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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도 1.5℃ 상승해도 되돌릴 기회 있다 (이오성)

조한 2021.10.19 11:48 조회수 : 211

지구 온도 1.5℃ 상승해도 되돌릴 기회 있다
  •  이오성 기자
  •  승인 2021.09.16 06:41
  •  호수 730

“각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미래에 3℃ 정도 온도가 오를 거라고 봅니다. 3℃ 상승을 현실로 놓고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인류가 멸종하리라는 예측만 해서는 곤란합니다.”
최근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를 출간한 김백민 교수.ⓒ시사IN 윤무영

기후과학자와의 대화는 뜻밖에 책으로 시작됐다. 김백민 부경대 교수(환경대기과학)의 연구실 책상 위에 〈6도의 멸종〉이 놓여 있었다. 이 책은 기후위기 분야에서 꽤 알려진 저작이다. 지구온난화로 펼쳐질 ‘디스토피아’를 섬뜩하게 그려내 여러 기후위기 관련 콘텐츠의 바탕이 됐다. 저자 마크 라이너스도 문제적 인물이다. 과거 GMO(유전자 조작 또는 변형 농산물) 반대운동에 앞장섰으나 “GMO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라며 돌연 입장을 바꿔 전 세계 농민·환경운동계로부터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백민 교수가 말했다. “첫 문장부터 보세요. 앞으로 100년간 지구 기온이 6℃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하잖아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 IPCC는 지금보다 석탄을 네 배 이상 많이 쓸 경우를 가정해서 6℃ 오른다고 했거든요. 지금 석탄은 퇴출 수순이잖아요. 이건 악의적이죠. 이렇게 써놓으면 보통 사람들은 ‘아, 앞으로 지구 온도가 6℃ 오르는구나’ 생각하잖아요.”

기자가 또 다른 책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다. 〈6도의 멸종〉과는 정반대 입장에서 기후위기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주로 보수 언론에서 집중 조명하며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북극곰이 사라진다거나,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는 환경운동가들의 경고가 사실이 아니라며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지구를 망친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마이클 셀런버거 역시 간단치 않은 인물이다. 환경·에너지 전문가로 불리며 원자력 에너지를 지지하는 글을 주요 언론에 기고해왔다. IPCC 보고서 검토자로 초빙되는 등 기후위기 분야에서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마이클 셀런버거는 굉장히 똑똑한 사람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코끼리를 만질 때를 생각해보세요. 상아, 다리, 코 다 다르잖아요. 이걸 교묘하게 이용했죠. 100가지 이야기 가운데 하나를 갖고 사람들이 오해하게끔 만들었어요. 원전 문제만 해도 그래요. 방사능이 미치는 영향을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피해자 통계가 다 달라요. 수십 명에서 수십만 명까지 차이가 납니다. 셀런버거는 지엽적 부분을 끄집어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요. ‘체리 따먹기’의 달인이랄까요.”

기자가 “지금 기후위기를 둘러싼 논쟁이 좌우파 이념 논쟁처럼 되어가는 것 같다”라고 말하자 김백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맞습니다. 그런데 기후위기의 실체에 대해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논쟁이 이루어지지 않아요. 우리가 마르크스주의 논쟁을 벌일 때 얼마나 많은 책과 지식을 놓고 토론했나요. 그런데 이쪽 논쟁은 서로 자기주장만 되풀이할 뿐이에요.”

