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8월 3일 LA 브렌트우드 집의 정원수와 풀들

조한 2022.08.05 03:03 조회수 : 480

8월 3일 수요일 

 

새벽 6시에 묵상 모임을 했다. 한국팀에게는 밤 10시

반사는 <우영우> 본방을 보다가 와야 했다고 불평했다.

일상 나눔은 성찰성 없는 60대 남자들 때문에 힘들었던 이야기로 시작했다. 

정말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말 문제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다. 

 

묵상할 텍스트는 경경이 또 수고를 했다.

중세 수도원에서 나온 글로 시작했다.

 

'정오의 악마’(The Noonday Demon)로도 불리는 아케디아(acedia, 나태; 무기력)의 악마는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놈이다. 그는 오전 10시경 수도자를 공격해 오후 2시까지 그의 영혼을 포위한다. 먼저 그는 마치 태양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하루가 50시간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런 다음 수도자로 하여금 계속 창 밖을 보도록, 독방 밖에서 걸어 다니도록, 오후 3시가 얼마나 남았나 알기 위해 태양을 주시하도록, 그리고 형제[자매] 가운데 누가 오는지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게 한다. 그리고 수도자의 마음에 그가 머무는 장소와 그의  생활과 노동에 대한 혐오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형제[자매] 가운데 사랑이 사라졌고, 자기를 격려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만일 이 때 누군가 그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면, 악마는 이 역시 그의 혐오를 키우는 기회로 사용한다. 그 다음 악마는 필요한 것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덜 힘들게 일할 수 있고 실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다른 장소를 갈망하도록 몰아간다. 그리고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고, 어디서나 하느님을 경배할 수 있다고 한다. 악마는 이런 생각들을 수도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이전의 생활방식에 대한 기억과 연결시킨다. 악마는 수도자에게 인생이 오래오래 지속될 것을 보여주고, 수도 생활의 고생을 눈앞에 떠오르게 하고, 한마디로, 수도자로 하여금 투쟁을 중단하고 독방을 버리고 나가도록 설득하기 위해 온갖 수를 다 쓴다. 이 악마를 따라올 악마는 없다. 하지만 이 악마와의 싸움에서 이길 때만 깊은 평화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일어난다.  _에바그리우스, 『프락티코스』 중에서"

 

공감이 되는 곳을 이야기 하던 중 이 때만 해도 세속에 희망이 있었던 때라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이제 안팎 없이 절망스러운 시간에 이 조언은 그리 효력이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좀 다른 언어가 필요한 것.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정오의 악마'를 다시 읽다가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떠올랐어요 악마가 후배 악마에게 인간의 의지를 꺽는 방법을 가르치는 내용의 편지요~ 인간의 의지라..... 

 

일이차 대전을 겪었던 그당시 사람들의 심정은 지금처럼 참담했을것이다.

그러나 처방을 아주 다를 듯. 

지금은 의지가 아니라 생명체로서 기운을 되찾는 감정 구조, '정동'이라는 새 단어로 말하기 시작한 어떤 것이 찾아져야 할 것이다.

그 핵심에 감사하는 태도, 마음이 있을 것이다. 

끝나고 카톡에 감사의 글이 올라왔다.  역시나 따뜻하고 위로가 큰 모임이다.

 

"심신이 고단했는데, 화톳불과 함께 고요한 아침, 고요한 밤, 함께해서 마음이 환해졌어요. 아케디아와의 싸움에서 하나는 이겼네요. "형제[자매] 가운데 사랑이 사라졌고, 자기를 격려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 좋은 하루, 평안한 밤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경경)"

 

예, 저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겠습니다.  

 

----

혈압약을 맘모스 산장에 놓고 온 것을 이제야 알아차리고

그곳에 두고온 가방을 붙여달라고 한바탕 난리법석.

마침 인터넷 고장으로 우리에게 무척 미안해하던 매니저가 기꺼이 붙여주었다.

우체국으로 부치면 오래 걸리지만  UPS나 FDX로 부치면 하루만에 온다고 했다.

 

조금 눈을 붙이고 쉬다가 동네를 둘러보았다.   

근처 식료품점 그로서리에 가보니 일인용 스크랩블 에그 만드는 것부터

김밥, 돔부리, 치킨, 소고기 덮밥 등 혼자 살아도 먹고 살지 전혀 문제 없는 물품들이 나와있다.

