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카인드
나는 기후변화에 대해 회의적이지 않다. 내가 회의적인 것은 붕괴라는 숙명론적 수사이다. 우리 인간이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라거나 더 나쁘게는 지구의 재앙이라는 인식이다. 나는 이런 인식이 ‘현실적’으로 널리 퍼질 때 의심을 품으며, 여기에 출구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회의적이 된다. 나의 두려움은 냉소주의가 자기 충족적 예언, 즉 지구 기온이 변함없이 오르는 동안 우리를 절망으로 마비시키는 노시보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 (6장 <이스터섬의 수수께끼> 중에서)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소수다. 유목민 사회였다면 이들 소수는 배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뻔뻔함은 유리한 속성이다. 대담한 행동은 대중매체의 막강한 영향력 하에 이득이 된다. 뉴스는 늘 비정상적이고 터무니없는 것을 집중 조명하기 때문에 친절하고 공감력이 큰 사람이 아니라 뻔뻔한 자가 살아남는다. - (11장 <권력이 부패하는 방식> 중에서)
문명이 시작되면서 호모 퍼피의 가장 추악한 부분이 표면화되었다. 역사책에는 수많은 집단이 저지른 셀 수 없이 많은 대량학살의 연대기가 기록되어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동료애에 의해 고취되고 냉소적인 권력자들에게 선동된 사람들은 서로에게 가장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 이는 수천 년 동안 우리의 고충이었다. - (12장 <계몽주의의 함정> 중에서)
현대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타고난 이기주의자라 가정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부추기는 정책을 옹호했다. 정치인들이 정치가 냉소적인 게임이라고 스스로 확신했을 때 그것은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까? 지성과 이성을 활용해 새로운 제도를 설계할 수 있을까? - (12장 <계몽주의의 함정> 중에서)
이상하게도 우리 자신의 죄 많은 본성을 믿는 것은 우리에게 일종의 사면을 제공한다. 만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쁘다면 참여와 저항은 노력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선하다고 믿는다면 왜 악이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이는 참여와 저항에 가치가 있음을 의미하며, 행동할 의무를 우리에게 부과한다.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책소개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을 깰 때 우리는 지금까지 상상도 못한 연대와 협력을 이뤄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불평등과 혐오, 불신의 덫에 빠진 인류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방법이다. ‘이기적 유전자’, ‘루시퍼 이펙트’, ‘방관자 효과’ 등 인간 본성에 덧씌워진 오해를 뛰어넘어, 엘리트 지배 권력과 언론에 의해 은폐되었던 인간의 선한 민낯에 관한 대서사가 펼쳐진다
"유발 하라리 추천! 인간은 과연 이기적인가?"
오랜 역사를 가진 논쟁,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에 대답하는 또 하나의 도발적인 책이다. 우선 인간 본성이 왜 중요한가 질문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이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았으니 짚고 넘어가야겠다. 플라시보 효과와 같은 선상, 반대편엔 '노시보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부정적 믿음이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뜻한다. <이기적 유전자>가 전 세계에 날린 홈런으로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통념이 형성되어 있는 이 세계에서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이 믿음이 자기 예언적 결과를 가져올 것을 염려한다. 악하지 않은 이들이 서로가 악하다는 믿음으로 인해 재앙을 만든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래서 이 책은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들을 하나하나 팩트체크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 후 폐허 속에서 사람들은 약탈이나 살인을 일삼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유머를 곁들인 일상을 이어갔다는 것, 훈련된 군인들 중 상당수가 실제 전투에서 인간에게 결코 총을 쏘지 못했다는 것, 인간의 어두운 본성에 대한 고전 <파리대왕>과 비슷한 실제 사례를 찾아냈으나 그들은 서로를 죽이지 않고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며 지냈다는 것 등 꼭 맞는 반례들은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기존의 주장이 무너질 때까지 흔들어댄다. 책이 제시하는 촘촘한 근거를 따라가다 보면 점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간의 뇌는 부정성에 깊이 반응하기에, 좋고 선한 것을 믿는 이는 마음씨 좋다는 말은 들어도 명석하단 평가는 받기 어렵다. 부정성에 대한 믿음이 지배적인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간 본성은 이기적'이라는 통념 아래에서 홀로 인간의 선함을 조용히 믿고 있던 이들에게 이 책은 기댈 언덕이 되어줄 것이다. "인간은 연대와 상호작용을 갈망하는 존재이다.", "위기의 순간, 인간은 선한 본성에 압도당한다!"와 같은 문장에서 통쾌한 안도감을 얻어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