김백민 교수는 기후과학자다.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단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2014년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문제가 어떻게 한반도 같은 중위도 지역에 한파를 몰고 오는지 밝혀낸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빙하가 사라져 따뜻해진 공기가 제트기류를 약화시킴으로써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권으로 밀어닥친다는 내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이들이 “이렇게 추운데 무슨 지구온난화란 말입니까?”라며 기후위기를 부정하던 때였다. 그는 극심한 겨울 한파가 역설적으로 지구온난화의 결과로도 초래될 수 있음을 밝혀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김백민 교수는 최근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블랙피쉬)라는 책을 펴냈다.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정말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을까,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1℃ 올랐다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의 종말은 피할 수 없는 걸까 등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과도한 불안이나 근거 없는 낙관을 넘어, 기후위기의 ‘수상한 진실’을 과학자로서 탐정처럼 파헤치고 싶었다는 게 그가 책을 쓴 이유다.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마침 지난 8월9일 IPCC가 제6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 환경계획(UNEP)이 공동 설립한 국제 협의체다. 기후위기에 관해 가장 신뢰받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1990년 1차 보고서를 낸 이후 올해 6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발간 직후 국내 언론도 IPCC발 위기 경고를 담은 보도를 쏟아냈다. 김백민 교수와의 인터뷰에서도 IPCC 보고서가 주요 화두였다.

 

IPCC 6차 보고서를 어떻게 보셨나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간이 산업혁명 이후 지구온난화의 범인이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5차 보고서에서 95% 신뢰수준이라면 6차에서는 99%입니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내용이 쉽고 명확해졌어요. 예를 들어 ‘앞으로 평균기온이 4℃ 더 올라가면 50년 만에 찾아오던 극단적인 폭염이 매년 온다’라고 표현했어요. 50년 만의 대재난이 매년 닥칠 수 있다는 거죠.

IPCC 보고서는 그동안 어떻게 변화했습니까?

1990년 1차 보고서는 ‘인간이 기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요약할 수 있어요. 2001년 3차 보고서에서는 ‘최근 50년간 인간이 대부분의 지구온난화를 초래했다’라고 밝히죠(아래 〈그림〉 참조). 점점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보고서의 메시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이 보고서가 과학자들만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경제학자나 사회과학자도 참여합니다. 그래서 IPCC 보고서가 그리는 미래는 예측이 아니라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입니다. 일종의 각본일 뿐, 반드시 미래가 그렇게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가 오해하는 내용이 있을까요?

5차 보고서에서 인간 활동 정도에 따라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그중에 ‘RCP 8.5’라는 시나리오가 있어요. RCP는 ‘대표 농도 경로’라는 말인데, 어려우니까 일단 넘어가죠. 이 시나리오는 인류가 미래에 지금보다 석탄을 네 배 이상 사용함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계속 증가해 지구 온도가 5℃ 이상 상승한다는, 지금으로 봐서는 현실성이 없는 가정입니다. 앞서 〈6도의 멸종〉에서 사용한 시나리오죠. 문제는 많은 과학자와 언론인들이 고의든 아니든 RCP 8.5 시나리오를 인류가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의 미래 예측으로 소개해왔다는 점입니다. 또 한편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이 1.5℃를 넘어서면 더 이상 온도 상승을 멈출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IPCC 보고서에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1℃ 상승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사람들은 “고작 1℃ 정도 오른 거 아니야?”라고 말할 겁니다. 그런데 인간 활동으로 초래한 에너지 93%를 바다가 흡수해요. 산업혁명 이후 바다에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매초 약 1.5개씩 폭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바다가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는데도 지구 온도가 1℃나 상승한 겁니다. 문제는 바닷속에 저장된 에너지가 서서히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 상승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지구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8월25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빗길을 지나는 시민들과 차량.ⓒ연합뉴스

앞으로 ‘비가 많이 내렸던 지역에는 비가 더 많이 오고, 가물었던 지역은 가뭄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라는 점만은 분명히 말하셨습니다.

맞습니다. 다가올 기후변화의 피해를 기후과학자들로 하여금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고 하면 그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강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0년에 역대 최장 장마가 오기도 했죠.

기후위기가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리나라는 무서운 곳이 바다예요. (사진기자의 고향이 속초라고 밝히자) 지금 동해안 수온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바다의 수온 상승이 왜 무서우냐면, 태풍이 따뜻한 바닷물을 따라 우리나라 쪽으로 쉽게 올라옵니다. 태풍과 해수면 상승이 맞물리면 더 복합적인 기후 재난이 닥칠 수 있습니다. 태풍이 올 때마다 물이 덮치는 부산의 마린시티를 보세요. 저는 이것이 어떤 전조같이 여겨집니다.

