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2020 사계절

조한 2022.04.17 10:51 조회수 : 200

정성과 신뢰의 세계가 만들어가는 기쁨의 배움의 세계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 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어린이 앞에서만 그러면 연기가 들통나기 쉬우니까 평소에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감사를 자주 표현하고, 사려 깊은 말을 하고, 사회 예절을 지키는 사람.”(45쪽)

 

어린이의 품위 

 

 

어린이가 독서 교실에 들어오면 일단 가방을 받아서 정리한다. 그런 다음 어린이 뒤에서 외투 벗는 것을 돕는다.

이 때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된다. 외투 자락 말고 다른 데는 되도록 내 손이 닿지 않게 조심한다.

너무 빨라도 느려도 안 된다. 제일 중요한 건 어린이가 팔을 뺄 때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게 하는 것이다. 어린이 입장에서는 어깨만 조금움직였을 뿐인데 스르륵 왜투에서 빠져나왔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어린이에게 받은 옷을 옷걸리에 끼워서 모양을 잡아 걸어둔다. 이 부분은 민첩하게 처리한다. 기다리는 동안 손님이 어색해지면 안 되니까.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도 당연히 시중을 든다. 이게 더 어렵다. 외투를 벗을 때처럼 입을 때도 양팔을 동시에 소매에 끼워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은 혼자 입을 때처럼 한 판을 먼저 끝까지 넣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른 쪽 팔을 끼울 때는 팔을 접고 끙끙대게 마련이라, 시중을 드는 게 오히려 어린이를 불편하게 하는 셈이 된다. 그러면 나는 어린이 앞으로 가서 얼굴을 보며 이야기 한다.

"선생님이 이렇게 하는 건 네가 언젠가 좋은 곳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이런 대접을 받았으면 해서야. 어쩌면 네가 다른 사람한데 선생님처럼 해줄 수도 있겠지. 그러니가 우리 이거 연습해보자." 어린이는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양팔을 조금만 뒤로 하고 서 있으면 된다. 그러면 내가 옷을 끼워준다. 스스륵, 탁. 부드럽게 옷 입기가 끝나면 매무새를 손질하느라 그러는지 기분이 좋아서 그러는지 어린이가 어깨를 으쓱인다. 처음에는 이 과정을 쑥스러워하던 어린이도 몇 번이면 익숙해져서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나에게 자연스럽게 등을 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슬쩍 웃는 얼굴이 되는 것을 나는 여러번 보았다. 그런 순간 때문에 이 서비스를 좋아한다....  나는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안하무인으로 굴길ㄹ 바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정중한 대접을 받은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라면 더욱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다. 어린이가 이런 데 익숙해진다면 점잖음과 정중함을 관계의 기본적인 태도와 양식으로 여길 것이다. 점잖게 행동하고, 남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 그래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은 그것이다. 

 

--외투 서비스, 어린이를 대하는 내 마음을 다 잡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의식이다. 한편으로는 어린이 보라고 하는 것이다. 어린이는 좋아보이는 것을 따라 하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 과정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다. 마리아 몬테소리의 [어린이의 비밀]에는 '코풀기 수업'에 대한 경험이 적혀 있다. 몬테소리는 '재미있는 수업'이라고 생각해 손수건 사용법 등을 가르쳤는데 어린이들은 전혀 웃지 않고 귀 기울여 수업을 들었을 뿐 아니라 수업이 끝나고는 깜짝 놀랄 만큼 열광적인 박수로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몬테소리는 어쩌면 자시이 "어린이의 사회생활에 있어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건지도 모르다고 했다, 어린이들은 더러운 코 때문에 끊임없이 야단맞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제대로 코 푸는 방법을 몰라 애를 먹어 온 것이다.어린이라고 해서 코를 훌쩍이며 지저분한 모습으로 다니고 싶을 리 없었을 테니, 배움의 기회가 너무나 소중했으리라는 이야기 였다. 41-42

 

이 귀엽고 애틋한 일화애는 중요한 사실이 담겨 있다. 어린이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며 품위를 지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백여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으로서 어린이도 체면이 있고 그것을 손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린이도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 신경 쓰고 때와 장소에 맞는 행동양식을 고민하며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 쓴다.

목록 제목 날짜 조회수
189 20211204 고정희 30주기 포럼 발제문 file 2021.12.05 120
188 이웃의 발견, 마을의 발견 (춘천) 2021.11.19 196
187 초딩 3학년이 음악 시간에 부르려고 준비하는 노래(과나) 2021.11.12 284
186 페미니스트 비평 -때론 시원하고 때론 불편한 2021.11.04 294
185 박노해 양들의 목자 2021.11.03 173
184 2021 <경기예술교육실천가포럼> 패널을 열며 2021.11.03 163
183 강릉 <2021 모두를 위한 기후정치> file 2021.11.03 178
182 또문 리부팅 2021.11.02 176
181 고나 그림 -캠브릿지 걷던 길 2021.11.02 155
180 박노해 괘종시계 2021.10.25 127
179 고정희 시선 초판본 (이은정 역음, 2012) 2021.10.19 139
178 저신뢰 사회 (이상원 기자, 이진우) 2021.10.19 155
177 지구 온도 1.5℃ 상승해도 되돌릴 기회 있다 (이오성) 2021.10.19 155
176 군대 휴가 나온 청년과 fiddler on the roof (볍씨 마을 일기 20210923) 2021.09.23 169
175 사티쉬 쿠마르- 세상은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 2021.09.15 140
174 Deserter Pursuit,‘D.P’ 네플릭스 드라마 -폭력 생존자의 세계 2021.09.15 195
173 요가 소년이 아침을 깨우다 2021.09.15 195
172 호혜의 감각을 키우지 못한 남자의 노년 2021.09.13 160
171 돌봄- 영 케어러 2021.09.13 140
170 오늘의 메모: 듣기를 명상처럼 -잘 듣기 2021.08.29 146
169 정체성의 정치에 대한 논의 2021.08.25 140
168 20대 남자와 여자의 거리 2021.08.12 200
167 한나 아렌트 정치와 법의 관계 2021.08.06 153
166 재신론 (리차드 카니) 이방인에 대한 환대와 적대 사이 2021.07.30 246
165 역시 해러웨이 2021.07.30 199
164 걸어가는 늑대 갤러리를 다녀오다 2021.07.30 167
163 영화가 던져주는 화두 -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2021.06.18 423
162 후광 학술상 기조 강연 발표 자료 file 2021.06.15 226
161 사랑한다면 이제 바꿔야 할 때다 피케티 2021.06.04 222
160 신인류 전이수 소년의 일기 2021.06.02 239
159 가족 덕에, 가족 탓에- 아기 대신 친족을! 2021.05.30 276
158 아파서 살았다 (오창희) 2021.05.16 235
157 스승의 날, 기쁨의 만남 2021.05.16 230
156 사람이 사람에게 무릎 꿇는 세상은 (고정희) 2021.05.12 251
155 마을 큐레이터 양성 사업 (성북구) file 2021.05.09 195
154 코로나 시대 여성으로 사는 법 (이원진-해러웨이) 2021.05.09 377
153 기본소득 컨퍼런스 발표 초록과 ppt file 2021.04.20 184
152 3차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 발제문 2021.04.06 407
151 박노해 반가운 아침 편지 2021.04.06 238
150 어딘의 글방- 제목의 중요성 2021.02.16 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