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하자의 감수성으로 자본주의 살아가기

조한 2019.08.01 06:31 조회수 : 375

하자 스무번째 생일을 맞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시대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데 하자센터,

그 센터를 거쳐간 이들의 행보를 보면 

한국사회의 일면이 보인다. 

 

초창기에 대학원생으로 하자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헌을 한 이가 있다.

그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면 즉각 소리 높혀 문제제기를 하고 공론장을 벌이게 만들었다. 

새 동네를 만들 때 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양양을 하자 센터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공신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아리조나에서 가르치고 있는 그에게 하자 초기 막내들을 생일 파티에 모아보면 어떻겠냐는 이메일을 보냈더니

"막내들 모임보다는 하자에 있다가 private sector로 가서 좀 다른 마인드로 시장에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하자의 초기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한 팀은 일년이 되지 않는 시점에 회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했다.

솔직히 약간 배신감을 느꼈지만 그냥 아무 말 없이 나가도록 했다. 

"가는 사람 막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만든 자율동네였고

내심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하지"라는 뱃짱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뜻을 모으는 것이고 당시 하자는 뜻이 모아지는 기운 충천한 곳이었다.

사실상 나간 온라인 팀장은 하자 센터의 싻을 틔운 계기가 된 1996년 백양로 난장의 총기획, 지휘자였다.

군대에서 장군의 비서를 하다가 제대하고 내 수업을 듣다가 큰 행사의 총 기휘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탁월한 기획자였고 그를 중심으로 모인 작업자들이 없었으면

하자 센터는 그렇게 쉽게 만들어 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점에서 나는 항상 그에게 감사하고 그 역시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포도주 한병을 들고 하자를 찾아온다.

 

시장적 마인드를 가진 판돌들은 NPO에 속하는 하자공동체와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었고 

게중에는 자신이 먼저 그런 경향을 알아차리고 나가서 사업을 한 이도 있고

취직을 해서 잘 나가는 이들도 있다.  

자신은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하자센터 쪽에서 (휘가) 강력하게 추천해서 사회적 기업가가 된 이들도 있다.

나가서 때론 후회하고 때론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들 했을 것이다. 

그들이 차린 '사회적 기업'도 사실상 일반 기업과 별 다른 바 없는 기업도 있고  

<길모퉁이 가게>로 영상화된  <소풍가는 고양이>처럼 매우 사회적인 성격이 강한 기업도 있다.  

그들은 서로 돕기도 하고 투자도 한다는 소문을 듣고 있다. 

 

하자에서 좀 놀다가 개인 아티스트로 시장의 흐름을 타고 크게 성공한 아티스트도 있고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탁월한 작품을 내지만 시장적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양양은  중학교 때부터 하자에 들락거린 친구의 예를 들면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나이들었다고 자본과 편안하게 결탁하지 않는 식으로 가는 슬로워크 기업의 핵심 멤버인 펭도의 예를 들기도 했다.

회사 문화나 마인드가 확실히 다른 벤처를 꾸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과 자율을 강조한 하자인만큼 개인주의적으로 풀어가는 건 당연한 것이고 다양한 선택지들이 나온 것 역시 당연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하자적 감수성으로 자본주의를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토론을 해보면 좋겠다는 것이 양양의 제안이다. 

역시 막내 공신다운 제안. 

역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서 지내면 즐겁다.

 

 

 

목록 제목 날짜
348 자유 평화의 생일 file 2019.05.15
347 두려움의 문화야말로 지금 가장 거대한 바이러스 (반다나 시바) 2020.05.28
346 재신론 (리차드 카니) 이방인에 대한 환대와 적대 사이 2021.07.30
345 활, 탐구하는 사람 2019.08.18
344 민들레 123호 오월은 푸르구나 2019.06.18
343 AI 관련 책 추천 2020.02.21
342 홀가분의 편지- 사회적 영성에 대하여 2020.09.01
341 나의 페미니즘, 창조적 공동체를 살다/살리 2023.05.24
340 스승의 날, 기쁨의 만남 2021.05.16
339 미셸 오바마의 <Becoming> 2020.07.14
338 박노해 반가운 아침 편지 2021.04.06
337 후광 학술상 기조 강연 발표 자료 file 2021.06.15
336 신인류 전이수 소년의 일기 2021.06.02
335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좋은 기사 2020.02.22
334 좋은 소식~ 기후 변화 정부 책임 세계 첫 판결 2020.02.21
333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 2020.01.28
332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의 욕 연구소 2019.05.30
331 <돌봄 인문학 수업> 추천의 글 2019.08.05
330 아파서 살았다 (오창희) 2021.05.16
329 오늘의 메모: 듣기를 명상처럼 -잘 듣기 2021.08.29
328 책 추천사 -< 월경 :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도를 그리다> 2020.05.09
327 video call fatigue- 실질적 논의들의 시작 2020.05.09
326 <위기 시대, 사회적 돌봄과 공간 변화> (DDP 포럼) 2020.08.10
325 요즘 활과 자주 만난다 file 2019.09.22
324 재미난 교실 발표 ppt file 2019.07.06
323 슬기로운 미래 교육 시즌 1 발제문 2020.05.11
322 3/28 추천글 쓰기의 기쁨 2022.03.28
321 3/19 김홍중 세미나 - 에밀 뒤르껭과 가브리엘 타르드 2022.03.19
320 라이프 3.0 인문학 전시 준비중 2019.06.05
319 또 한번의 인터뷰 (청와대 사건) 2019.05.27
» 하자의 감수성으로 자본주의 살아가기 2019.08.01
317 마을 체육관에서 벌어진 방학 주말 학교 file 2020.01.27
316 Ready For More Sherlockian Adventures? 2020.10.03
315 김영옥 흰머리 휘날리며 2022.03.05
314 명필름의 <당신의 부탁> file 2019.07.05
313 2020 하자 창의 서밋에 2020.09.08
312 새로운 것에 대한 피로감과 탁월한 것에 대한 재수없음 2019.08.01
311 사랑한다면 이제 바꿔야 할 때다 피케티 2021.06.04
310 촛불을 들지 못한 20대들 2019.10.07
309 함께 한 대학 시절 이야기 2019.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