한국에서는 편의점에 가면 있는 그런 편리한 먹거리들.

약국에서는 화장품 세일을 하고 있었고 

근처 잘 하는 멕시칸 식당을 검색해보니 건물 앞에 주차한 초대형 차에 차린 식당이었다.

산타모니까 근처에 가니 예전에 있던 가게들은 동네 가난해진 주민들이 찾는 곳이고

잘 사는 이들은 이제 그런 가게에는 가지 않는 듯.

길 하나를 두고 빈부 차이가 느껴진다.

 

해질 녘에 가꾸는 이들의 마음이 엿보이는 정원을 둘러보면서 나무와 풀 사진을 찍었다.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사는 식물들이다.

제주집 정원에도 참고할 것들이 많아 부지런히 찍어 카톡방에 올렸다.

동네 친구, 이웃 산책 친구, 다들 보고 싶다.   

 

 

IMG_6680.jpg

 

IMG_6681.jpg

 

IMG_6683.jpg

 

IMG_6684.jpg

 

IMG_6685.jpg

 

IMG_6687.jpg

 

IMG_6688.jpg

 

IMG_6692.jpg

 

IMG_6693.jpg

 

IMG_6694.jpg

 

IMG_6696 (1).jpg

 

IMG_6695.jpg

 

 

IMG_6679.jpg

 

목록 제목 날짜
472 밥 딜런, 한 대수, 그리고 김 민기 2025.06.26
471 <흙의 숨: 생태학자가 만난 땅과 사람들> 2025.06.16
470 The Story of A Colonial Subject Who Remembers Through the Body 2025.05.08
469 언세대 문과대 110주년에 2025.05.01
468 공생적 상상력을 키우기-작아 인터뷰 글 2025.04.30
467 < 마르셀 모스의 『선물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2025.03.27
466 스마트폰 소송을 검토하다 2025.03.27
465 트럼프가 부정한 성별, 자연은 답을 알고 있다 2025.03.10
464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2025.03.07
463 내편, 네편은 없다···‘거래’만 있을 뿐 2025.03.06
462 흑표범, 알 수 없는 것을 포용하게 해주세요 2025.03.02
461 _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묵상 2025.03.02
460 책 사람과 북극 곰을 잇다- 지구의 날 기도문 2025.03.02
459 citizen, rebel, change agent & reformer 2025.02.15
458 하자 곁불 2025.02.04
457 yin MENT 인터뷰 질문 2025.02.04
456 지구와 사람 라투르 찬미 받으소서 2025.01.19
455 유물론에서 끌어낸 낯선 신학 2025.01.19
454 ‘죽은 물질 되살리는’ 신유물론 고명섭기자 2025.01.19
453 라투르 존재양식의 탐구 - 근대인의 인류학 2025.01.19
452 할망 미술관, 희망은 변방에서, 엄기호 2025.01.19
451 손희정- 그래서 시시했다/너무 고상한 죽음? room next door 2025.01.12
450 AI가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 - 얼르는 버전 2025.01.12
449 AI가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 2025.01.12
448 인간의 두려움 달래는 시 + 인간인척 하는 AI 2025.01.12
447 male frame female pictures 2025.01.05
446 감기 2024.12.30
445 걱정 드로잉과 재난 유토피아 file 2024.12.30
444 긴박했던 6시간, 내가 총구 앞에 2024.12.23
443 여가부 폐지에 맞서 싸우는 한국 여성들 2024.12.23
442 bbc 뉴스 상식적 사회면 좋겠다 2024.12.23
441 탄핵 투표 가장 먼저 국힘 김예지 2024.12.23
440 '탄핵안이 통과된 순간' 시민들의 반응은? 2024.12.23
439 BBC가 2024년 가장 눈길을 끈 12장의 이미지 2024.12.23
438 수력 문명, 그리고 플라넷 아쿠아 (리프킨) 2024.11.25
437 4. 3 영화제 2024.11.25
436 도덕적 우월감은 독약 (강준만) 2024.11.25
435 시 하나, 주문 하나 2024.11.25
434 돌봄이 이끄는 자리 추천의 글 2024.11.20
433 평창 예술마을 컨퍼런스 발표문 file 202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