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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협동조합 10년의 수다> 추천의 글

조한 2023.07.14 15:49 조회수 : 168

<안심 협동조합 10년의 수다> 책 출간에 붙이는 글

 

'내일이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줄임버전


1) 마을은 상생의 기운이 자라는 시공간이다서열을 만들고 다투는 이권 조직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고 북돋우는 보호막이자 연결망이다. 안심 마을의 다정함의 10년사는 사피엔스의 운명을 알아차리고 문명 전환을 시도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지속 불가능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내일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다정함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이 책을 꼭 참조하기 바란다

 

 2)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는 근대 이성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나는 관계하고 돌본다고로 존재한다는 명제 아래 모든 죽어가는 존재들을 돌볼 때이다안심 마을은 지금 돌연변이와 자연도태의 진화 과정을 거치며 노아가 방주를 짓고 있는 중이다 노아의 방주가 많아질 때 인류는 여전히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다정한 이들과 함께 노아의 방주를 짓는 이들이 늘어나기 기대하며 이 책을 권한다.

 

긴글

십여 년 전 안심 마을사랑방 모임에 초대받아 갔었다. 3050 남녀가 모여 다. 있었는데 아빠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오지라퍼 엄마들이 중심을 잡고 있었다. 이 마을은 장애 비장애 통합 어린이집과 작은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 비장애 통합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는 마을은 떡잎부터 알아볼 수 있다. 약자와 공생하는 상호 돌봄의 힘과, ‘다름이 지닌 가능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했으니 잘 갈 수밖에 없는 마을이다. 주민들은 공동육아를 하고 세대가 어우러지는 축제를 열고 장터를 벌이다 보니 마을 카페와 부동산 중개소를 차려지고 공동구매를 하다가 로컬 푸드 가게를 열 구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때는 잘 먹고 잘 놀자의 구호로 의기투합했는데 지금은 안심하고 먹고 놀자로 바꾸었다고 한다. 절묘한 시대 감각이다. 새것을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사회를 만들어간 지 10, 그 이야기를 모아 책을 낸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 붓을 들었다.

 

<기억의 퍼즐 맞추기>라는 제목의 첫 장에서 윤 문주 님은 이렇게 말한다. “그냥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고, 장애인들과 함께 잘 사는 동네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처음에는 마을 도서관 아띠나 돌봄 사업에 주력하다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문화 사업도 해봤고 도시락 사업도 해 봤지만 실패했어요. 그러다가 교육받으러 서울도 가고, 농부 장터도 방문하면서 로컬 푸드가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사실 그녀는 사업에 실패한 적이 없다. 미래가 없는 사냥꾼의 세계를 떠나 살림의 세계를 만들고 있었을 뿐이다. 서로를 갉아먹는 승자독식 체제를 벗어나 우정과 환대의 마을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마을은 전근대적 마을도 근대적 마을도 아닌, 탈근대적 마을이다. 그 마을이 얼마나 좋은 마을인지를 보려면 두 가지 질문을 하면 된다. “개인의 성장이 사회의 성장과 연결되는가?”라는 질문, 그리고 마을에 작동하는 원리가 얼마나 모성적인가?”라는 질문이다.

 

먼저 개인의 성장이 곧 사회의 성장이라는 전제를 살펴보자. 안심 마을에서는 일상의 재미와 쌓여가는 추억들이 사업이 되고 정치가 된다. 그림과 기타, 독서 동아리, 포도주와 치즈 시음회, 매장에 남은 재료로 차린 일 제철 과일을 손질하고 졸이는 사이사이 웃음이 터지는 부엌 식탁, 마을 아이가 깬 횟집 수족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벌인 깜짝 회 파티, 조합 자금 확보를 위한 팩 차기 놀이는 취미 활동이 아니라 호모 루덴스와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호모 폴리티쿠스의 정령이 제대로 살아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삶의 현장이다. 거대 국가와 거대 자본의 의 압력에서 벗어나 아래로부터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움직이면서 예상치 못한 기적을 일어난다.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지고 협동조합 사업들이 굴러가기 시작하면 이주했던 동향인 들이 돌아오고 청년들이 이주해오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관계 인구응원 인구가 늘어난다.

