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하자의 감수성으로 자본주의 살아가기

조한 2019.08.01 06:31 조회수 : 268

하자 스무번째 생일을 맞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시대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데 하자센터,

그 센터를 거쳐간 이들의 행보를 보면 

한국사회의 일면이 보인다. 

 

초창기에 대학원생으로 하자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헌을 한 이가 있다.

그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면 즉각 소리 높혀 문제제기를 하고 공론장을 벌이게 만들었다. 

새 동네를 만들 때 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양양을 하자 센터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공신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아리조나에서 가르치고 있는 그에게 하자 초기 막내들을 생일 파티에 모아보면 어떻겠냐는 이메일을 보냈더니

"막내들 모임보다는 하자에 있다가 private sector로 가서 좀 다른 마인드로 시장에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하자의 초기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한 팀은 일년이 되지 않는 시점에 회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했다.

솔직히 약간 배신감을 느꼈지만 그냥 아무 말 없이 나가도록 했다. 

"가는 사람 막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만든 자율동네였고

내심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하지"라는 뱃짱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뜻을 모으는 것이고 당시 하자는 뜻이 모아지는 기운 충천한 곳이었다.

사실상 나간 온라인 팀장은 하자 센터의 싻을 틔운 계기가 된 1996년 백양로 난장의 총기획, 지휘자였다.

군대에서 장군의 비서를 하다가 제대하고 내 수업을 듣다가 큰 행사의 총 기휘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탁월한 기획자였고 그를 중심으로 모인 작업자들이 없었으면

하자 센터는 그렇게 쉽게 만들어 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점에서 나는 항상 그에게 감사하고 그 역시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포도주 한병을 들고 하자를 찾아온다.

 

시장적 마인드를 가진 판돌들은 NPO에 속하는 하자공동체와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었고 

게중에는 자신이 먼저 그런 경향을 알아차리고 나가서 사업을 한 이도 있고

취직을 해서 잘 나가는 이들도 있다.  

자신은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하자센터 쪽에서 (휘가) 강력하게 추천해서 사회적 기업가가 된 이들도 있다.

나가서 때론 후회하고 때론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들 했을 것이다. 

그들이 차린 '사회적 기업'도 사실상 일반 기업과 별 다른 바 없는 기업도 있고  

<길모퉁이 가게>로 영상화된  <소풍가는 고양이>처럼 매우 사회적인 성격이 강한 기업도 있다.  

그들은 서로 돕기도 하고 투자도 한다는 소문을 듣고 있다. 

 

하자에서 좀 놀다가 개인 아티스트로 시장의 흐름을 타고 크게 성공한 아티스트도 있고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탁월한 작품을 내지만 시장적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양양은  중학교 때부터 하자에 들락거린 친구의 예를 들면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나이들었다고 자본과 편안하게 결탁하지 않는 식으로 가는 슬로워크 기업의 핵심 멤버인 펭도의 예를 들기도 했다.

회사 문화나 마인드가 확실히 다른 벤처를 꾸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과 자율을 강조한 하자인만큼 개인주의적으로 풀어가는 건 당연한 것이고 다양한 선택지들이 나온 것 역시 당연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하자적 감수성으로 자본주의를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토론을 해보면 좋겠다는 것이 양양의 제안이다. 

역시 막내 공신다운 제안. 

역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서 지내면 즐겁다.

 

 

 

목록 제목 날짜
241 박노해 괘종시계 2021.10.25
240 고정희 기일에 외경 읽기 2022.05.29
239 저활성 사회 (정근식) 다산포럼 2020.04.07
238 또문과 추석 file 2023.09.30
237 8월 3일 LA 브렌트우드 집의 정원수와 풀들 file 2022.08.05
236 다 함께 폭력을 몰아내는 춤을 2020.01.25
235 남성 중심 문명 그 이후 (슬기로운 좌파 생활 서평) 2022.02.01
234 3/28 추천글 쓰기의 기쁨 2022.03.28
233 엄기호 애도는 사회의 크기를 결정한다 2022.11.15
232 정체성의 정치에 대한 논의 2021.08.25
231 존엄사에 관한 영화- 잘 죽는다는 것 2022.12.01
230 오늘의 사자 소학 2022.02.28
229 KAIST, 중·고교 ‘온라인 개학’ 지원 나선다 2020.04.07
228 우리 동네 중딩과 함께 놀고 배우고 2023.04.22
227 드라마 작가의 노고 2022.05.30
226 댓글 지면, 어떤 순기능을 하는걸까 2022.02.10
225 사티쉬 쿠마르- 세상은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 2021.09.15
224 [왜냐면] 나! ‘코로나19 바이러스’ / 김정헌 2020.03.17
223 좋은 글-"바이러스와 인간, 그리고 권력 2020.04.07
222 문학이라는 사나운 팔자와의 동거 2022.12.04
221 돌봄- 영 케어러 2021.09.13
220 할머니들의 기후 행동- 동네 공원에서 놀기 2022.02.10
219 맘모스 3일째 타운 트롤리 그리고 오래된 관계 file 2022.07.19
218 기운 나는 30분- 장자의 줌 영어 공부 2022.03.28
217 영화 세편 2022.06.11
216 도서관 연합회 길위의 인문학 마무리 특강 file 2022.12.01
215 고나 그림 -캠브릿지 걷던 길 2021.11.02
214 우리 할머니는 예술가 2022.04.17
213 트럼프지지자들이 리버럴을 미워하는 이유 2020.02.18
212 80,75,71세 노인들의 음악 세션 file 2019.07.28
211 해러웨이 관련 좋은 글 2022.07.13
210 황윤 감독의 신작 <수라> 관객이 만드는 시사회 2023.04.22
209 AI 시대 문해력 ppt 수정 file 2022.10.04
208 In this life-Israel Kamakawiwo'ole 2020.02.05
207 한나 아렌트 정치와 법의 관계 2021.08.06
206 팬데믹 3년이 남긴 질문: 교육공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 원고) file 2022.05.16
205 고래가 지나가는 곳에서 file 2020.01.27
204 협동 번식과 모계사회 2022.01.01
203 영화 마션 2015년도 작품 2021.12.26
202 십개월의 미래, 카오스 코스모스 그리고 모계사회 2022.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