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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모스 3일째 타운 트롤리 그리고 오래된 관계

조한 2022.07.19 11:01 조회수 :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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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내가 오늘 꼭 하려는 것은 타운 트롤리를 타고 타운을 둘러보는 일이었다.

내가 이 타운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트롤리.

 

모두가 자기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 이 개별자들의 고립된 세계에 나는 언제나 적응이 안 된다.

아니 적응을 하지 않을 작정이다. 

차 안에 갇혀서 기름을 엄청 쓰고 주차하느라 수고하고

가까이 사람 구경도 못하는 그 시스템이 나는 싫다. 

public transportation이 잘 발달된 유럽, 그런 면에서 서울도 괜찮은 곳이다. 

그나마 미국에서는 뉴욕과 워싱턴 디시를 좋아하는 이유다.

 

맘모스 레이크 타운은 누구나 탈 수 있는 공공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30분마다 다니는 노선인데 겨울에 더 많이 굴린다.

초록과 빨강색이 어울리는 이쁜 트롤리.

스키 곤돌라와 롯지 등을 연결하느라 생긴 제도인 듯 한데

덕분에 나는 트롤리를 수시로 타고 호스 슈 레이크에 가고 가는 길에 낚시 하는 집 카페에도 들르고

타운을 한바퀴 돌아보며 손쉽게 인류학자 노릇을 한다.  

 

전박사가 만든 햄앤치즈 샌드위치를 간단히 먹고

일단 빌리지에서 어슬렁거려보았다.

가게 절반은 문을 닫고 분위기가 썰렁하다.

월요일 낮이라 그런가?

후드 티를 사려고 했는데 기념품 가게에 들렀는데 상품도 별로 없고 색도 칙칙하다.

일본 여성들을 위한 향수와 초와

비싸고 특이한 스타일의 기념품과 파자마를 파는 가게가 그나마 열려 있어서  

향이 든 바디 로션을 살 수 있었지만 손님이 없다.  

 

빌리지 정류장에서 트롤리를 탔다.

동네 청소년들과 아줌마들이 많이 탔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타는데 

아이를 데리고 탄 두 명의 아빠들, 큰 개를 데리고 탄 남자,

중국말을 하는 교포인 듯한 여성 셋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일단 자주 갔었던 스노 크릭 snow creek atheletic club에 들렀다.

이곳에서 수영복과 운동 바지 등을 샀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수영복도 없고 전시된 물건이 거의 없다.

노인 고객들만 요가 등 신체 훈련을 받고 있다.

쉽게 문을 닫지는 않겠지만 유지가 어려운 모양새다.

 

돌아오는 트롤리 운전사가 차가 과열되었다며

SOS를 청하더니 차는 안 오고 충분히 쉬었는지 다시 왔던 곳으로 갔다가

또 그 차를 끌고 목적지까지 간다고 했다.

좀 급하게 운전을 해서 승객들이 화가 났다.

한명의 노년 등산가는 차가 돌아간 것이 대해 못마땅함을 공공연히 드러냈고

한 중년의 여성은 "우리는 어디에 내동댕이 치려는가?"며 화를 냈다.

둘다 백인이었는데 그렇게 그때 그때 화를 내야 제대로 트롤리가 굴러가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고

트롤리 시스템이 어딘지 잘 못 굴러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보는 것마다 그렇게 해석을 하는 것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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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관계

 

오늘부터 제대로 고도 적응이 된 듯 하다.

어제 9시에 트윈 레이크 가자더니 8시에 일어났는데도 조용하다.

걱정이 되어 이층 침실에 가보니 사람은 없고

crystal lake 갔다가 열시 쯤 오겠다는 이메일이 와 있다.

새벽에 일어난 모양이다.

 

고도적응이 되었으니 오늘부터 전박사와 나는 각자 알아서 잘 지내면 된다.

우리 부부가 결혼할 때 약속은 각자의 세계를 존중하자는 것이었다.

지금껏 그 원칙을 지키며 지내다보니

각자의 모습으로 진화해서 성향도 다르고 속도도 다르고 취향도 엄청 다르다.

자기가 없는 것에 이끌려 평생 같이 살고 싶어하게 되는 것일테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번 쉐익스피어 연극도 전박사는 안 가겠다고 한다.  

약간 섭섭하기도 하지만 그런 가 한다.

가끔 이렇게 초대를 하는 것으로 여러가지 확인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결혼 초에는 연극 보러가면 곧잘 따라왔었는데 요즘은 전혀 가지 않는다.

