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시편 정경일 선생의 글 중

haejoang@gmail.com 2020.12.09 21:06 조회수 : 60

겟세마니에 있으면서 내가 얻은 또 하나의 선물 중 하나는 시편의 재발견이다. 수도자들은 고대 유대인들이 시편을 노래로 불렀던 것처럼, 시편에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정과 선율을 붙여 노래한다. 그것을 Psalmody(시편찬송)라고 한다. 노래로 부르기 좋게 편집한 시편은 우리가 사용하는 시편과는 장과 절이 조금 다르다. 시편찬송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었는데, 계속 반복해서 듣고 따라 부르면서 선율에 실린 내용에 더 집중하게 되니, 시편은 고통 받는 이들의 노래라는 것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밤기도 중에 시편찬송을 하다, 한 소절에서 가슴이 울컥 했다. “Give us joy to balance our affliction for the years when we knew misfortune(우리를 괴롭게 하신 날 수만큼, 우리가 재난을 당한 햇수만큼,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십시오).” (시편 90:15) 여러 해 동안 불행만을 알아온, 불행만을 겪어온 사람이, 고통을 없애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고통에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만큼의 기쁨을 달라고 하나님께 애절하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시편이 시편인 까닭은 고통을 가장 가까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시와 노래이기 때문이다. 시편의 시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악인을 저주하고 하느님께 항의하면서도, 끝내는 하느님을 신뢰하고 구원을 희망한다. 수도자들은 그런 시편을 매 기도 시간마다 서너 편 노래한다. 그렇게 매일 이삼십 편의 시편을 노래하면서 고통 받는 이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시편은 수도원 안의 수도자들과 세상 속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연결해준다. 시편의 고통 받는 이들의 탄식과 탄원은 오늘 억울하게 고통 받는 이들을 알아차리게 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한다. 수도원은 세상의 고통에 무관심한 이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의 공동체다. 시편은 수도자들에게 세상의 고통 받는 이들을 한시도 잊지 않게 해주는 연대의 종소리다.

목록 제목 날짜 조회수
270 2019실패박람회 '지성인과의 대화-강연' 요청의 건 file 2019.07.24 76
269 경향 컬럼 여가부 관련 2020.08.09 75
268 80,75,71세 노인들의 음악 세션 file 2019.07.28 75
267 청소년 기후 행동 2020.03.14 73
266 트럼프지지자들이 리버럴을 미워하는 이유 2020.02.18 73
265 Donald Trump, American Idiot 2020.04.27 72
264 [슬로워크・빠띠] 원격근무가 처음이라면 2020.03.07 72
263 mammoth lakes 고도 적응후 첫 나들이 file 2019.07.26 72
262 confronting gender binary -젠더의 경계 넘기 2020.07.28 70
261 [왜냐면] 나! ‘코로나19 바이러스’ / 김정헌 2020.03.17 69
260 video call fatigue- 실질적 논의들의 시작 2020.05.09 68
259 기후 변화 학교 (표선) file 2020.11.16 67
258 따뜻한 곳으로 가서 노시오 ! file 2020.01.16 67
257 KBS 시사 기획창 질문지 2020.05.11 66
256 이슬아 편지 - 도통한 그녀들 2020.04.10 66
255 장애가 장애가 아닌 삼달다방 file 2020.04.07 62
254 온라인 교육, 준비하지 않은 대학 2020.04.07 61
» 시편 정경일 선생의 글 중 file 2020.12.09 60
252 고래가 지나가는 곳에서 file 2020.01.27 60
251 온라인 개학의 좋은 소식 2020.04.07 58
250 좋은 글-"바이러스와 인간, 그리고 권력 2020.04.07 58
249 달콤한 잠에 빠진 물개 file 2020.01.27 58
248 이번이 세번째, 일간 이슬아, 이야기꾼 secret 2020.04.18 57
247 다 함께 폭력을 몰아내는 춤을 2020.01.25 57
246 In this life-Israel Kamakawiwo'ole 2020.02.05 55
245 아이를 돌보는 마을살이 file 2020.04.07 53
244 Coronavirus Live Updates THE CORONAVIRUS CRISIS Pandemic Shutdown Is Speeding Up The Collapse Of Coal 2020.04.27 51
243 KAIST, 중·고교 ‘온라인 개학’ 지원 나선다 2020.04.07 51
242 토마 피케티 글 아주 좋음 2020.05.28 47
241 오늘의 명상 secret 2021.02.15 42
240 small schools big picture 2020.09.21 37
239 자기를 지키는 길은 글쓰기 밖에는 없다 2021.02.14 32
238 저활성 사회 (정근식) 다산포럼 2020.04.07 31
237 서울시 우리동네 키움센터 secret 2020.02.02 29
236 우리는 형제 입니다. (장진 감독) secret 2020.07.16 18
235 2019년 강연과 강연 기획 리스트 secret 2019.11.20 9
234 파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일간 이슬아 secret 2019.07.04 7
233 transformation 중 secret 2020.12.04 6
232 수행 하듯 살다 secret 2020.12.04 5
231 마을을 이야기 하던 그를 기리며 secret 2020.07.1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