무서운 일이네요.

그러나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우리가 ‘6℃의 멸종’ 대신 ‘3℃의 희망’을 말했으면 해서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우리가 각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3℃ 정도 온도가 오를 거라고 봅니다. 3℃ 상승을 현실로 놓고 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인류가 멸종하리라는 예측만 해서는 곤란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공포가 너무 과도하다고 보시나요?

공포 메시지가 너무 많이 전달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구 온도 상승이 1.5℃를 넘어서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즉 ‘6℃의 멸종’으로 치닫게 되니 이를 무조건 저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대표적입니다. 기후과학자들은 지구 온도를 1.5℃ 아래로 막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1.5℃를 넘어서더라도 분명 되돌릴 기회는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1.5℃를 상정하게 되면 각 국가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에 취약한 나라들이 짊어져야 할 비용이 너무나도 커집니다. 그러면 탄소 절감 노력을 포기하게 되죠.

한국에도 기후위기를 과장하는 이들이 있나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인데요, 기후과학자 중에서도 RCP 8.5가 석탄을 네 배 더 쓸 때의 시나리오라는 걸 모르는 이들이 있어요. 이걸 쓰면 결과가 더 선명하니까, 논문 쓰기에는 좋겠지만요.

거꾸로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이들은요?

올해 〈불편한 사실〉이라는 번역서가 나왔습니다. ‘앨 고어가 몰랐던 지구의 기후과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죠.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번역했습니다. 이 책은 ‘하키스틱 그래프’(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후 급상승함을 나타낸 그래프)를 부정합니다. 그런데 하키스틱 그래프를 둘러싼 논란은 2020년에 종결되었습니다(39쪽 상자 기사 참조). 기후과학자들이 하키스틱 그래프가 옳다는 걸 확인했어요. 이 책이 출판된 시점이 2017년이라, 책에는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너무 옛날 정보랄까요.

교수님은 기후위기와 기후변화 중에 어떤 단어를 쓰시나요?

기후위기는 과학자들의 언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용어입니다. 저는 기후위기라는 표현보다는 사람들이 ‘기후·에너지 위기’라는 말을 쓰면 좋겠습니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쓰기 시작하면서 기후와 에너지는 한 몸이 되었거든요. 따라서 현 시점의 인류는 기후뿐 아니라 에너지도 위기이면서 동시에 반드시 대전환이 일어나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봅니다.

에너지 문제로 대화가 옮아가면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만든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불편한 진실〉은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다큐멘터리로 널리 알려졌지만, 〈불편한 진실 2〉도 제작됐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7년 발표된 이 다큐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을 앞두고 앨 고어는 인도 장관을 만난다.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려달라는 고어의 말에 인도 에너지부 장관이 이렇게 답한다. “인도도 150년 뒤에는 그렇게 할 겁니다. 풍부한 화석연료로 기반시설을 세워서 1인당 국민소득이 5만~7만 달러가 된 후에 말이죠. 미국이 150년 동안 그렇게 탄소를 배출해왔잖아요.” 전 세계가 연대해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상징하는 장면이다.

2010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군도에 위치한 북극 다산과학기지 인근에서 얼음을 들고 있는 김 교수.ⓒ김배민 제공

한국이 에너지 전환 문제에 뒤처져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영국의 기후변화 관련 미디어에서 한국을 ‘기후악당’이라고 한 적이 있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등을 토대로 비판했습니다. 저는 황당했어요. 〈불편한 진실 2〉에서 인도 에너지부 장관이 하는 말이 맞는다고 봐요. 탄소 배출량은 인구수와 1인당 GDP가 좌우해요. 잘 먹고 잘살면 탄소를 많이 배출합니다. 지금까지 화석연료를 통해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려온 나라가 어느 나라인가요?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으로 보면 한국은 20위권 수준입니다. 현재 시점의 한국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을 비판하는 건 좋지만, 기후악당이라니요? 한국이 기후악당이면 영국은 기후괴물 정도 되지 않을까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은 이미 예고됐다고 하셨습니다.

