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투표 가장 먼저 국힘 김예지
'탄핵 투표하러 가장 먼저 돌아온' 국힘 김예지 단독 인터뷰
- 김효정
- BBC 코리아
- Reporting from서울
"마음이 무거웠고 긴장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어제저녁, 탄핵 투표에 참석한 것에 대한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8일 BBC 코리아에 다른 여당 의원들과 퇴장했다가 먼저 돌아왔던 연유를 최초로 밝혔다.
"우리 당이 만들어서 세운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는 안건에 대해서 표결을 해야 된다는 정말 무거운 마음이 하나 있었고, 당론을 어긴 것에 대한 두 번째 무거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7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줄줄이 퇴장한 가운데 가장 먼저 뛰어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 그는 피아니스트 출신 첫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으로 비례대표로서 재선한 인물이다.
김 의원을 비롯해 투표에 참여한 여당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 김상욱 의원 세 명이다.
안 의원은 본회의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수립하지 않을 경우 탄핵 찬성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김예지 의원은 아니었다.
퇴장하고 난 후,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다면서도 한 마디로 '혼란스러움'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목소리에도 약간의 떨림이 묻어났다.
"거의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인파가 많았고, 밖에서 탄핵하라고 외치시는 시민 분들이 이미 많이 들어와 계셨고 방송 기자님들도 많았고…. 다양하게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
김 의원은 여당 내에서 돌아가는 것을 말리는 목소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런 것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당론 어기며 탄핵안 투표한 이유
김예지 의원은 왜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당론을 어기면서까지 투표에 참여한 것일까.
그는 "어제 토요일 탄핵 표결이 있던 날, (대통령) 담화를 보고 혼란을 막는 방법이 탄핵을 부결시키는 방법만 있지는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무엇보다도 주변 시민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그냥 간과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야당 측에서 '돌아오십시오'라며 여당 의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를 때 그 소리도 다 들었다.
"(본회의장)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들었습니다. 바로 앞에 있었지만 자리에 없었던 것이라 조금은 마음이 그렇긴 했지만 듣고 있었습니다. 또 굳이 뭐 저렇게 한 분씩 부르나 그런 생각도 좀 들기도 했구요."
투표 후은 반응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예지 의원은 "당원분들로부터의 정말 대응할 수 없을 만큼의 안 좋은 문자와 음성 메시지들이 많은데 '이제 나가라', '사퇴해라' 등의 이야기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명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단순히 '나는 당론을 어길 거야' 해서 어긴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저는 항상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먼저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안에 있던 야당 의원들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제가 좀 깜짝 놀랐던 것은 표결할 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야당을 위해서 온 건 아닌데하는 의문이 들었지만...다만 저는 감사를 받을 자격은 없고요. 제가 대리해야 하는 시민분들을 대신해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그냥 너무 당연한 일을 한 것이었습니다."
김 의원 이후 본회의장에 돌아온 김상욱 의원에 대해선 '동지 의식'이 들었다고 했다.
"당론을 어겼지만, 이제 저랑 같은 마음으로 오신 분이 있었구나라는 안도감이랄까 또 동지 의식이 들었습니다."
그는 무기명 방식인 투표 내용을 알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탄핵 가결표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했다.
'계엄령, 참담함을 느꼈다'
그는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이 발동했을 당시, 다른 의원들처럼 국회로 뛰어갔다. 그 역시 담을 넘어서 본회의장에 가려 했지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앞서 4일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에 대해 "늘 배리어프리의 중요성을 외쳤던 제가 물리적 '배리어'를 느끼는 암담하고 절박한 순간이었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몸은 장벽으로 본회의장에 함께할 수 없었지만, 비상계엄 해제 결의에 대한 마음은 이미 찬성 버튼을 백만 번은 더 눌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계엄령이 장애인들에겐 얼마나 더 두렵고 절박한 상황이 될 수 있는지를 이번에 경험하며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청각장애인 분들 같은 경우에는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정말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분들이 어떻게 대피를 해야 될지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조차 판단하시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탄핵 소추안 '재발의' 된다면
김예지 의원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를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수습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묘사했다.
"저는 여기 온 지 4년 반 정도 됐지만 20년 넘게 당을 지켜오신 의원님들은 당이 무너질까 봐 더 어려워질까 하며 우려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 당이 거듭났으면 하는 그런 개혁의 목소리들도 있고요."
국민의힘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과 앞서 제안했던 임기단축 개헌 관련해선 당시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고심했던 방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우선은 국정·경제·외교 안정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조치를 당과 대통령께서 빨리 좀 신속하게 조치를 하시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되고, 개헌이라든가 또 다른 옵션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함께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쪽에는 지금 탄액안 외에도 예산 마무리에 신경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꼭 필요한 예산들, 또 삭감된 것 중에 정말 해야 되는 예산들 그리고 또 증액해야 될 것들이 있어요. 정부안에 담기지 못해서 국회에서 증액한 것들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 들리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항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 잠깐 멈추기도 했다. 그는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다.
"지금도 잘 들립니다. 밖에서 계속 말씀을 하시죠. 어제는 더 잘 들렸고요. 정부 여당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께서 표를 주셔서 이렇게 일을 하라고 명하신 심부름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탄핵 소추안이 폐기된 상황에서 야당은 재발의를 계획하고 있다.
그때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김 의원은 "탄핵안 재발의 여부와 관계없이 의견은 제 생각과 또 민의를 반영한다는 마음은 같다"고 했다.
또다시 돌아와서 같은 내용의 표를 던지겠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단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국회의원의 책무에만 신경 쓰겠습니다."
영상: 최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