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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시선 초판본 (이은정 역음, 2012)

haejoang@gmail.com 2021.10.19 12:00 조회수 : 282

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고정희(1948~1991)는 한국시가 중요하게 꼽는 키워드들 위에서 거침없이 행보를 하며 시를 쓴 시인이다. 그의 시는 심장이 뛰고 이성이 향하는 곳으로 결연하게 나아간 벅찬 활보며 궤적이었기 때문에 시인의 박동이 그대로 전해지듯 숨 가쁘게 다가오기도 하고 깊은 자상(刺傷)을 남기듯 고통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시가 열어젖힐 수 있는 모든 문을, 그러나 열어젖히는 순간 범람해 올 격랑을 감당할 수 없어 머뭇거리게 되는 그 불가항력적인 문들을, 고정희는 뜨겁고 의연하게 열어젖혔다.
고정희의 시는 ‘여성’ ‘민중’ ‘현실’이라는 묵직한 키워드를 품어 안는 동시에 관통하면서 나아갔다. 그는 시인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여성민중주의적 현실주의’라고 명쾌하게 정의한다. 1975년 등단 이후 1991년 타계하기까지 11권의 시집들을 통해, 거칠면서도 우아하게, 격하면서도 결곡하게, 낭창거리면서도 정확하게 과녁의 중심을 향해 가는 언어들을 줄곧 토로했다. 고정희의 시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부터 준열한 지사적 신념까지, 애틋한 연정으로부터 결연한 고함까지, 제 목소리에 겨운 무당으로부터 지적이고 명석한 여성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진정성을 담은 ‘목소리’들을 변주하며 언어 위를 활주했다.
여러 난제의 지점들을 딛고 서 있던 시인, 고정희는 현실 인식과 여성 문제 사이의 간극은 물론 낙차까지 드물게 통찰했던 시인이다. 그는 이 인식과 성찰이 혼효된 가운데에서 ‘시적 실천’과 ‘실천적 시’를 견지했다. 시인은 이 시간들을 이렇게 요약한다. “광주에서 시대 의식을 얻었고, 수유리 한국신학대학 시절 민중과 민족을 얻었고, <또하나의문화>를 만나 민중에 대한 구체성과 페미니스트적 구체성을 얻었다. 이들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이며, 이는 나의 한계이자 장점이다.” 품 넓은 기독교적 세계관과 굳고 정한 역사의식, 탁월하고 유연한 서정성과 치열하고 단호한 페미니즘, 이렇듯 결연한 의식과 애연한 서정을 모두 견인했던 시들이 바로 고정희의 시사(詩史)라고 할 수 있다.

 
200자평
 

‘민중’, ‘여성’, ‘현실’, ‘서정’. 우리 시의 중요한 키워드를 모두 끌어안고 거침없이 나아간 시인이 있다. 바로 고정희다. 현실의 위력 앞에 타협하거나 순응하지 않았으며 일절 패색 없이 새로운 역사에 대한 결기를 염원했다. 기독교와 씻김굿과 무속이 불화 없이 화음으로 공명하고, 거대 담론과 여성의 일상이 상생하며, 엄정한 대결 인식과 넘치는 서정이 한 방향을 향해 담대하게 나아간다. 11권의 시집에서 엄선한 작품 95수를 소개한다.

 
지은이
 

고정희(1948∼1991, 본명 고성애)는 전남 해남의 송정리에서 5남 3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20∼30대에는 전남에서 지역지의 기자로 활동하고 문학동인 활동 및 YWCA 간사를 지냈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한국신학대학을 다녔으며(1975∼1979), 1975년 박남수 시인의 추천으로 <연가>, <부활 그 이후>로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1979년 <목요시> 동인(허형만, 김준태, 장효문, 송수권, 국효문 등) 및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로 활동했다. 그해 첫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1979)를 출간했고, 이후 1∼2년마다 빠짐없이 시집을 출간하면서 활발하게 시작 활동을 하고 시적 인식을 실천에 옮기는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제2시집 ≪실락원 기행≫(1981)을 펴낼 당시에는 기독교문사에서 근무했으며, 제3시집 ≪초혼제≫과 제4시집 ≪이 시대의 아벨≫(1983)을 같은 해에 출간했는데 이 중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에서 억울하게 죽어 간 민중의 넋을 기리는 장시를 담은 시집 ≪초혼제≫로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즈음 크리스챤아카데미 출판간사 일을 하는 한편 <또하나의문화> 창간 동인으로 여성문화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장으로 일했다. 제5시집 ≪눈물꽃≫(1986)을 펴내고 이어서 1987년에는 <또하나의문화>에서 펴낸 동인지 ≪여성해방의 문학≫에 <우리 봇물을 트자>라는 권두시를 실으면서 여성문화운동의 핵심적인 역할에 들어서서 체계적인 활동을 했다. 이 시기에 제6시집 ≪지리산의 봄≫(1987)을 펴내고 1988년에는 ≪여성신문≫의 초대 주간을 맡았다. 제7시집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1989)와 제8시집 ≪광주의 눈물비≫(1990)를 연이어 펴낸 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식민지 경험을 겪은 국가의 예술가 워크숍에 참여하고 돌아와 제9시집 ≪여성해방출사표≫(1990)와 제10시집 ≪아름다운 사람 하나≫(1991)를 이어서 출간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운데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가족법개정운동사≫를 편집 제작하는 등 현실의 삶에서 인식을 실천하는 일에 매진했다. 1991년 6월, 지리산 등반 도중 뱀사골에서 사고로 43세의 삶을 마감했다. 이듬해 유고시집인 제11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1992)가 출간되었다.

