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 김홍중 세미나 - 에밀 뒤르껭과 가브리엘 타르드
사회를 자율적 유기체나 구조가 아니라 모방을 통해 공유되는 믿음과 욕망의 네트워크로 보았다면
근대사는 많이 달라졌을까?
몇백년에 걸친 근대화 프로젝트,
아니 5천년에 걸친 정복과 확장의 '문명화' 프로젝트
강자와 논리적 수학자들의 감각이 지배한 역사
약자와 수동적/감성적 존재의 자리는없었던 시대
그 약육강식 가부장적 세계를 벗어날 때가 왔는가?
약자와 강자가 서로 바뀌며 공존하는,
추상과 구체가 순환하는 질서란 어떤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뒤르껭을 비판하는 흥미로운 발표를 들었다.
김홍중교수가 라투르가 열어가고 있는 좀 다른 사회학의 세계를 부각시키려 1843년 생 타르드의 저작을 소개하고 있다.
삼토회에서 주관하는 줌 세미나에 들어가보았다. 스무명 남짓 참석해있었다.
전부 듣지는 못했고 아직 논문도 다 읽지 못했지만 이런 요지라 생각한다.
'사회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뒤르껭이 사회를 개인으로부터 분리시키려
그렇게 심하게 구조/사회적 사실을 강조하지 않았더라면,
뒤르껭과 그 사단이 가브라엘 타르드가 제자를 키우고 나름의 학문적 자리를 만들어가도록 열어두었다면
지금 사회학은 많이 달랐을 것이고
현 난국을 분석하고 타개햐는데 보다 적절한 개념들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구조보다 네트워크를 강조하려는 라투르 학파의 어딘가에서
김홍중 교수는 타르드의 생애를 분석하고
정동, 페이션시, 어셈블리지 개념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논의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맑스가 아니라 타르드였다면,
아니, 짐멜이었다면,
아니, 엥겔스였다면,
꽤 흥미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킬 시의적절한 질문.
강의 마무리 하면서
논문의 개요
가브리엘 타르드와 21세기 사회이론*
정동, 페이션시, 어셈블리지 개념을 중심으로
이 연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망각되었다가 21세기에 본격적으로 재발견되고 있는 가브리엘 타르드의 사회이론을 다음 세 관점을 중심으로 탐구하려는 시도다. 첫째, 정동의 관점. 타르드는 사회를 유기체 나 구조가 아닌 모방 방사(네트워크)의 총체로 보았다. 이때 모방을 통해 전달되는 것을 타르드는 믿 음과 욕망이라 부른다. 믿음과 욕망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흐르고, 변형되고, 전달되는 일종의 정동 적 에너지로서, 타르드가 주창한 ‘간(間)-심리학’의 핵심을 이룬다. 둘째, 페이션시의 관점. 모방 이론을 ‘최면’과 ‘몽유’에 대한 당대의 심리학적 연구에 바탕을 두고 발전시킨 결과, 타르드의 사회적 주체는 타자의 암시와 영향에 노출된 ‘몽유병자’, 즉 수동적 존재에 비유되고 있다. 타르드는 이 원초적 수동성 이 어떻게 창조적 행위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탐구함으로써, 근대 사회과학을 특징짓는 ‘행위자적 편 향’을 넘어서, 겪는 존재의 잠재적 힘에 대한 이론적 관점(페이션시의 관점)을 표명한다. 마지막으로 어셈블리지의 관점. 타르드는 라이프니츠의 모나돌로지를 수용하지만 예정 조화와 닫힌 모나드라는 라이프니츠의 관점을 버리고, 서로 상호침투하면서 서로를 소유하는 역동적 모나드 개념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타르드의 모나드는 라이프니츠의 단순한 실체로서의 모나드가 아닌 복합체로 형상화되며, 사회는 이런 복합체들이 연합하고, 연결되고, 소유하고, 침투하는 공간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타르 드는 미시/거시, 자연/사회, 개인/집단과 같은 이분법을 넘어서는 어셈블리지의 관점을 구체화한다. 타 르드 사회이론은 이를 통해서 근대 사회학의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한 포스트휴먼 사회학의 가능성을 열었다.
주제어: 포스트휴머니즘, 모방, 생기론, 감수-행위자, 모나돌로지, 행위자-연결망 이론, 브뤼노 라투르 *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slimciga@snu.ac.kr). 한국사회학』 제56집 제1호(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