 

이런 차원에서 탈근대적 마을 주민들은 개인의 위기를 사회적 기회로 만들어내는 마술가들이다. 연줄과 조직을 통해 이권 챙기기에 급급했던 그간의 지역 사회 마피아리더들과는 달리 주민들은 소통하고 배우면서 우정과 환대의 사회를 일구어낸다. 배움의 기쁨 속에 스스로 훌륭해지는 시공간, 즉흥성과 자발성, 재미와 덕질이 이루어지는 생성의 시공간은 그 자체로 공동체성과 공공성과 지역성과 기업성을 담아내게 된다. 반목하던 주민들이 우정을 나누게 되면서 5천 명 인구의 마을이 10만 명 관계 인구의 응원 속에 기적의 마을로 태어난 <미나미오구니 마치> 사례처럼 말이다. ([돈 버는 로컬] 야나기하라 히데야 지음 2023) 최근 지역 재생 연구자들이 말하는 <15분 도시> <돈버는 로컬> <시골의 진화> 등은 모두 시민적 자치와 우정의 기반 위에서 성공한 사례들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연구자들과 공무원들의 이주가 이런 변화를 가속화시킨다. 이렇게 해서 마을은 소멸이 아니라 생성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이 마을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두 번째 질문, 마을에 작동하는 원리가 얼마나 모성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아빠들은 자신들이 마을의 주역이 아니라 응원자이자 후원자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도 이 현상을 부각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아내를 부지런히 '돕기'는 하지만 남자들끼리 당구치고 술을 마시며 전우애를 다지며 마무리를 해야 하는 족속. 도구적 이성과 편먹기에 급급한 반쪽 사피엔스의 후예로서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 마을 아빠들은 아재 어디가?”라는 모임을 만들어 동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함께 키웠다고 한다. 오래가지 않아 아재들끼리만 포항 가서 놀고 아재만 어디가로 남았다는 후일담도 들리지만, 마을에 사는 아빠들은 진화중이다. 승자독식 약육강식이 아닌 상호 협력과 동고동락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사냥꾼의 세계에서 돌보는 자의 세계로 들어갈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제사나 재산상속이라는 가부장적 제도와는 무관하게 다음 세대와 연결된 연대적 존재로서의 감각을 회복하려는 다정하고 겸손한 사냥꾼들의 출현을 기대하게 되는 지점이다.

 

마을은 무엇보다 모성적 사유가 살려지는 삶이 회복되는 곳이다. 돌봄은 강함이 아니라 연약함에서 시작한다. 류적 존재로서의 사피엔스의 특성인 무력한 갓난아기를 키워내는 행위에서 시작하는 세계이다. 인류 진화론자들은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지금껏 멸종하지 않고 살아온 것은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정한 존재였기 때문임을 밝혀내고 있다. ‘적자생존은 틀린 말이며 인류사회에서 최후의 생존자는 친화력이 좋은 다정한 자였다.”라고 말한 헤어와 우즈의 말을 새길 때가 되었다.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남자들이 주도하는 현실을 두고 수전 그리핀 (2018)은 아래와 같이 경고한 바 있다. “아이들의 욕구를 이해하지도, 이에 반응하지도 않는 이들, 피부의 연약함을 모르는 이들, 또는 그 연약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손에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은 분명 위험한 일이다.”

 

마을은 유한성과 취약성이라는 삶의 조건을 받아들이며 서로를 채워주는 관계망이다. 그 관계망 없이 인간은 살아갈 수가 없다. 뒤늦게나마 지금 우리는 그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재난이 파국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공감의 부재가 파국임을 깨달아가고 있다. 그래서 고통을 나누고 서로의 곁이 되어주고 존중하고 사랑하고 함께 애도하는 삶의 장을 열어가고 싶어 한다. 돌봄을 받는 사람은 대상이 아니라 이 관계의 또 다른 주체이며 따라서 돌봄은 상호 돌봄의 행위라는 것, 아무리 큰 난국 속에서도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 속에 있을 때 그 취약함은 가능성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이런 인간의 능력을 두고 우치다 다츠루는 혼자 못 사는 것이 재주라고 표현하고 나는 종종 결핍이 축복이라고 말한다. 김종철은 이반 일리치의 말을 빌려 우정이란 대기 속으로 흩어지는 숨결을 함께 마시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마을은 이런 상생의 기운이 자라는 시공간이다. 서열을 만들고 다투는이권 조직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고 북돋우는 보호막이자 연결망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근대 이성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나는 관계하고 돌본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 아래 모든 죽어가는 존재들을 돌보고 망가진 지구를 되살려내야 할 때이다. 안심 마을의 다정함의 10년사는 사피엔스의 운명을 알아차리고 문명 전환을 시도하는 이야기이다. ‘지속 불가능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내일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다정함의 역사가 살아 있는 이 책을 곁에 두기 바란다. 지금 안심마을에서는 돌연변이와 자연도태의 진화 과정을 거치며 '노아가 방주를 짓고 있는 중이기 떄문이다. 노아의 방주들이 많아질 때 인류는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다정한 이들과 함께 노아의 방주를 짓는 이들이 늘어나기 기대하며

2023714일 조한 혜정 씀 (선흘 볍씨 마을 주민, 문화인류학자,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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