이 눈에 띄는데, 고등교육 부문에서 대학생 1인당 정부의 지출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 분명히 말해두자. 이러한 교육 예산 감소는 완전히 시대착오적이고, 대단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거기에다가 이건 유럽연합의 공식적인 담론에도 대놓고 반하는 일이다. 유럽연합의 우선적인 목표는 교육과 혁신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외치고 있지 않은가. 유럽연합은 그렇게 구호만 정해놓았을 뿐 실제로 회원국들이 이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게다가 이런 ‘요란한 침묵’의 자세는 온갖 개혁에 있어서 이래라저래라 훈계를 놓고 잘잘못을 가리는 데 타고난 재주가 있는 유럽연합의 기관들의 평소 모습과 유난히 대조된다. 2008년부터 2018년 사이에 학생 1인당 투자액이 10%나 줄어들은 상황에서, 지금부터 2020년까지 유럽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지식경제”(이는 2000년에 리스본 조약 체결 당시 유럽의 각 지도자들이 선언한 목표로, 처음에는 2010년에 달성을 목표로 했으나 이후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를 이룰 수 있겠는가. _ ‘2018년 예산, 청년을 희생시키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