석유는 어차피 동나요. 유럽이나 미국이 얄밉더라도 우리는 에너지 대전환에 동참할 수밖에 없어요. 2050년에 탄소중립을 할 거냐 말 거냐 이건 제가 보기에 논의의 대상이 아니에요. 중국·일본 다 탄소중립 선언했어요. 우리도 무조건 해야 돼요. 하지만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에 주눅이 들어서 조바심을 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탄소중립 논의에는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2050년은 논하면서 당장 2030년까지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겠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선택에 따른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를 얘기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고 있지 않아요. 기후위기 대응이 코앞에 닥친 현실인데도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만이 답이 아닌가요?

제가 에너지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태양광이나 풍력의 약점은 체력 부족입니다. 체력은 에너지 저장 능력을 말합니다. 제주도를 볼까요? 태양광과 풍력설비가 넘치는 제주도에서는 에너지가 남아돕니다. 쓰고 남은 걸 다른 곳에 팔거나 저장해서 나중에 써야 하는데 그런 기술이 없습니다. 육지로 남은 전기를 보내려 해도 단방향 송전선밖에 없어요. 육지에서 보내는 전기를 받기만 할 수 있죠. 결국 제주도의 태양광, 풍력발전은 수시로 멈춰서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신경 써야 합니다. 폭염, 한파, 폭설 등 태양광이나 풍력이 무력화되는 극단적 기상 현상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보완 에너지 대책도 세워야 합니다.

원전 문제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가요? IPCC에서 2018년 지구 온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원자력 이용을 장려했다는 이야기를 책에 쓰신 걸 보고 놀랐습니다.

장려했다기보다는 원전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전이 탄소를 적게 배출하니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죠. IPCC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조직이지, 원자력의 위험에 대응하는 조직이 아니거든요. 원전이라도 사용해서 위중한 글로벌 이슈를 극복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재생에너지 시대로 가는 징검다리로서 원자력을 좀 더 안전하게 활용할 방법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토륨을 연료로 사용하는 소형 원자로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죠. 토륨은 우라늄과 달리 자체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원자로 스위치를 끄면 즉시 핵분열을 멈춥니다. 빌 게이츠도 토륨을 이용한 소형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전북 부안군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국내 환경운동 단체들의 탈원전이나 탄소중립 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글로벌 이슈는 중요시하는데, 로컬 이슈는 중요하게 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분들은 온도가 1.5℃ 상승하면 큰일 난다,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하죠.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관없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거죠. 세계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차원에서는 다릅니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잘 쓰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한데, 세계적인 지표에만 매달리며 자꾸 조바심을 내게 만듭니다.

여러모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건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무려 7%나 감소했습니다. 엄청난 수치이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세계적 대재난 속에서도 ‘그래 봤자 7%’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게 될까요?

말씀드렸듯이 에너지 전환은 이미 시작됐어요. 세상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에 대응할 수밖에 없고, 결국 탄소는 급격하게 감축될 거라고 봅니다. 문제는 비용이죠. 독일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대폭 늘리면서 전기료가 3배 정도 올랐어요. 앞으로 모든 에너지는 전기로 바뀔 겁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되면 전기료 싼 나라가 패권을 쥐게 되죠. 국가 경쟁력이 전기료로 결정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위기를 기후위기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후·에너지 위기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우리도 준비해야죠. 배터리 기술, 수소 기술 등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기후위기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으로 육식, 특히 소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하는 말이라면서.

현재 가축 사육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이 모든 교통수단에서 배출하는 양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먹는 것, 그리고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 저를 포함해서 육식을 아예 끊을 수는 없겠지만 한 번이라도 덜 먹으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기업이나 정부도 압박해야겠다는 전투 의식이 생길 수도 있죠. 이미 세계적으로 개인들이 단결해서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을 압박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의 물건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기후과학자로서 리얼리스트인 줄 알았는데, 육식을 줄여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이상주의자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뭐든 흑백논리로 나누지 않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이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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