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캠프 2- 소년의 성년
사피엔스 캠프 2: 일지
참가자 : 2012년 3월 생 H와 4월 생 M 12세(한국나이)
함께 하는 어른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림 선생님
원명선원 사피엔스 캠프에서 마음 찾기를 M은
이제 3주간 할아버지와 함께 집을 떠나 지내보기로 했다.
친한 친구 H가 동행하기로 했다.
미국이라는 나라, 그 중에서도 하와이 섬에서 3주.
할아버지는 거북이와 나와서 노는 해수욕장 근처에 집을 빌렸고 월수금 서핑 렛슨을 하기로 했다.
그간 엄마와 엄마 친구들 사이에서 주로 지내왔는데
이제 나이든 어른 남자와 지내면서 다른 경험과 세계를 만나가는 것이 목적.
일정하게 성년식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할머니와 그림 선생이 곁에서 관찰도 하고 조금씩 도울 생각이다.
M은 키가 훌쩍 커지고 코 밑이 거뭇해지고 목소리도 변하면서 사춘기 초입에 들어가고 있다.
‘자기 마음’을 갖기 시작했고 자기 결정권을 극히 중시한다.
자기 마음이 아니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꿈쩍도 않는다.
그런데 H는 아니었다.
한달 먼저 태어난 H도 M과 비슷한 사춘기로 들어가려니 했는데 아니었다.
K가 엄마가 보고 싶어서 연신 눈물을 글썽거린다.
함께 간 이모들은 "울어도 좋아"라고 말하면서 달래곤 하는데
이모들만 보면 더 자주 눈물이 나온다.
H는 지난 여름 4박 5일 지리산 캠프 갔을 때도 엄마가 보고 싶었다고 한다.
캠프 끝나고 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가 있어서 이상했다고 한다.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글썽이는데 반해 M은 그런 마음은 별로 없다.
조부모가 있어서 이긴 하겠지만
집에 있는 반려견은 좀 보고 싶다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릴 때도 엄마가 보고 싶었던 기억이 없다.
성향의 차이도 있을테지만
H의 지극한 엄마 사랑은 좀 특별한 듯 하다.
원래가 따뜻한 아이여서 일까?
엄마가 막강하게 욕구를 충족 시켜주는 경우여서일까?
대가족에 장손 대우는 받는 가족내 위치, 또는
경쟁적인 누나와 엄마 사랑으로 다투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엄마가 싫을 때는 없나, 엄마의 모든 것이 좋은가?
그 나이가 되면 엄마의 싫은 부분도 보이고
세상을 자기 눈으로 보게 되면서 불만도 많아지는데 H는 그렇지 않나?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여자들은 마마보이를 싫어하는데 마마보이가 무엇인지 아는가?
수영장에서 빈둥거리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H는 엄마가 아르바이트를 안 하게 되면 이곳에 올 수 있다며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가 와도 되는지? 그리고 엄마에게 안 와도 된다고 하는 것이 좋은지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의논하는 것 보면 어른스럽기도 하다.
어둑해지는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꽤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자리는 솔직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일단 H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이번 사피엔스 캠프에서 풀어야 할 일차 미션이 되었다.
일단 소년들이 나와 큰 방에서 같이 잤는데
침실을 할아버지 방으로 옮기기로 했다.
할아버지가 초대한 할아버지의 캠프이니
남자들의 캠프로 제대로 가자고 했다.
조바심을 내며 한국에 전화를 한 H는 엄마가 일을 하게 되어서 못 오게 되었다고 했다.
못내 아쉬운 K에게 엄마에게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고
H는 3주를 잘 견뎌볼 결심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밤에 그림 선생과 엄마 얼굴 그렸다.
H의 말대로 H는 엄마에게 왕관을 씌었고 궁전 같은 집을 지었다.
그 마음이 잘 보여진 아주 아름답고 밝은 집이다. (그림 삽입)
M은 엄마를 머리 빚을 때 쓰는 빚이고 거울이라며 추상화를 그렸다. (그림)
물감과 숯 등을 주면서 그림을 그리라고 한 그림 선생은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그 것에 집중하게 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문제 의식 1: 소년의 엄마 사랑, 모자 분리 불안, 마마보이
성년식: 남자로 큰다는 것, 유교적 남녀 칠세 부동석
Nancy Chodorow의 Reproduction of Motherhood
사내 아이들이 7세가 되면 사랑채로 내보냈던 관습은 지혜로운 데가 있다.
그 나이가 되면 적어도 절반의 시간은 남자들과 같이 보내는 환경에 지내는 것이 좋다.
남편들이 밤에만 오더라도 와서 권위 있는 가장의 자리를 차지 했던 산업도시화 초기와 달리
여성들도 직장을 나가고 남편 없이도 가정을 꾸려갈 수 있는 상황이면서
여전히 여자들이 자녀 양육을 대부분 맡게 되는 구조는
남자아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엄마의 막강한 간섭과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달리 갈 곳이 없다.
그래서 게임에 빠지고 몰려 다니며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계급, 성별, 인종간 차이가 별로 상관없는 개인이 중시되는 때가 오리라 믿었지만
역사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저절로 그렇게 갈 리가 없음이 자명하다.
국가조직을 위한 국가, 돈을 위한 국가는 고스란히
남녀간 차이를 비롯한 계급과 인종과 그외 많은 차이를 차별을 활용하며
다수의 국민들을 탈락 시키고 있다.
엄마를 떠난 두 소년, AI와 함께 낯선 시대를 살아갈 신인류/사피엔스를 이런 문제의식에서 지켜보려고 한다.
3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