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휴가 나온 청년과 fiddler on the roof (볍씨 마을 일기 20210923)
오늘도 저녁 식사는 함께 한다고 한다.
최근에 사귄 이웃 무화과 집에서 만들어준 무화과 파이를 들고 갔다.
연어 수시에 파전에 오리구이에 돼지고개 수육에 갖은 나물의 진수성찬이 기다리고 있다.
먹기도 전에 배부르다.
군대 갔다 일년만에 이영이 선생 아들이 휴가를 나왔다고 인사하러 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네플릭스 드라마 DP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그것은 2010년 버전이고 2017년 군인 탈출과 사망 등 심각한 사고가 난 이후 군기 잡기는 사라졌다고 한다.
떠들어도 마냥 내버려 두고 심지어 밥 먹으러 안 가고 자는 장병도 있다고 한다.
비극이 아니라 코미디의 무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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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면 최전방이 아니라 사태가 대략 파악될테니
그럴 때 어떻게 싸울지가 아니라 어떻게 도망갈 지 이야기 한다고 한다.
이들은 50만원인가 월급을 받고 있지 않나?
조만간 100만원으로 올린다고 한다.
군대 이야기 하지 말라고 여자측 테이블에서 말린다.
막걸리파와 포도주파, 소주파와 맥주파
남자 여자 테이블 따로 앉지만
이모 삼촌으로 연결된 이들은 서로 믿고 좋아한다.
그리고 이곳에 내려와서 엄청 살도 빠지고 말도 많아졌다.
말이 없던 아빠 한 명이 군인에게
지리산 종주 떄 짐 대신 지어주었던 이야기를 신이 나서 한다.
무거워서 진통제를 먹으며 걸었다며 다른 아빠가 거든다.
아, 군대 이야기 외에 할 이야기가 많은 이 대안학교 아빠들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지리산 종주, 5학년이면 섬진강에서 강길 따라 걷고
6학년은 개인 자유 홀로 여행이 필수과목이라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에 저녁 식사 상이 또 한번 들썩인다.
아빠들이 이렇게 시끄럽게 이야기 하는 모습도 실은 처음이다.
곧 이 아이들 중 누군가는 결혼할 파트너를 데리고 올 것이다.
그럴 때면 fiddler on the roof 연주를 준비해야지.
이 많은 이모 삼촌들은 예전의 그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때를 회고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릴테지.
잔치상은 또 얼마나 푸짐하고 화려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