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미셸 오바마의 <Becoming>

조한 2020.07.14 11:46 조회수 : 293

미셸 오바마의 <Becoming> (Netflix)

 

후배의 강력한 추천으로 오랜만에 TV 모니터 앞에 앉았다.

책은 낸 후 북톡을 다니는 미셸 오바마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초반부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의 단단함과 당당함, 땅에 발을 붙인 모습에 눈물이 났다.

미국에서 흑인 노동계급 출신으로 태어나고 성장한 그녀.

프린스턴 학부를 졸업하고 하버드 법대를 나와 한 남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백악관에서 8년을 지난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고 있는 사람.

바이든이 제발 부통령에 나와 달라고 빌고 있다는 사람.

 

그녀는 어느 것에도 눌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느라 최선을 다했다.

미국에 이주한 이들은 모두 꿈을 갖고 그곳에 도착하여 뭔가가 된다. becoming’

그녀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로 지내는 것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말한다.

“visible 해져라 눈에 보이는 존재가 되라

어떻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었나요?”

나는 흑인이다고 생각하지 말라.

어머니, 아버지, 오빠, 누군가에게 너는 그런 존재였다.”

내 할아버지는 누구, 내 할머니는 누구.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

내게 밥상을 차려준 사람, 사랑을 주고 기대를 주었던 사람들, 그들의 눈길과 손길이 너다.

구체적 관계를 떠올리고 디테일을 놓치지 마라.

작은 사랑과 돌봄에 대한 기억, 돌봄 공동체, 영적 공동체를 품고 성장하라.

 

요즘 자주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엄마를 본다.

그리고 그분들과 함께 했던 시간,

식사 하면서 나누던 이야기, 기도하던 시간, 그 눈길을 기억한다.

그리고 마음이 힘들 때 어느새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

그것들이 나를 품어주고 계속 용기를 준다.

그런 기억 없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낼 수 있을까?

 

그는 백악관에 가서 턱시도를 입은 흑인 종업원들의 옷차림을 바꾸게 하고

자신의 아이들이 스스로 침대를 손질할 수 있게 하려고 백악관 규칙도 바꾼다.

제왕적 권력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거부하면서 일상을, 아니 규칙 자체를 바꾸어낸다.

자신을 돕는 모든 이들과 기사를 동료로, 형제자매로 대했다.

스스로 흑인 노예의 후예라고 말하면서

총격으로 죽어간 흑인 소년 청년들의 이름을 부른다.

불법 체류자 아이들의 모임을 마련한다.

최근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시작된 미국의 흑백 혁명은

백인 중심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재정리할 태세다.

미셀이 없었다면 이렇게 근본적인 차원을 건드리진 못했을 것이다.

그녀와 남편은 백악관에 들어감으로 흑인/약자는 가능성을 보았고 자부심을 회복했다.

이제 그들은 보이는 존재, 들리는 존재이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주체가 되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 그들이 형편없이 굴어도 우리는 사람답게 간다.

 

그녀가 환갑을 맞았다.

자라는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일념으로 그녀는 미국 전역을 돌았다. 자신의 사인이 든 책을 부적처럼 간직할 이들을 위해 정성껏 사인을 하고 북톡에서 만나 일일이 악수를 하고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자신이 감당할 무게는 최선을 다해 즐겁게 감당할 것 같다.

 

오바마 부부는 넷플릭스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기획제작 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들었다. 스토리의 힘을 믿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마음 주기가 겁나는 시대이지만, 그 두 사람에게 감사한다

목록 제목 날짜
400 호모데우스 시대의 축복 2019.06.19
399 5/22 생애전환과 시대 전환 file 2019.11.26
398 fragility 연약함에 대해 file 2019.05.07
397 유발 하라리와 오드리 탕의 모험, 비상, 경계를 훌쩍 넘기 2020.07.28
396 < 활짝 웃어라!- 문화인류학자의 북한이야기> 추천사 2019.12.26
395 자기를 지키는 길은 글쓰기 밖에는 없다 2021.02.14
394 서울시 온종일 돌봄 실태분석과 정책방안 2020.09.26
393 정의연, 피해자와 지원자 사이의 갈등 (박노자) 2020.05.31
392 이코노미스트 기자의 인터뷰 (꼰대) file 2019.05.27
391 코로나 19 신인류 시대- 들을 만한 이야기들 2020.04.30
390 시원 채록희의 영 어덜트 소설! 2020.12.27
389 이바쇼 2019.10.07
388 이 시대 생기발랄한 이들 2020.06.02
387 어딘의 글방- 제목의 중요성 2021.02.16
386 봉감독, 열정어린 청년기를 보낸다는 것 2019.06.05
385 영도 지역 문화 도시 지역문화 기록자 과정 file 2020.12.03
384 심리학자 김경일 세대론 2020.04.30
383 사회적 영성에 대하여 2021.01.01
382 장선생을 보내며 2021.01.07
381 소년은 어떤 세상을 만나 어떤 어른이 되는가? 2020.07.14
380 아이들의 욕 2019.05.27
379 성평등 관련 인터뷰 (서울 신문) file 2019.08.04
378 영화가 던져주는 화두 -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2021.06.18
377 제주 유네스크 잡지에 낸 글 2020.12.30
376 하자야 고마워! 2019.05.07
375 3차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 발제문 2021.04.06
374 A green reboot after the pandemic 2020.04.12
373 기후 변화 산호의 상태로 보는. 2020.11.30
372 코로나 시대 여성으로 사는 법 (이원진-해러웨이) 2021.05.09
371 [세상 읽기] 희망은 없다 / 신영전(한대 의대) 2020.02.06
370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2019.05.27
369 그들이 우리는 먹여 살리고 있다 (농촌 이주 노동자) 2020.08.10
368 돌아온 피케티 "사회적 소유, 일시적 소유" 2020.05.28
367 초딩 소년들을 위한 영화 2020.11.30
366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 2020.12.29
365 유럽이 한국으로부터 배울 수 없는 것- 흥미로운 글 2020.04.12
364 the prize winner 총명한 여장부 엄마에 대한 영화 2019.07.04
363 이슬아의 상큼한 글 나눔 2020.04.18
362 일년전 사회학 대회 때 글을 다시 읽게 된다 file 2019.11.26
361 채혜원의 베를린 다이어리- 돌봄 간병 여성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멈춰 있을 것 2020.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