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하자야 고마워!

조한 2019.05.07 19:52 조회수 : 470

 

하자가 생긴지 이십주년이라고 준비모임을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하자 동네를 만든다고 분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스무 살이라니!

그 해, 1999년은 급작스런 IMF 구제 금융 소식으로 나라가 휘청거리던 때기도 했지만

영화 한편 흥행수익이 자동차 회사 1년 수출액과 맞먹는다.”거나

하나만 잘 하면 대학 간다는 말이 오가던 때였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음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던 시점이었다.

 

어른들은 문화의 세기’ ‘문화 산업’ ‘열린 교육’ 등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됐어됐어이젠 그런 가르침은 됐어>를 따라 부르며

자신의 몸에 맞는 세상을 찾아 학교 밖으로가족의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때마침 스스로 업그레이드 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작업장 중심의 청소년 활동공간을 연 하자 센터로 그들이 모여들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청소년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아트 디렉터 활하자 이름을 지은 박활민,

그가 그린 스스로 물을 주는 화분의 꽃 그림을 기억하는가?

우리의 삶을 스스로 업그레이드 하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도 살자.”

그리고 하자의 일곱 개의 약속이 만들어졌다.

많은 모이면서 즐거워했던 내 마음 속에

어느 날 아침 그냥 정리 되어서 나온 것이 그 일곱 가지 약속이다.

 

하자센터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면 되고

하고 싶은 것이 없으면 기웃거리거나 빈둥거려도 되는,

자기 주도 학습자들의 놀이터이다.

각자 방식으로 놀고 쉬고 궁금해 하며

스스로 배워가는 기쁨과 우울함에 겨워하는 창의적 자율 공간.’

하자의 탄생에 관여한 나로서는

자율적 존재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은 토양에서

이십년이라는 긴 시간을 자율공간의 면모를

끄떡없이 버텨온 하자가 자랑스럽다.

 

대중(음악)영상방디자인 작업장웹 작업장,

하자 콜레지오하자 작업장 학교노리단네트워크 학교,

영 쉐프로드 스콜라목화 학교오디세이 학교,

유자 살롱과 소풍가는 고양이 등 하자에서 싹이 튼 많은 사회적 기업들,

자전거 공방과 텃밭마을 서당과 도서관마을 장터,

기억력이 아주 나쁜 나는 많은 이름들을 빠뜨렸겠지만 섭섭해 하지 말기를!

작명의 달인들이 사는 하자 동네는

그 많은 기발한 이름의 수 못지않게 창의적 활동들이 이어졌다.

 

이곳에 아주 오래 머물었던 사람도 있고

아주 잠시 거쳐 간 사람도 있다.

누구는 영화감독작가공연자디자이너정치가창업자가 되었고

딱히 어떤 명칭으로 표현할 수 없는 복합 작업자이자 자율적 시민으로

지금의 나/우리/그들로 서로의 곁에또는 멀리 살아가고 있다.

 

/우리를 나/우리로 있게 한 하자,

그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나/우리의 것인 하자,

우리 모두의 공동의 기획이자 공유의 시간이자 장소인 하자,

그와 함께 한 20년의 시간에 감사하고 싶어진다.

 

하자야 고마워!”

세금을 제대로 배분한 서울시 고마워,”

울타리가 되어준 연세대도 고마워

이곳을 거쳐 간 많은 판돌과 죽돌고마워.”

사회적 기업을 차려 동분서주하던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고마워

잠시 스쳐갔던 이름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고마워.”

그 무엇보다도 하자가 있어 참 다행이라며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서울 안팎의 시민들, “고마워.”

 

20 년 전 예상했던 세상과는 많이 다른 세상이 와버렸지만

AI와 생명공학 시대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 깊어지는 이 시간,

디지털 시대의 공부법을 익혀가는 이 시간, 

따로 또 같이’ 공부하며 스스로 내 길을 만들며 '하에서 보낸 시간이

새삼 그립지 않은가? 

 

그래서 하자 20주년 생일 초대 메일 초안을 잡아보았다. 

 

 

하자야 고마워!

 

2019년 9월 7하자 스무 살 생일잔치를 하려고 합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참여해서 만들었고 사랑해온 하자에게

 

생일 축하 편지를  보내주세요.

 

긴 연애 편지도 좋고

 

멋진 한 줄 문장이나 

 

세밀화 한컷, 또는 음악 한 소절, 

 

시간을 되돌릴 사진이나 동영상, 모두 좋습니다.

 

하자라는 마을을 사랑했다면 섭섭했던 일도 있었을 테고

 

그런 저런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보면

 

하자는 어떤 세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다시 기적이 일어나야 할 것 같은 시대에

 

하자가 일으킨 작은 기적을 기억하는 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들을 하고 있을지요? 

 

소식을 전해주세요.

 

좌충우돌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2019년 5월 어느날  조한

 

 

목록 제목 날짜
396 어린이날의 다짐 2019.05.05
» 하자야 고마워! 2019.05.07
394 fragility 연약함에 대해 file 2019.05.07
393 자유 평화의 생일 file 2019.05.15
392 <멸종 저항> 단어가 주는 힘 2019.05.18
391 장자의 시 2019.05.27
390 아이들의 욕 2019.05.27
389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2019.05.27
388 이코노미스트 기자의 인터뷰 (꼰대) file 2019.05.27
387 또 한번의 인터뷰 (청와대 사건) 2019.05.27
386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의 욕 연구소 2019.05.30
385 봉감독, 열정어린 청년기를 보낸다는 것 2019.06.05
384 라이프 3.0 인문학 사라봉의 실험 2019.06.05
383 라이프 3.0 인문학 전시 준비중 2019.06.05
382 민들레 123호 오월은 푸르구나 2019.06.18
381 호모데우스 시대의 축복 2019.06.19
380 재미난 제주, 파상의 시대의 실험 2019.07.04
379 the prize winner 총명한 여장부 엄마에 대한 영화 2019.07.04
378 명필름의 <당신의 부탁> file 2019.07.05
377 재미난 교실 발표 ppt file 2019.07.06
376 제주시 양성평등 주간 강연 자료 file 2019.07.07
375 오름의 여왕 따라비에서 file 2019.07.07
374 2019실패박람회 '지성인과의 대화-강연' 요청의 건 file 2019.07.24
373 다섯편의 영화를 보고 LA에 왔다 2019.07.26
372 [AI가 가져올 미래] 전길남인터뷰와 제페토 할아버지 2019.07.26
371 mammoth lakes 고도 적응후 첫 나들이 file 2019.07.26
370 THE GREAT HACK, 더 이상 공정한 선거는 없다 2019.07.27
369 80,75,71세 노인들의 음악 세션 file 2019.07.28
368 혼자보기 아까운 풍광 멤모스 레이크 file 2019.07.28
367 하자의 감수성으로 자본주의 살아가기 2019.08.01
366 새로운 것에 대한 피로감과 탁월한 것에 대한 재수없음 2019.08.01
365 모두가 신이 된 호모데우스의 시대 2019.08.01
364 중국의 AI 교육 광풍 소식 2019.08.04
363 운전기사가 보여주는 글로벌 세대 차 file 2019.08.04
362 성평등 관련 인터뷰 (서울 신문) file 2019.08.04
361 <돌봄 인문학 수업> 추천의 글 2019.08.05
360 좋은 직장은 공부하는 직원들이 많은 곳 2019.08.06
359 다시 서울로 2019.08.18
358 기내 영화 다섯편 2019.08.18
357 활, 탐구하는 사람 2019.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