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모스 12일째 요세미티 행
7월 27일 수요일
저 작은 박스에 하모니카가 열대여섯개, 코드 별로 들어 있고
무슨 노래든 3단계 높여서 불면 된다며 만능 요술 박스를 마련하라고 권했다.
어제 산을 올랐다고 오전에는 쉬었다.
오빠는 어제 하모니카를 분 허리케인 리키를 초대해서 렛슨을 받고 있었다.
음악과 스포츠와 미식,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게 만들고 싶은
오빠의 산만한 삶/삶을 향유하고자 하는 태도는 77세가 되어도 변함이 없다.
67세라는 허리케인은 젊을 때부터 이곳에서 스키 코취, 스키장 페트롤 등을 하였고
벽난로 설치 등 건축일(?)도 하고 음식 배달이 필요한데 아무도 안 해서 음식 배달업을 했다고 한다.
저녁에는 즉흥 공연을 하고 작곡도 하고 음반도 낸 팔방미인이다.
마침 오빠가 사는 캘리포니아 실 비치 동네에서 태어났고
동생이 아직 살고 있어서 그 동네 음악하는 카페 등에 대해서도 바싹 알려주고 있었다.
서구 개인주의 사회의 영리하고 부지런하고 예술적인 개인의 모델을 보는 듯 하다.
그는 블루스를 급하게 부는 오빠에게
와인을 두 잔 정도 마신 것처럼 힘을 빼고 가야 한다고 일렀다.
그렇게 급하게 가면 블루스가 아니라면서 속도 조절과 힘빼기에 대해 강조했다.
퍼져 있기, 긴장 풀기!
그 외는 거의가 좋은 정보 제공.
어디서 좋은 하모니카를 사는지,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면 렛슨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지
누가 좋은 온라인 렛슨을 해줄 수 있는 지 등등을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온라인 세상에 정말 제대로 된 선생의 모습이다!
요즘은 스키는 안 타고 추울 때는 바하 캘리포니아 멕시코 어촌에 가서 지낸다고 했다.
너무 추운 맘모스는 67세의 나이에 힘들다면서
멕시코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 재미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멕시코에 싸게 가려면 산디에고에 주차하고 멕시코 항공을 타고 가면 80불이면 간다는 정보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곳에서 계속 공연을 기획하고 사람들 불러모으고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즐기고 있다고 했다.
그전에는 이곳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는데 스키 시즌이 아닐 때는
자기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슬슬 이 곳을 떠날 준비를 하는 듯 하다.
웅장한 바위산을 볼 수 있는 요세미티는 아주 일찍 정원이 차서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그런데 4시 이후에는 허가 없이도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한시에 출발해서 요세미티로 향했다.
대학원 시절 아주 자주 와서 바위산을 탔었고
잘 하는 친구들은 하프 돔 half dome 등반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귀국한 후에 탁월한 여성 rock climber 산악인들을 만나서
그 팀의 요세미티 원정을 우리가 지원하기도 했던 추억의 장소다.
그때 지원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우리 부분의 강요로
그 분들 라이드 주고 등등 무척 힘들었다고 언니에게 원망을 듣기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을 벌이는 사람들은 이렇게 늘 주변에 피해를 주고
주변에서는 일을 해 놓고 억울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고 지금이라도 언니와는 그 이야기를 한번 해서 풀어야 할 것 같다.
타요가 패스에 오니 차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네시가 되면 들어가려는 차들이다.
잠시 시간이 나자 오빠는 또 사람들을 만나러 갔다.
앞차는 프랑스에서 온 가족인데 9살짜리 막내 딸이 BTS팬이라고 한다.
오빠 둘도 꽤 컸는데 한국 청소년의 전형적 표정
-스마트폰의 세계와 멀어져 만사가 별로 재미 없다는 표정-은 없고 순진하고
동생과 잘 놀아주고 활발하게 팬클럽 활동을 하는 여동생을 존경하는 것 같았다.
오빠는 그들고 말을 걸고 잠시 시간이 나니까 메도우 초원을 걷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우클레레를 치고 놀았다.
그 가족을 우리와 그렇게 산책하고 잠시 노는 것에 매우 즐거워했다.
가는 길에 또 도로 공사로 한참 막혔다.
이번에 앞차 역시 프랑스 커플과 세 아이가 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은진의 지도로 타이치 서 있는 자세를 함께 배웠다.
어디가나 친구를 만드는 만인의 친구 되기 실천팀이 된 듯 하다.
드디에 숨이 벅차오르는 광경.
바위로 둘러싼 지상의 예술작품 속에서 넋을 잃다.
캡틴 판파스틱스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한 집에 아이가 일곱이 있나부다.
이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이미 사회가 있어 표정이 좀 다르다.
프랑스에서온 또 한 가족. 씩씩하고 화목한 가족이다.
그런데 이 집도 아들 둘에 막내 딸, 이런 조합이 대세인가....
이런 조합이 제일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딸 둘에 막내 남자 동생?
낳으려면 셋, 아니면 안 낳고 이웃 아이를 자기 아이처럼
동네에서 함께 키우기.
이 막내딸은 나중에 대통령을 하고 오빠들이 돕겠지. ㅎㅎ
프랑스 가족의 소녀는 이미 rock climbing 선수다.
나무 가지가 반쪽으로만 뻗고 있는 것은 왤까?
스마트폰 바테리가 다 나가서 사진은 그만!
오늘의 마지막 에피소드
요세미티 빌리지에 가서 하프 돔 밑에서 피자를 먹고 쉬는데
두 남자 형제가 나무로 칼 놀이를 하다가 험악해지고 있었다.
지나가던 오빠가 이를 감지하고 다가가 노래 해볼래? 라고 말했다.
그러니 우리 노래 안 해요, 노래 몰라요. 라고 응수한다.
"happy birthday, 그 노래 아나?" 라더니
뒤로 돌아서 큰 소리로 "오늘 생일인 분?"라고 말했다.
한 쪽에 십여명 모여 있던 데서 생일날인 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오빠가 그 소년들과 가까이 가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쭈빗거리던 아이도 노래를 불렀고 주변 사람들이 다 노래를 불렀다.
잠시 '우정의 세계'가 펼처진 순간이었다.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한 사람의 친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따뜻한 환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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