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아감벤 <내가 보고 듣고 깨달은 것> 중에서

조한 2024.02.15 14:01 조회수 : 240

묵상 모임 1.

자코모로리오에서 종소리를 들었다. 종교인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사용하는 목소리와 종소리 가운데 종소리는 무척 친근해서 들을 때마다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목소리는 너무 직설적이라 나를 부를 때 경솔하다는 느낌마저 주는 반면 종소리는 이해가 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 종소리는 부르지 않는다. 나를 부르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함께하면서 그 맹렬한 울림으로 나를 휘어 감고는 너무나도 감미롭게울리기 시작할 때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수그러든다. 아무런 말도 없이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소리, 그것이 내게는 종소리다. 자코모로리오에서 내가 들은 것이 바로 이 종소리다.

 

2. 

‘거울’에서 나는 우리우리 자신사이에 미세한 간극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이 간극을 우리의 모습을 인지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가늠할 수 있다. 이 미세한 틈새에서 우리의 온갖 심리학적 상태가, 우리의 모든 신경증과 두려움, ‘의 승리와 추락이 유래한다. 우리가 자신을 즉각 알아볼 수만 있다면, 그러니까 이 포착 불가능한 틈새만 없다면 우리는 심리학이 전혀 필요 없는 천사와도 같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심리학과 다를 바 없는 소설도 없을 것이다. 소설이란 등장인물들이 스스로를 알아보거나 오해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니까.

 

3.

크레티우스를 통해 나는 신들이 일종의 사이 세계에, 여러 사물들 사이의 틈새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훌륭한 신은 디테일에만 있지 않고 무엇보다도 모든 사물을 사물 자체와 분리시키는 미세한 틈새에 머문다. 스스로를 신성하게 만들면서 살아가는 기술은 집이 아니라 문턱에 머물 줄 아는 기량을, 중심이 아니라 여백에 머물 줄 아는 기량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신성함이 아니라 후광을 추구할 줄 아는 기량을 요구한다.

 

4.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서, 나는 타자의 존재란 풀리지 않고 공유만이 가능한 일종의 수수께끼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수수께끼를 함께 나누는 일, 그것을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부른다.

 

5.  

철학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무엇인가?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은 우리가 아직 인간이 아니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는 것과 같다. 인간의 과제는 유아기, 동물적인 것, 신성한 것을, 그러니까 아직은 인간적이지 않았던 순간과 더 이상 인간적이지 않은 순간들을 기억하는 데 있다. 

 

목록 제목 날짜
286 경향 컬럼 여가부 관련 2020.08.09
285 <위기 시대, 사회적 돌봄과 공간 변화> (DDP 포럼) 2020.08.10
284 그들이 우리는 먹여 살리고 있다 (농촌 이주 노동자) 2020.08.10
283 DDP 디자인 박물관 기념 강의 발표자료 file 2020.08.15
282 홀가분의 편지- 사회적 영성에 대하여 2020.09.01
281 2020 하자 창의 서밋에 2020.09.08
280 small schools big picture 2020.09.21
279 대한민국 살기좋은 나라.... 2020.09.25
278 서울시 온종일 돌봄 실태분석과 정책방안 2020.09.26
277 추석 연후에 보려는 영화 2020.09.28
276 광명 자치 대학 개강 특강 file 2020.09.28
275 Ready For More Sherlockian Adventures? 2020.10.03
274 찬미 받으소서 2020.10.13
273 기후 변화 학교 (표선) file 2020.11.16
272 오드리 탕 미래 교육 인터뷰 (여시재) 2020.11.18
271 초딩 소년들을 위한 영화 2020.11.30
270 기후 변화 산호의 상태로 보는. 2020.11.30
269 방과후 교사의 자리 2020.11.30
268 새 기술과 의식이 만나는 비상의 시간 2020.11.30
267 영도 지역 문화 도시 지역문화 기록자 과정 file 2020.12.03
266 시편 정경일 선생의 글 중 file 2020.12.09
265 글을 고치다가 골병 들겠다- 민들레 글 file 2020.12.20
264 시원 채록희의 영 어덜트 소설! 2020.12.27
263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 2020.12.29
262 실기가 아니라 관점과 언어 2020.12.30
261 제주 유네스크 잡지에 낸 글 2020.12.30
260 사회적 영성에 대하여 2021.01.01
259 장선생을 보내며 2021.01.07
258 자기를 지키는 길은 글쓰기 밖에는 없다 2021.02.14
257 어딘의 글방- 제목의 중요성 2021.02.16
256 박노해 반가운 아침 편지 2021.04.06
255 3차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 발제문 2021.04.06
254 기본소득 컨퍼런스 발표 초록과 ppt file 2021.04.20
253 코로나 시대 여성으로 사는 법 (이원진-해러웨이) 2021.05.09
252 마을 큐레이터 양성 사업 (성북구) file 2021.05.09
251 사람이 사람에게 무릎 꿇는 세상은 (고정희) 2021.05.12
250 스승의 날, 기쁨의 만남 2021.05.16
249 아파서 살았다 (오창희) 2021.05.16
248 가족 덕에, 가족 탓에- 아기 대신 친족을! 2021.05.30
247 신인류 전이수 소년의 일기 202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