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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모스 14일째 금요일 록 크릭 대신 루비 레이크

조한 2022.08.03 13:42 조회수 : 211

오늘은 좀 일찍 움직여서 두시간 짜리 하이킹을 하는 날이다.

록 크릭 rock creek은 이 근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입구에 "이곳은 검은 곰들의  생태계habitat 입니다."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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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lake로 가는 길은 언니가 좋아하는 코스인데 올해 언니네는 오지 않았다.

아마도 앞으로 오기 어려울 것이다.

고산병으로 조금 힘들어했었는데 이제 나이가 있어서 그만 오기로 했다.

전박은 언니가 좋아하는 코스가 아니라 산길로 직진해서 올라가서

루비 호수를 만나게 되는 코스로 가보기로 했다.

 

전박은 일찍 서둘러야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다고 해서 서둘러 떠났다.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를 못해서 먼 곳에 세우고 아스팔트를 걷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굳게 믿는 그이기에 

우리는 아침에 두시간이나 일찍 서둘러야 했다.

그래도 며칠을 농땡이를 쳤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랐다.

즐기기 전에 모든 편리함과 효율성을 100% 고려해서 사고 없는 등산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전박은

동행하는 사람들을 늘긴장하고 힘들게 만든다.

그의 리더십에 100% 맞추어주었던 분은 네팔 트렉킹과 일본 알프스를 함께 갔던 조박 두 여성 뿐이다.

그 두 분은 전박을 꼬박꼬박 대장님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원래가 완전 범생이 들이었다!

이번에는 전박은 변함없이 긴장감을 주고 있었다.

 

록 크릭 rock creek은 실은 놀멍 쉬멍 가장 즐겁게 갈 수 있는 코스다.

내내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서 초원과 산을 동시에 보면서 갈 수 있다.

전에는 모기가 좀 있었는데 최근에는 추워져서인지 모기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코스를 안 가고 루비 호수로 간다고 물어보지도 않고 캡틴 전박이 정했다.

등산법도 전박사가 알려주는 방식으로 간다.

한국식으로 죽어라 같이 걷다가 숨이 막히면 쉬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의 페이스대로 걷는 시에라 클럽 방식이다. 

쉬지 않고 숨에 집중하면서 명상하듯 걷는 것.

사실 나도 이 방법을 선호한다.

쉼없이 가다보면 초원이 나오고 한 구비를 돌면 어느듯 아름다운 호수가 그림처럼 나타난다.

그곳에서 간식을 먹고 몸을 닦고 쉬다가 예전에는 글레이셔 빙하를 지나 바위로 된 등정에 올랐었다.

그레시아 빙하를 걷고 오줌줄이 짜릿해지는 바위를 타고 꼭대기에 올랐던 때가 그립긴하다.. 

그곳에서 보는 호수 장면은 또 다른 절경이다.

그러나 요즘은 호수가에서 노는 것으로 족하다.

 

캡틴 전박은 높은 산에 가면 12부터 날씨가 나빠지기 때문에

그 시간이 되면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늘 주장해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호수까지 못가도 내려간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렇게 하늘이 청명하고 시간은 남아도는데 우리가 원정을 왔남?

반역이 시작된다.

호수 가까이 가면 그 물로 인해 생긴 초원을 만나게 되는데 아직 멀었나부다.

그래도 내려갈 수는 없다. 

나는 호수가 보이는데 데까지는 가겠다고 했고 

내 마음을 읽었는지 진진도 호수 보는 곳까지는 가고 싶다고 똑똑하게 말했다.

캡틴 전 앞에서 반하는 말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ㅎ

그간 그의 학생들은 아주 죽어지냈던 듯.

나는 왜들 그렇게 기가 약한지 가끔 궁금해했지만

여튼 나도 좀 다른 유형이지만 독재자였을 것이다.

교수들, 캡틴들은 다 자성해야 한다.

그런데 자성하려고 보니 마침 모두가 캡틴이 되어 있다.

그간 숨죽였던 이들은 더 큰 목소리를 가진 캡틴이 되어있고 

일곱살짜리 꼬마도 "내 삶의 주인은 나!"

고무적인 일이면서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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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호수를 보고 몸을 담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십분을 더 갔는데 우와, 어여쁜 초원을 지나 그림 같은 호수가 나왔다.

바로 앞이 호수인데 캡틴은 왜 오산을 했지? 

나이가 들어가는 캡틴이 슬프다.   

우리는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오빠는 몸을 담그고 캡틴은 잠시 자는 것 같다.

 

오는 길에 자주 들르던 로컬 식당,

이곳 동네가 생길 때 생긴 탐스 플레이스 tom's place에서 전형적 미국식 서부 점심을 먹었다.

나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일인분 시키면 두 명이 먹고 남는 햄버거와 패스트라미 샌드위치 등

그래도 감자 수프와  피시앤 칩스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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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수영하고 쉬닥 남은 갈비 구이와 구왁가몰리와 김치로 포만감 있는 식사를 하고 

빌리지 록 페스티발에 참여했다.

지난 주 레게 축제 때와는 또 좀 다른 인구들이 모였다.

백인 청년들이 많았고 어린 딸 둘을 데리고 춤추고 싶어 안달이 난 아빠도 있었다.

내가 봐주겠다고 했는데 5살난 딸이 따르는 듯 하다가 경계 하기 시작했다.

하기야 경계를 해야 할 만큼 이쁜 여자애 둘. 이 아이들은 또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옆에 앉는 라틴계 아주머니가 팝콘을 주겠다고 해도 안 받는단다.

 

목을 빼고 걷는 오빠는 진진에게 잡여서 자세 교정법을 배웠다며

어깨를 재치고 걸으며 뒤늦게 왔다.

데낄라 칵테일을 사가지고.

모두가 서서 있어서 피곤한 나는 중간에 놓인 의자이 앉았다. 

그래도 두시간 남짓 빡세게  하이킹을 해서 피곤한 모양.

 

대단한 여성 보컬이 나타나서 군중이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나 볼륨이 크고 목청도 큰 중년 여성의 카리스마가 빛을 달한다.

군중을 한시간 반을 환호했고 끝내 앵콜 공연.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을 부르며 다 같이 부르자고 했다.

한국인만 떼창을 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다 같이 목소리 높여 불렀다.

"Teacher,  leave us alone"  

 

 백인들이 주도해서 진화시킨 문화가 있고

이 스키 동네는 그들의 문화가 지배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한다면 그 문화를 잘 발전시키는 것이 답이다. 

내년에도 좋은 록 페스티발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 

늙어가는 남성 밴드 로커들 일색이었는데

이 팀은 세대가 섞이고 일당백 여성이 있어서 기운이 좋았다.

또 한 해 건승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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