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모스 13일째 스키 대신 자전거
7월 28일 목요일
요세미티에서 오는 길이 깜깜해서 별 보기에는 최상의 상태.
전망대에서 한참 별을 보다가 왔다.
진진은 여행을 가는 목적 중 하나가 별을 보는 것인데
별로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서 은하수와 별 가득한 밤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거의 자정이 되어 집에 들어와 녹초가 되었다.
늦잠을 자고 적당히 쉬고 글도 쓰고 스키장 메인 롯지가 있는 곳에 갔다.
자전거를 들고 곤돌라 타는 사람들로 붐볐다.
스키 시즌이 아닐 때 낚시나 물놀이, 그리고 자전거 타는 이들이 좀 있었는데
최근 들어 자전거 붐이 크게 일고 있는 것 같다.
똘망똘망한 열살 정도 소년들과 형, 아버지, 아저씨들이
분주하게 곤돌라를 타고 가파른 길을 5분만에 내려오곤 했다.
곤돌라 리프트 비용은 40여달러.
맘모스가 조만간 여름에도 사람들이 몰릴 거라는 전망이다.
자전거족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고 전기 자전거가 그 붐에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주차장 옆에 큰 놀이터가 들어섰는데 번지 점프, 암벽 등반 (볼더링과 줄타고 내려오기 등)
물레방아로 금가루 채취 체험, 활쏘기, 스키 로프 타기 등 어린이 체험장이다.
2, 3분 타는데 20여불씩. 여러개 다 타보면 금방 100불이 넘는다.
부모들은 곁에 마련된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아이들을 보고있다.
미국은 어디가나 돈이고 계산 하나는 세밀하고 철저하게 잘 한다.
돈이 돈 값을 하는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다.
팁 제도만 해도 그렇다. 나는 이 팁 주는 것이 불편해서 가능한 한 레스토랑에 안 간다.
음악회 표를 사도 조금 더 내면 자리가 그만큼 좋게 세심하게 배려해서 자리를 배치한다.
돈이 좀 있고 정보를 가진 이들은 할인이 많이 되는 일일 패스를 활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꽤 많은 돈을 쓰고 몇가지 체험밖에 못하고 아쉬워하며 떠난다.
관찰 하나: 체험 세대
부모들, 특히 엄마들은 아이들을 모험체험장에 들여보내교 증명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어른을 위해 체험을 해주고 포즈를 취해주는 것에 많은 아이들이 익숙해져있다.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의 표정은 좀 다르다.
자기 연마가 가능한 영역에서의 활동이 사람을 당당하고 의젓하게 만든다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키워가는 나이가 요즘은 열살 정도때부터일 듯 하다.
관찰 둘: 아이들을 돌보는 청년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복장부터 우충충한 색의 윈드 브레이크에 모자를 눌러쓰고 사무적으로 다룬다.
인종적으로는 백인 아시아인이고 노동은 거의 멕시칸들이 하고 있다.
유러피안 번지는 일단 몸무게를 재고 무게를 기계에 적어 넣아 작동시키면 되는데
아이를 맞이하는 청년은 하네스를 끼고 준비할때부터 가능한 한 못본척 하고 무표정하다.
아이가 낑낑대면 마지못해 도와주고 초반에 제대로 뛰지 못해 안달을 해도 본척도 안 하다가
사진을 찍으려고 대기중인 어른이 불편해하면 마지 못해 끈을 한두번 당겨주는 식이다.
높은 곳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경우도 지도자/도우미들은 전혀 상냥하지 않다.
그곳은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닌 듯, 자기 일에 아무런 애정도 없는 듯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마가렛 에트우트의 <핸드메이즈테일>에 나오는 노동자들을 연상시킨다.
위험이 따르는 스포츠라 아이들이 장난 칠까봐 일부러 무게는 잡는 걸까?
디즈니랜드 였다면 지도자/서포터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방글방글 웃으며
아이들을 즐겁게 데리고 놀면서 할텐데....
문득 중고등학생들을 잘 훈련시켜서 서로가 행복하게 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고 싶어졌다.
