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십개월의 미래, 카오스 코스모스 그리고 모계사회

조한 2022.01.01 18:52 조회수 : 293

http://naver.me/5JPpHvbk
[리뷰] 십개월의 미래  '카오스, 코스모스, 그리고 모계사회'
출처 : KBS 연예 | 네이버 TV연예

[리뷰] 십개월의 미래 '카오스, 코스모스, 그리고 모계사회'

입력
 
 수정2021.10.19. 오전 9:01
 
십개월의 미래

테헤란벨리의 프로그래머 미래(최성은)에겐 꿈이 있다. ‘하바드 나온 저커버그’는 아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게임 개발에 청춘을 쏟아 붓고 있다. 남친(서영주)은 요상한 모바일 액세서리(악어 클립)를 만지작거리면서 스마트업 대박을 꿈꾼다. 다들 대한민국의 젊은 청춘들이다. 그런데, 미래는 속이 메슥거려 간밤의 숙취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임신 10주차란다. 이젠 세상은 미래를 중심으로, 미래의 태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구심력이 아니라, 원심력으로!

[십개월의 미래]는 남궁선 감독의 영상원 졸업작품이다. 박정민 배우의 데뷔작이기도 한 <세상의 끝>(2007)으로 화려하게 ‘단편’ 데뷔한 남궁선 감독은 김수현과 정소민이 출연한 단편 <최악의 친구들>(2009)로 제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비정성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었다. 2012년 단편 [남자들] 이후 소식이 뜸하더니 오랜만에 장편 ‘십개월의 미래’로 돌아온 것이다.
 
십개월의 미래

‘연애-결혼-가정’ 같은 우아한 정코스 보다는 오늘의 자기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붓던 미래(최성은)가 덜컥 임신을 하게 된다면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준비(?)되지 않은 현실에 수많은 변수와 선택의 길이 놓인다. 믿었던 사람은 하나씩 본색을 드러낸다. 그리고 시간과의 싸움에서 자신도 조금씩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 미래는 10개월 동안 선택을 미루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모든 것이 흥미로운 이 영화는 사용된 음악조차 흥미롭다. 김치켓의 ‘아무도 없드라’(1963)와 김태희의 ‘사랑하다 헤어지면’(1971), ‘가을에 온 여인’(이용복, 1972) 등 옛 가요들과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재즈 샘플들까지 다양한 음악이 쓰인다. 영화 시작부터 궁상(?)맞은 옛날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여자주인공의 임신이 몰고 온 한국사회의 현주소’라는 진부한 이야기일 것임을 예고한다. 얼마나 많이 보았고, 얼마나 많이들 공감하였고, 얼마나 짜증을 내었던 이야기인가. 남자란 놈은 도망가고, (예비)시댁은 벌써부터 상전이고, 엄마아빠는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다니.

남궁선 감독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임신부가 주인공이 영화를 만들기로 했단다. 남궁 감독이 보기엔 한국의 영화와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임신한 여자’ 이야기는 ‘모성을 향한 고난의 여정’아니면 ‘중절을 향한 고난의 여정’이란다. (그게 아닌 경우도 있나?) 어쨌든 남궁 감독은 “미래에게 그 어떤 선택이나 결과도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십개월의 미래

영화 <시동>과 드라마 [괴물] 등에 출연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최성은은 시간과의 싸움(낙태)을 현실적으로 펼친다. 그 과정에서 산부인과 담당의사 ‘옹중’ 역을 맡은 백현진의 존재감이 빛난다.

미래는 처음 뱃속의 아이에게 카오스라는 태명을 지어준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임신한 사람, 임신시킨 사람(?)은 그 진정한 의미를 알 것이다. 미래의 갈등을 공감하고 선택을 응원하면서, 갈수록 ‘여성중심’의 모계사회(Matrilineality)가 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게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미래의 결정권자는 여성이다.

▶[십개월의 미래] ▶감독: 남궁선 ▶출연: 최성은 백현진 서영주 유이든 권아름 ▶2021년 10월 14일 개봉 12세관람가
목록 제목 날짜
194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대한 하비의 마음 2022.01.30
193 사피엔스 번식의 에이스 카드는 외할머니 2022.01.30
192 10만년 전 사건, 공감능력의 출현과 협동 번식 (허디) 2022.01.05
191 협동 번식과 모계사회 2022.01.01
» 십개월의 미래, 카오스 코스모스 그리고 모계사회 2022.01.01
189 영화 마션 2015년도 작품 2021.12.26
188 12/16 청년 모임 강의 file 2021.12.14
187 20211204 고정희 30주기 포럼 발제 발표 자료 file 2021.12.09
186 페미니스트 비평 -때론 시원하고 때론 불편한 2021.11.04
185 박노해 양들의 목자 2021.11.03
184 2021 <경기예술교육실천가포럼> 패널을 열며 2021.11.03
183 강릉 <2021 모두를 위한 기후정치> file 2021.11.03
182 또문 리부팅 2021.11.02
181 고나 그림 -캠브릿지 걷던 길 2021.11.02
180 박노해 괘종시계 2021.10.25
179 고정희 시선 초판본 (이은정 역음, 2012) 2021.10.19
178 저신뢰 사회 (이상원 기자, 이진우) 2021.10.19
177 지구 온도 1.5℃ 상승해도 되돌릴 기회 있다 (이오성) 2021.10.19
176 군대 휴가 나온 청년과 fiddler on the roof (볍씨 마을 일기 20210923) 2021.09.23
175 사티쉬 쿠마르- 세상은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 2021.09.15
174 Deserter Pursuit,‘D.P’ 네플릭스 드라마 -폭력 생존자의 세계 2021.09.15
173 요가 소년이 아침을 깨우다 2021.09.15
172 호혜의 감각을 키우지 못한 남자의 노년 2021.09.13
171 돌봄- 영 케어러 2021.09.13
170 오늘의 메모: 듣기를 명상처럼 -잘 듣기 2021.08.29
169 정체성의 정치에 대한 논의 2021.08.25
168 20대 남자와 여자의 거리 2021.08.12
167 한나 아렌트 정치와 법의 관계 2021.08.06
166 재신론 (리차드 카니) 이방인에 대한 환대와 적대 사이 2021.07.30
165 역시 해러웨이 2021.07.30
164 걸어가는 늑대 갤러리를 다녀오다 2021.07.30
163 영화가 던져주는 화두 -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2021.06.18
162 후광 학술상 기조 강연 발표 자료 file 2021.06.15
161 사랑한다면 이제 바꿔야 할 때다 피케티 2021.06.04
160 신인류 전이수 소년의 일기 2021.06.02
159 가족 덕에, 가족 탓에- 아기 대신 친족을! 2021.05.30
158 아파서 살았다 (오창희) 2021.05.16
157 스승의 날, 기쁨의 만남 2021.05.16
156 사람이 사람에게 무릎 꿇는 세상은 (고정희) 2021.05.12
155 마을 큐레이터 양성 사업 (성북구) file 202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