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고통의 시학

조한 2023.08.02 04:17 조회수 : 284

오빠 서가에서 가져온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니체 이야기가 나온다.

 

<니체에게 다가온 신의 콜링

 

"미쳐서 죽었지요. 광인으로 떠나지 않았습니까?"

 

"사건이 있었어. 토리노 광장에서, 우체국으로 편지부치러 가다가 늙은 말이 채찍질을 당하는 걸 본 거야. 무거운 짐을 지고 끌고 가려는데 길이 미끄러우니 계속 미끄러지지 마부에게 채찍질을 당하는 늙은 말을 보고, 니체가 달려가서 말 목을 끌어안고 울었다네 자기가 대신 맞으면서 "때리지 마 때리지 마' 하고 울다가 미쳤지.

 

'어머니 저는 바보였어요'라고 마지막 말을 웅얼거리고는 십 년간 식물인간처럼 살다 죽은 거야. 그게 그 유명한 '토리노의 말이지. 그게 바로 니체에게 다가온 신의 콜링이라네."

 

"무슨 말씀인지요?"

 

“토리노 광장에서 얻어맞는 말이 예수야. 채찍질 당하고 허적대는 늙은 말 그게 십자가를 메고 가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Jesus Christ지. 그러니까 가서 말의 목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던 걸세. 자기가 늙은 말하고 무슨 관계가 있겠나? 가까우면 마부하고 가까워야지. 그런데 니체는 그때 인간의 대열에 끼는 게 창피해서 인간을 거절했다네. 인간에서 벗어나려고 한 게 초인이거든.>

 
34쪽에 나오는 이어령 선생과 김지수 작가의 대화다.
 
근대의 위대한 작가들은 대부분 단명했고 극도의 고통속에서 살았다(고 전해진다).
산업화 초기 극심한 가난과 일이차 대전을 치르기까지
서구 근대화의 핵심부에서 살았던  '위인'들,
시대의 비참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창작을 했던 그들은 단명했다.
그들을 광인이라 부르며 떠나보낸 시대의 후손들은,
아직도 그들을 호명하며 그들의 위대함을 칭송하며 그들의 언어로 문제를 풀고자 한다.
 
그 비참의 뿌리는 깊다.
'축의 시대', 예수 이전 선지자들이 비통한 예언을 하던 때부터
무력과 탐욕에 가득찬 이들은 지배하고 시민들은 비참한 삶을 견뎌야 했다. 
그 비통함은 옷을 바꾸어입었을 뿐,
철기 시대 이후 정복자들이 지배한 역사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비통함과 탄식의 언어로 치유가 가능할까?
예수가, 석가모니가, 무하메드가 내보였던 희망의 메시지는 어떤 것이었나?
비통함과 애통함을 넘어서는 언어,
신음을 넘어서는 언어, 
서로를 위로하고 때로 기쁨에 겨워 함께 웃는 소통의 세계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현실을 건너 뛰어 서로 지지가 되는 이야기,
서로 돌보고 치유하는 시대의 말하기,
비참함을 통과하여 새 살이 돋는 이야기,
비참함 가운데서도 뼈를 갉아먹지 않고 살아남은 비법,
상생의 질서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의 문학 이후, 바깥 어딘가에서 나오고 있는 이야기들.
마를린 고리스의 <침묵의 질문> <안토니아스 라인>과 같은 이야기,
그런 삶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길 고대한다. 
목록 제목 날짜
470 The Story of A Colonial Subject Who Remembers Through the Body 2025.05.08
469 언세대 문과대 110주년에 2025.05.01
468 공생적 상상력을 키우기-작아 인터뷰 글 2025.04.30
467 < 마르셀 모스의 『선물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2025.03.27
466 스마트폰 소송을 검토하다 2025.03.27
465 트럼프가 부정한 성별, 자연은 답을 알고 있다 2025.03.10
464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2025.03.07
463 내편, 네편은 없다···‘거래’만 있을 뿐 2025.03.06
462 흑표범, 알 수 없는 것을 포용하게 해주세요 2025.03.02
461 _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묵상 2025.03.02
460 책 사람과 북극 곰을 잇다- 지구의 날 기도문 2025.03.02
459 citizen, rebel, change agent & reformer 2025.02.15
458 하자 곁불 2025.02.04
457 yin MENT 인터뷰 질문 2025.02.04
456 지구와 사람 라투르 찬미 받으소서 2025.01.19
455 유물론에서 끌어낸 낯선 신학 2025.01.19
454 ‘죽은 물질 되살리는’ 신유물론 고명섭기자 2025.01.19
453 라투르 존재양식의 탐구 - 근대인의 인류학 2025.01.19
452 할망 미술관, 희망은 변방에서, 엄기호 2025.01.19
451 손희정- 그래서 시시했다/너무 고상한 죽음? room next door 2025.01.12
450 AI가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 - 얼르는 버전 2025.01.12
449 AI가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 2025.01.12
448 인간의 두려움 달래는 시 + 인간인척 하는 AI 2025.01.12
447 male frame female pictures 2025.01.05
446 감기 2024.12.30
445 걱정 드로잉과 재난 유토피아 file 2024.12.30
444 긴박했던 6시간, 내가 총구 앞에 2024.12.23
443 여가부 폐지에 맞서 싸우는 한국 여성들 2024.12.23
442 bbc 뉴스 상식적 사회면 좋겠다 2024.12.23
441 탄핵 투표 가장 먼저 국힘 김예지 2024.12.23
440 '탄핵안이 통과된 순간' 시민들의 반응은? 2024.12.23
439 BBC가 2024년 가장 눈길을 끈 12장의 이미지 2024.12.23
438 수력 문명, 그리고 플라넷 아쿠아 (리프킨) 2024.11.25
437 4. 3 영화제 2024.11.25
436 도덕적 우월감은 독약 (강준만) 2024.11.25
435 시 하나, 주문 하나 2024.11.25
434 돌봄이 이끄는 자리 추천의 글 2024.11.20
433 평창 예술마을 컨퍼런스 발표문 file 2024.11.16
432 오지랍의 정치학 2024.11.16
431 강원네트워크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