<어린이의 세계>에서 글쓰기 선생님이 하듯 잠시의 시간이지만
아이가 존중받고 즐거워지는 시간을 줄 수 있게 놀이터문화를 바꾸고 싶어진다.
내년에 오게 되면 일단 이곳 매니저와 만나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지금처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두 쪽이 다 보기 안 쓰럽다.
곤돌라 타러 간 팀이 두시간 정도 있다가 내려왔다.
산꼭대기에 가니 맘모스가 다 보이고 탁 트여있는데
스타벅스가 있어서 글 쓰러 가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언제 글이 안 써지면 그곳에 가서 써봐야지....
LA 갈비를 요리하고 멕시코 노동자들이 많이 가는 <살사>라는 멕시칸 식당에서 사온 타코로 포식을 했다.
빌리지 산책을 했는데 청소년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킨콩 영화 상영을 한다고 했다.
사막이라 꽃들을 골라서 심어야 한다.
재미난 트리 하우스가 있어서 찍어 보았다.
어릴 때 트리 하우스 만드는 것은 나도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돌아와 어제 못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이틀 치 다 보았다.
우영우가 장애인으로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이었는데
진진은 우영우가 앞으로 좀 더 신나게 활약을 해주면 좋겠다며 조금 아쉬워 했다.
우리 모두가 기적을 이루는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느님이여, 조율 한번 해주세요" 한영애의 노래처럼
세상을 손 볼, 기적을 일으킬 존재를 기다린다.
드라마에서만이라도 그런 모습을 자주 보고 싶어진다.
자칫하면 그런 것에 대한 감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욱.....
오빠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자꾸 무슨 말을 하려고 해서 약간 짜증이 났다.
몇십년 전문가도 산 것은 물론 중요하다.
몇십년 인류학자로 산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패러다임 자체가 붕괴한 지금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도 알고 있다.
자신을 전문가 위치에 놓고 남을 아래로 두는 순간
우리는 전문가도 아니고 배울 수도 없는 사람이 된다.
정책 상상 : 세상이 좋아지기를 너무나 바라는 진진과 나는 잠시 신나는 상상을 했다.
한국의 여름처럼 더워서 모두가 에어콘을 틀고 기름을 써야 하는 지역이라면
국가가 나서서 시베리아 철도가 닿는 도시와 마을들과 협약을 맺어
쉽게 일시 이주를 하게 되면 어떨까?
각자 방이 딱히 없어도 적절한 침구가 있는 편안한 주거환경,
밥 먹지 않을 때는 작업장 겸 카페로 사용되는 커뮤니티 식당과 파티를 할 너른 마당
산책길, 자전거길, 이런 환경이면 많은 이들이 가서 쉬고 충전하고 전기도 안 쓰고 여러모로 유익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어차피 한국 있으면 일의 효율도 안 날테니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서 온라인으로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은 가고
일을 못 찾거나 쉬어야 하는 이들은 쉬면서 삶을 추스리고
그러다보면 새로운 발상들이 터져 나와 좋은 세상을 만들 실험들이 마구 이루어질 것이 아닌가?
이 제도를 마련하면서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고
육로, 곧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하려면 북한과 계약을 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어렵다면 울라디보스톡까지만 배를 타고 가는 것도 방법일까?
이런 상상을 하는데 진진은 먼저 현재 노동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년들이 업무 상에서 지칠대로 지쳐있어서 먼저 노동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했고
나는 에어콘 있는 곳에서 나름 제대로 보수 받고 일 하고 있는 사람들을 그냥 좀 참고 일하면 되고
그들은 힘들어지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로 조금 시원해지고 여유로와질 것이라고 했다.
이 정책은 일단 당장은 일이 없고 돈이 없는 사람들부터 기본소득 주는 것처럼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쉽게 합의가 될 것 같지 않는 마찰이다.
누가 눈에 밟히는지에 따라 방법론이나 순서가 달라진다. ㅎ
어쨌든 글로벌 세상을 하는 우리들은 이제 글로벌 주민으로 지구를 잘 활용해야 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세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경직된 국가는 기발한 발상을 하지 못하므로
상상이 아직 가능한 시민들이 이런 발상을 해내고 정책화 하고 실현시켜내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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