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라는 사나운 팔자와의 동거
'발전하는 근대'에 문학을 하는 사람은 주홍글씨를 단 사람들이었다.
스스로 시대와 불화하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불운한 존재로 감지하는 사람들이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까? 모두가 문학을 하고 싶어한다. 모두가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神)이 아픈 날 태어”나 이상 감각을 타고난 존재. 전쟁중에 안네 프랑크는 책을 읽었기에 살아남았다. 피난 버스 속의 우크라이나 소녀도 책을 읽는다.
(한겨레 신문 11월 28일 <피난 버스 소녀 책 읽으면 딴 세상" 도서가 위로를 건넸다.임인택 기자) 한국도서관 사서들도 지금 아이들처럼 아이들이 그리고 쓰기에 집중한 적이 없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른 위로하며 평화의 간절함 키우고 있다
“문학이라는 사나운 팔자”와의 동거
입력2022.12.03. 오전 12:06
김상미 지음
문학동네
팔자타령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인생의 비관론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신세 한탄의 힘으로 스트레스를 방출한 다음 힘겨운 인생길 또 한고비를 넘으려는 사람 아닐까. 다섯 번째 시집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를 낸 시인 김상미는 “문학이라는 그 사나운 팔자”와 어떻게든 사이 좋게 동거해보려는 사람이다.
시집에 따르면 김상미씨는 “더럽게 춥고, 어둡고, 외롭고, 고달파도”(‘문학이라는 팔자’) “설사 시가 아니라 해도/ 삐뚤삐뚤, 비틀비틀, 넘어지고, 엎어지면서도” (‘시인의 말’) 계속해서 시를 써왔다. 마치 그것만이 문학 하는 팔자, 그 지독한 불운과 화해하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랭보·윤동주 같은 시인들의 문학이 결국 죽음까지 뛰어넘어 지금까지 반짝반짝 빛나지 않느냐는 것이다.
오늘의 김상미 시편이 훗날 문학사에 살아남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다만 “신(神)이 아픈 날 태어”나 어딘가 이상 감각을 타고난(혹은 체득한) 시인의 눈에 비친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병든 시인, 병든 신 이상으로 병들어 있는 듯하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나라’ 같은 시는 세태 비판시다. ‘제발 잡히지만 말고’ 같은 작품은 속도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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