 

연애할 때, 그리고 결혼 후에도 이름을 불렀었는데 

주말부부, 월말 부부 등등으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제부턴가 이름보다 '전박사'라고 부르게 되었다.

전박사가 점점 더 AI 같아지는 것 같아 그렇게 나오는 듯. ㅎㅎ

요즘은 밥 먹는 것과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몇가지 일,

그외는 따로 약속 잡지 않으면 각자 자유롭게 알아서 하면 된다.

반면 나의 언니네는 80% 같이 하는 부부다.

완전 서로가 있어서 굴러가는 소우주이다. 

두 사람이 만나 만들어가는 부부관계는 정말 천차만별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실은 일년에 두번, 여름과 겨울 한달여 여행을 같이 하면서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한다.

실은 차 안에서 장기 라이드를 할 때 제일 이야기가 잘 된다.

그간 잘 하고 있었는지, 지금 잘 있는지 확인하고

어떻게 변했고 또 변할 지를 가름하고 

앞으로 이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지도 궁리한다.

이렇게 매년 한번이나 두번 같은 장소로 여행을 가서 호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오랜 관계를 유지하려는 이들에게는 아주 필요한 일일 것이다. 

 

오랫동안 게으름을 피웠는데,

실은 글을 쓰면 트집 잡는 이들이 많아서도 열심히 쓰지 않았는데 

여기 있는 동안은 한적한 이 홈페이지 공간에

여행일기를 부지런히 올려볼까 한다.

 

이메일과 카톡과 문자 보는 것, 사진 정리로도 시간이 많이 간다.

카톡 덕분에 마냥 제주도에, 한국에 있는 것 같다.

다음 일요일에 합류하기로 한 내 비혈연 가족 중 한명인 은진 선생은

내가 보낸 카톡 사진과 글을 보고 답 카톡: 

 

"하늘도, 온천도, 호수도, 나무도 모두 명징하군요.

한국은 경제사정 악화 징조가 줄줄이 보이는 듯 하고 오늘 걱정이 좀 되는데,

잠시 천국을 보네요. ^^ 고맙습니다. ㅎㅎ

일곱번째 호수 사진에 물이 줄은 곳이 느껴지네요. 잠시 가물어졌나 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작가가 드라마 시즌 2를 만든다면 

<이상한 한의사 은진은> 이런 제목을 추천해볼까 한다. 

탐정이자, 상담자이자 구도자이자 한의사인 이 친구의 행보는 늘 흥미롭다.  

정말이지 우영우는 신선한 드라마다. 

 

넷플릭스 드라마 <우영우>는 6회차까지 다 보았고

보면서 작가가 도통했구나 싶다.

학교를 그만 두고 "늙은 아버지가 싫다"라는 제목의 멋진 선언문을 썼었는데

그 늙은 아버지- 본관 어쩌고 저쩌고 하는- 판사에게도 기회를 주었다.(추앙해주었다)

이제 막 마흔이 되었을텐데 시대가 사람을 나이 상관없이 도통하게 만드나부다.

 

박은빈 연기가 탁월해서 그가 출연한 다른 드라마들도 살펴보았는데

결국 작품이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어쨋든 이 드라마로 인해 많은 이들이 '이상한' 것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고 있을 것이다.

장애인, 미혼부, 탈북자 등 만이 아니라

제대로 안 걷고 뒤뚱거리거나 두 팔을 흔들며 걷는 사람,

이상하게 말하는 사람에 대한 관용이 생겼을 것이다. 

 

산책하면서 우영우처럼 두 손을 들고 다니는 나를 본다. 

로봇 같기도 해서 재미도 있지만 일단 허리가 덜 아프다.

팔을 휘두르며 경사를 뒷걸음으로 올라가기도 하는데 그 역시 크게 도움이 된다.

 

허리가 찌푸둥해서 수영을 하고 샤워실에 갔더니

샤워를 마친 손님이 자쿠지 탕에 크롤라인이 너무 많다고

자기도 전화하겠지만 관리실에 불평을 하라고 했다.

좋은 시민이 되려면 불평을 부지런히 제대로 해야 한다.

 

저녁을 떡국으로 간단히 먹고 

묵상 모임이 오늘인 줄 알고 허둥대다가

내일이라 한숨 돌리고 해질녘에 또 한 시간 걸었다.

몸이 분명 좋아지고 있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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