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춤추다. (어슐러 르 귄)
---세상의 끝에서 춤추다. (어슐러 르 귄)
Dancing at the edge of the world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206쪽 왼손잡이를 위한 졸업식 연설 1983
제가 이 자리에서 공공연히 여자처럼 말한다면 어떨까요?. 만일 제가 우선 여러분이 아이를 원할 경우 낳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면요.
잔뜩 낳으라는 건 아니예요. 두엇이면 충분하죠. 전 여러분과 여러분의 아이들에게 먹을 것이 충분하고
따뜻하고 깨끗한 집과 친구들이 있으며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좋겠어요.
뭐야 그러자고 대학가나? 그게 다야? 성공은 어쩌고?
성공이란 다른 누군가의 실패죠. 성공이란 3억 명의 우리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장소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끔찍하게 가난한 현실 속에서 맨정신으로 살아가기에 계속 꿈꿀 수 있는 아메리칸드림이요. 아니 난 여러분의 성공을 기원하지 않아요, 전 성공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아요. 전 실패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여러분은 인간이기에 실패를 겪을 거예요. 실망, 부담함, 배신,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겪을 거예요. 스스로가 강하다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소유하기 위해 일하다가 어느 순간 소유 당하고 있음을 알게
될 거예요. 이미 경험했다는 걸 알지만, 여러분은 앞으로도 어두운 곳에서 홀로 두려움에 질리게 있게 될 거예요.
저는 여러분이, 그곳, 그 어두운 곳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합리주의 성공문화가 부정하며 유배지라고,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이질적이라고 하는 그곳에서도 살 수 있기를요.....
성(sex)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예요..... 난 사회에 대해, 제도화된 경쟁과 공격성, 폭력, 권위, 권력으로 이루어진 자칭 남자의 세상에 대해 말하는 거예요. 우뤼가 여자로 살고 싶다면, 어느 정도 분리주의를 받아들여야 해요. 밀즈 칼리지는 그런 분리주의의 현명한 구현이죠. 군사 훈련의 세계는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고 우리를 위한 것도 아니예요. 그곳에서 우린 마스크 없이는 숨 쉴 수가 없어요. 그러니 여기, 밀사에서 얼마간 해보았듯이, 계속 우리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남자들과 남성 권력 위계를 위해서 말고요, 그건 남자들이 게임이에요. 그렇다고 남자들에게 맞서 싸우자는 것도 아니예요. 그것 역시 남자들의 규칙에 따르는 셈이거든요. 어째서 대학 교육받은 자유인 여성이 마초, 남과 싸우거나 마초, 남에게 봉사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하죠? 왜 여성이 남성의 방식대로 살아야 하나요?
마초남은 우리의 방식을 두려워해요. 합리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경쟁적이지도 않은 우리의 방식을요. 그래서 마초남은 우리에게 그런 방식을 경멸하고 부정하라고 가르쳤죠. .... 우리와 또 우리와 함께하는 남자들 역시 의사는 안 되고 간호사만, 전사는 안 되고 민간인만, 추장은 안되고 그냥 인디언만 될 수 있지요. 자, 그게 우리의 나라예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여자라는 사실을 부수러 원하는 죄수로 살거나 정신병적인 사회체계에 합의한 포로로 살지 않고 그곳의 원래 주민으로 살면 좋겠어요. 그곳에 편안히 자리 잡고 그곳에 집을 ㄷ고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기만의 방을 갖고 살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그곳에서 예술이든 과학이든 공학이든 회사 경영이든 침대 밑 청소든 뭐든 간에 잘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고, 혹시 사람들이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열등한 직업이라고 한다면 그들에게 꺼지라고 말하고 동일 노동에 돌일 임금을 받아내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정복할 필요도, 정복당할 필요도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결코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행사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러분이 실패하고 패배하고 고통에 사로잡히고, 어둠 속에 놓일 때면 부디 어둠이야말로 여러분의 나라이며 여러분이 사는 곳이고, 어떤 전쟁도 치른 적이 없고 어떤 전쟁에도 이긴 적 없으며 오직 미래만 있는 곳임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뿌리는 어둠 속에 있어요. 땅이 우리의 나라예요. 왜 우리가 주위를 둘러보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대신 위를 올려다보며 축복을 구했을까요? 우리의 희망을 아래에 있어요. 궤도를 도는 감시 위성과 무기들이 가득한 하늘이 아니라, 우리가 내려다보며 살아온 땅에 있어요. 눈을 멀게 하는 빛이 아니라 영양분을 공급하는 어둠에, 인간이 인간의 영혼을 키우는 곳에 있어요.-(212)
* 나중에 필자는 생각을 조금 바꾸었고 이때의 이분법에서도 좀 벗어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207-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