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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랍의 정치학

조한 2024.11.16 16:08 조회수 : 0

내가 가장 좋아하는 중산간 드라이브 코스에 있는 덕천에 화북공단이 이전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조천과 선흘도 후보지였는데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를 해서 안 하기로 했는데 

덕천리에서 하겠다고 해서 주민 투표를 한다고 했다.

카페 동백에 갔더니 주인장이 걱정을 하면서 이장에 오기로 한 주민 모임에 간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깜깜한 중산간 길을 십여분 가서 아담한 주민회관에 가니 사십여명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자신의 속도대로 살려고 온 스타일의 모습이다.

건강한 자율적 삶을 살고자 이주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덕천에는 나이 많은 선주민들이 주로 사는데 찬성을 하는 편이고

상덕천은 이주민들이 주로 사는데 반대하는 쪽이다. . 

이제까지 마을 이장은 마을 원로들이 임명을 하는 식이었고 

향약에 의해 리민세를 따로 내서 선주민들의 조직에 가입을 한 이들만 투표가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이번 이장은 두 명의 후보가 나가서 경선을 했고 

똑똑한 이장님이 선출되신 듯.

동장은 이 자리에 안 왔는데 이장은 선뜻 와서 아는 것 모두 알려주겠다며 적극적 리더십을 보이고자 했다.

그간에 마을 땅은 향약으로 했지만 집단 소유로 이름 등기가 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면

향약대로 투표를 하면 헌범 소원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을 해야 하는 당혹스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강정과 밀양 등의 사례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이장님을 보낸 후 반대하는 이들끼리 만난 자리에서 

지금이나마 이웃끼리 이렇게 만나게 되어 좋다고 하셨다.

앞으로도 서로 돕고 살아가는 마을이 되면 좋겠다고.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다.

 

제주도는 화강암이라 중산간에서 수질 오염이 되면 용천수 등이 오염이 될 것이라

어차피 되지 않을 거라고, 물관련 일을 해오셨다는 낙관적인 분도 계셨다.

투표를 빨리 진행할 경우 아랫동네가 수가 많기 때문에 몹시 불리하다 

일단 하덕천 분들을 만나 알리는 시간을 갖자,

플레카드를 걸자, 도청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매스콤을 활용하자.

시간이 없으니 빨이 움직이자는 이들이 호흡이 가빠진다.

 

일단 저들은 이런 일을 곳곳에서 해온 노하우를 가진 최고의 전문가들이고

이들은 생에 처음 이런 일을 당하는 분들이다.

주민들이 게임의 룰을 만들지 못한다면 이길 수 없을 텐데

게임의 룰을 바꿀만큼 그렇게 빨리 상황파악을 해내실까?

 

대기 오염, 수질 오염, 교통 문제 화제의 위험 등 관련

충분히 팩트첵크- 이분들의 표현이다.-를 한 후에 주민투표를 하도록 룰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공단이 이전하면 이주민이 많을 것이고 폐교위기의 학교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동네 (송당)도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이 출퇴근을 하지 이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투표를 하게 될 경우, 과반수 찬성이 아니라 80%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는 식으로 그간의 투표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각자가 아는 진실은 부분적 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활발하게 서로 소통하고 서로로부터 배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특히 남자들은 완성된 아젠다를 관철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미 경험한 전문가들을 초대해서 모두가 함께 공부하고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이런 이야기들을 활발하게 하셔야 할 것이다.  

 

카톡방을 만들었다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가긴 했는데 이런 저런 생각으로 밤새 고민했다.

이 일에 개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침 요가를 끝내고 죽을 끌여온 친구의 죽을 먹으며 내 걱정을 이야기 했더니

다들 관여하지 말라고 한다.

마을 주민의 일이 되어버린 마당에 그 분들이 잘 하리라 믿고 가셔라. 

사실 새만금 이후, 그리고 4대강과 강정 구럼비와 밀양 송전탑 이후,

그리고 백양로 지하 공사로 토건개발의 광질의 본질을 아는 나로서는

이 일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좀 힘이 든다. 

 

이런 저런 일에 다 관여하려다가는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게 된다는 

일본의 니체로 불리는 사사키 이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처럼 

모든 것에 대해서 개입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생기를 잃지 않고 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그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여해야 하는데 그 방식이 아직 잘 안 보인다. 

세상이 하루 하루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고 있다. 질적인 변화.

오지랍의 정치학, 이런 것에 대해서 좀 정리를 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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