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나의 해방일지> 수다 모임

조한 2022.05.31 17:04 조회수 : 412

 

유튜버들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인류학 현장을 구태여 찾아나갈 이유가 없는 시대.

시공간을 넘어서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며 배운다. 

 

철학적이고 영적인 삶의 차원을 담아낸 주말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주변을 술렁이게 하였다.

또 하나의 문화에서는 19일 수다모임을 하기로 했고

묵상 모임에서도 해방일지 중 기억나는 대사나 장면으로 렉시오 디비나를 하기로 했다.

세상이 '해방일지'를 본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갈리는 것 같다. ㅎ

 

내 기억에 남는 것들: 

 

주인공 염미정이 어릴 때 신에게 기도할 때 

친구들이 "공부 잘 하게 해달라, 입시 붙게 해달라"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며

자기는 "왜 내가 여기에 있는가?" 그 질문만 하게 되더라는 장면.

성취, becoming이 아니라 존재 being에 대한 질문하기

 

구씨가 돈 먹고 튄 애인으로부터 돈 받아주겠다고 하자 

"내가 아무리 바보 멍청이 같아도 그냥 두라고.

도와 달라고 하면 그 떄 도와달라고.

얼굴 붉히는 것도 힘든 사람한데 

왜 죽기로 덤비래?"라고 화내는 장면.

죽기로 덤비는데 익숙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 얼굴 붉히게 된다.

 

헤어지자는 말을 한 구씨가 화 안 나냐고 묻자

"나는 화는 안나. 서운해." 화 안 나냐고 다그치자 

"그런데 화는 안 나. 모르지 나중에 화가 날지"

(상추, 전시장에서 시대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우울하지는 않아. 그런데 막 화가 나")
 

7초 지속되는 기쁨,

하루 오분간의 설레임이면 살아갈 만 하다는 미정 말.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틔어도 살만 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신회장 

"이 바닥에 있는 놈들 같지 않게 

도박도 안 하고 기집질도 안 하고 딴지도(?) 안 하고 

혼자 조용히 술만 마시는 게 마음에 들어서 여기까지 같이 왔는데 

이제 그 술이 문제야."

 

결국 주인공은 창희가 아닌가 싶다.

부산스럽고 철이 덜 든 것 같지만 한 순간에 영혼의 소리를 듣는다는 본능이 살아 있는 듯한 창희

지금 시대에 필요한, 죽어가는 존재를 위로하는 세계로 들어가는 창희라는 인물이 이쁘다. 

 

"막막해서 어디가서 기도라도 하고 싶은데 갈 곳은 편의점 밖에 없더라. 

내가 그런 놈이야 

내가 있을 자리 귀신같이 알아보는.

할아버지가 갈 때 보내드리고 

엄마 갈 때 보내드리고..."

 

불치병에 걸린 친구의 애인 혁수의 병실에 들러게 된 창희 

불현듯 깨닫게 되는,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이유  

 

"형, 미안해 괜히 불안하게 해서.

형 나랑 둘이 있자 내가 있어줄게

나 이거 팔자 같다. 근데 난 내가 나은 것 같애

보내드릴 때마다 여기 내가 있어 다행이다 싶었거든

귀신 같이 또 발길이 이리오네 

...

그러니까 형 겁 먹지 말고 편안하게 가

나 여기 있어."

 

삼시 세끼 밥에 참 준비하고

밭일도, 목공일도 돕던 어머니.

죽음으로 해방된 그녀는 대사도 별로 없다. 

서춘희 시인은 기정이라는 인물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하던데

그런 낯선 모습과 좀 친해볼까?

이번ㄴ 기회에...

 

각자의 생명력의 원천,

우울하지 않고 화가 난다는 이들과 우울한 이들이,

고정희 시인의 표현처럼 따뜻함이 쓸쓸함과 같이 삶을 이어간다.

목록 제목 날짜
274 9월 17일 순자 삼춘 한글 공부 file 2022.09.22
273 우연성에 몸을 맡기는 것 2022.09.22
272 9/18 아침 단상 <신들과 함께 AI와 함께 만물과 함께> 2022.09.18
271 AI 시대 아이들 긴 원고 file 2022.09.12
270 8월 6일 LA 엿새째 file 2022.08.07
269 8월 5일 LA 다섯번째 날 2022.08.05
268 8월 4일 LA 네번째날 한국 소식 2022.08.05
267 8월 3일 LA 브렌트우드 집의 정원수와 풀들 file 2022.08.05
266 8월 2일 천사의 도시 둘쨋날 file 2022.08.05
265 8월 1일 LA 둘쨋날 월요일 file 2022.08.04
264 다시 천사의 도시 LA 첫쨋날 file 2022.08.04
263 맘모스 마지막 날 죄수들의 호수 file 2022.08.04
262 ageism '플랜 75' 여고 카톡에 오른 글 2022.08.04
261 맘모스 14일째 금요일 록 크릭 대신 루비 레이크 file 2022.08.03
260 맘모스 13일째 스키 대신 자전거 file 2022.08.03
259 맘모스 12일째 요세미티 행 file 2022.07.29
258 맘모스 11일째 트롤리 일주, 그리고 잼 세션 file 2022.07.29
257 맘모스 10일째 크리스탈 레이크 file 2022.07.26
256 맘모스 9일째 레게 파티 file 2022.07.25
255 맘모스 7일째 file 2022.07.23
254 맘모스 6일째 file 2022.07.22
253 맘모스 5일째 file 2022.07.21
252 맘모스 4일째 file 2022.07.21
251 맘모스 3일째 타운 트롤리 그리고 오래된 관계 file 2022.07.19
250 오늘의 주기도문 2022.07.19
249 맘모스 레이크 둘쨋날 file 2022.07.19
248 노희경의 기술, 겪어낸 것을 쓰는 삶의 기술 2022.07.19
247 맘모스 레이크 첫쨋날 2022.07.18
246 아랫목에 버려졌다는 탄생신화 2022.07.18
245 오랫만의 기내 극장에서 본 영화 세편 2022.07.13
244 발제 제목은 <망가진 행성에서 AI와 같이 살아가기> 정도로 2022.07.13
243 제주는 잘 진화해갈까? 제주 출신 지식인의 글 2022.07.13
242 해러웨이 관련 좋은 글 2022.07.13
241 세옹의 선물 2022.07.06
240 영화 세편 2022.06.11
239 오늘 아침에 듣는 노래 2022.06.07
238 416 시민 대학 2022.06.07
» <나의 해방일지> 수다 모임 2022.05.31
236 드라마 작가의 노고 2022.05.30
235 기후 변화, 논리적으로 말하기보다.... 역시 문체야 file 2022.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