 
엮은이
 

이은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은 김춘수와 김수영 시학을 대비적으로 분석해 한국 모더니즘시의 구도를 밝힌 연구다. 한국 현대시에 관한 저서로 ≪현대시학의 두 구도-김춘수와 김수영≫(1999), ≪김수영 혹은 시적 양심≫(2006), ≪공감-시로 읽는 삶의 풍경≫(2007, 공저), ≪김춘수의 무의미시≫(2012, 공편저)가 있으며, 여성 문학에 관한 저서로 ≪한국여성시학≫(1997, 공저),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저서로 ≪명작 속에 숨어 있는 논술≫(2005, 공저), ≪명작의 풍경-롤리타에서 싯달타까지≫(2010, 공저), 그 외의 공저로 ≪새로 쓰는 한국시인론≫(2003), ≪행복한 시인의 사회-80년대 시인론≫(2004), ≪시대를 건너는 시의 힘-70년대 시인론≫(2005),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90년대 시인론≫(2009) 등이 있다. 한국 현대시의 젠더에 관한 주제, 시학을 새로 밝혀 나가는 주제, 문학 텍스트를 삶 읽기와 글쓰기로 연동하는 문제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2012년 현재 한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례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迷宮의 봄·4
아우슈비츠·1
결빙기
브라암스 前
파블로 카잘스에게
동물원 사육기
點火
변증의 노래
가을
탄생되는 詩人을 위하여

≪실락원 기행≫
新연가·1
陶窯地·1
干拓地·3
수유리의 바람
迷宮의 봄·12
베틀 노래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失樂園 紀行·1
철쭉祭
巡禮記·1

≪초혼제≫
化肉祭 別詞

≪이 시대의 아벨≫
서울 사랑-어둠을 위하여
서울 사랑-침묵에 대하여
이 시대의 아벨
그해 가을
망월리 碑銘
청산별곡
현대사 연구·1
한림별곡
디아스포라
상한 영혼을 위하여
황혼 일기
徐正敏 小傳
사랑법 첫째
사랑법 일곱째

≪눈물꽃≫
詩人
다시 수유리에서
프라하의 봄·1
프라하의 봄·6
프라하의 봄·8
현대사 연구·13
현대사 연구·14
환상대학 시편·4
디아스포라
마네킹

≪지리산의 봄≫
땅의 사람들 1
땅의 사람들 8
지리산의 봄 1
지리산의 봄 4
천둥벌거숭이 노래 10
즈믄 가람 걸린 달하
반지뽑기부인회 취지문
남자현의 무명지
매 맞는 하느님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위기의 여자
우리 봇물을 트자
고백
오늘 같은 날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여자가 무엇이며 남자 또한 무엇인고
넋이여, 망월동에 잠든 넋이여

≪광주의 눈물비≫
광주의 눈물비
망월동 원혼들이 쓰는 절명시
여자-프로메테우스와 독수리
남은 자의 비밀
그대들 혈관에 우리 피 돌아
드디어 神 없이 사는 시대여
반월시화 7
반월시화 8

≪여성해방출사표≫
황진이가 이옥봉에게
사임당이 허난설헌에게
우리들의 두 눈에서 시작된 영산강이

≪아름다운 사람 하나≫
아파서 몸져누운 날은
왼손가락으로 쓰는 편지
북한강 기슭에서
지울 수 없는 얼굴
약탕관에 흐르는 눈물
두 우주가 둥그렇게
희망의 시간
가을밤
가을을 보내며
그대의 시간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밥과 자본주의-민중의 밥
밥과 자본주의-아시아의 아이에게
밥과 자본주의-브로드웨이를 지나며
밥과 자본주의-밥을 나누는 노래
외경 읽기-눈물샘에 관한 몇 가지 고백
외경 읽기-농사꾼이 머리 노동자에게
외경 읽기-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 사발 들어 올릴 때
외경 읽기-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외경 읽기-여자가 되는 것은 사자와 사는 일인가
외경 읽기-사십 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새벽에 깨어 있는 자, 그 누군가는
듣고 있다 창틀 밑을 지나는 북서풍이나
대중의 혼이 걸린 백화점 유리창
모두들 따뜻한 자정의 적막 속에서도
손이라도 비어 있는 잡것들을 위하여
눈물 같은 즙을 내며 술틀을 밟는 소리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영정 위에 후두두둑 쏟아진 눈물
불이 되고 칼이 된 눈물은
어머니 태아 주신 하늘로 올라가
궁핍한 목숨들 잠든 밤이면
사무치는 이 강산 황토흙 적시듯
이월 찬비 내린다, 너구나
삼월 단비 내린다, 너구나
사월 꽃비 내린다, 너구나
오월 큰비 내린다, 너구나
유월 장마비 내린다, 너구나
칠월 작달비 내린다, 너구나
팔월 장대비 내린다, 너구나
구월 소낙비 내린다, 너구나
시월 늦비 내린다, 너구나
동짓달 겨울비 내린다, 너구나
섣달 눈비 내린다, 너구나

맨발로 달려 나가
온몸에 맞아 보건만
한번 가서 오지 않는 우리 애기
봄비에도 가을비에도 살아나지 않으니

●이제 해동 조선의 딸들이 일어섰도다
위로는 반만년 부엌데기 어머니의 한에 서린 대업을 이어받고
아래로는 작금 한반도 삼천오백만 어진 따님 염원에 불을 당겨
칠천만 겨레의 영존이 좌우되는
남녀평등 평화 민주세상 이룩함을
여자 해방 투쟁의 좌표로 삼으며
여자가 주인 되는 정치평등 살림평등 경제평등을 바탕으로
분단 분열 없는 민족공동체 회복을
공생 공존의 지표로 손꼽는다


 
서지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27일
쪽수 31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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