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ragility 연약함에 대해

조한 2019.05.07 20:11 조회수 : 877

다운로드.jpg

 

학부 때 음악을 한다며 주변을 어쩍거리던 얼굴 하얀 학생이 있었다.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가정주부가 된 어머니는 늘 아프셨다고 한다.

자상한 아빠가 돈도 벌어오면서 집안일도 하셨는데

둘째 아들이자 막내인 그는

딸 노릇을 하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사춘기 때 우울한 히키고모리로 살았다고 했다.

기타에 심취했던 히키고모리여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마냥 즐겁고 기쁘기 만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와는 물론 많이 다르다.

 

하자 센터를 시작할 즈음 대학원생이었던 아키는

지금 하자 센터 기획부장이다.

그는 대학원생부터 내가 하려는 일에 자주 브레이크를 걸었다.

내가 사람의 잠재력 (potential, 뭔가를 해낼 가능성)만 본다며 못 마땅해 했다.

연약함 fragility를 보자고 말했다.

우리 둘의 차이를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다.

 

나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대번 알아본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끌린다.

자율적인 존재로 자신의 가능성을 한껏 발휘하여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살고 싶다.

그런 여성들이 들불처럼 일어난 1980년대에 페미니스트 운동을 했고

그런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온 1990년대에 청소년 운동에 참여했다.

 

청소년들에게

기성세대 눈치를 그렇게 살피지 않아도 된다고,

서태지처럼 하고 싶은 것 하면 된다고,

자신의 잠재력을 한껏 발휘할 곳에 만들어 행복하게 살라고 부추겼다.

급기야 하자 센터까지 만들었고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한껏 살리고자 한 청소년들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갔다.

 

이십년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아키 말대로 잠재력과 가능성을 말하는 자들은 위험해 보인다.

먹히느냐 먹느냐의 게임을 하는 세상이 왔기 때문이다.

돈을 만드는 거대한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의 기를 빨아먹는 흡혈귀.

아니면 기가 빨리는 좀비.

흡혈귀도 좀비도 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다.

 

잠재력이 아니라 연약함을 보면서 갈 때가 온 것 같다.

연약함에서 시작하는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 아니라

파상의 시대를 직시하고 버티는 것,

오래 버티다가 비상하는 것.

 

아키가 가까이 있어 다행이다. 

목록 제목 날짜
46 기적의 북 토크 추천의 글 2023.09.24
45 또문과 추석 file 2023.09.30
44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요즘 부모 연구소 강의 file 2023.11.11
43 수상 소감 file 2023.11.20
42 “제주 해녀 사회같은 공동 육아가 저출산 해법” 2023.11.22
41 조민아 글 대림절 2023.12.10
40 조민아 < divine powerlessness> 2023.12.10
39 선흘 할머니 그림 전시회, 나 사는 집 수다 모임 2023.12.10
38 선흘 할머니 그림 창고 전시 이야기 마당 2023.12.11
37 안정인 인터뷰 글 -노워리 기자단 2023.12.28
36 2011년 정재승 교수와 인터뷰 2023.12.28
35 노워리 기자단 20231130 2023.12.28
34 돌봄 민주주의 20180320 2023.12.28
33 자공공, 우정과 환대의 마을살이 2014년 10월 15일 2023.12.28
32 자공공 평 20190624 2023.12.28
31 플라톤 아카데미 기획서- 조한이 묻다 2024.01.10
30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아이 file 2024.01.13
29 Hiking the Kaena Point Trail 2024.01.13
28 2024 지관서가 인문학 정기강연 file 2024.02.03
27 지관서가 1월 25일 1강 ppt file 2024.02.07
26 그들도 우리처럼, 우리도 그들처럼 file 2024.02.14
25 한 강의 글/시편 2024.02.15
24 아감벤의 글 글 file 2024.02.15
23 아감벤 <내가 보고 듣고 깨달은 것> 중에서 2024.02.15
22 인문 360 인터뷰 선망국의 시간 2024.03.04
21 지관서가 1강 엄기호 녹화버전 2024.03.04
20 지관서가 3월 강사 정희진 file 2024.03.04
19 지관서가 강좌 시간과 장소 file 2024.03.04
18 지관서가 2강 장동선 인트로와 다섯가지 질문 노트 file 2024.03.04
17 지구의 미래 156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화) update 2024.03.04
16 플라톤 아카데미 1강 카드 뉴스 김남규 file 2024.03.04
15 인간 삶의 취약성과 상호 연결성에 대하여 2024.03.04
14 지관서가 김남규 님이 보낸 삽화 2024.03.04
13 4회 인권 축제 축사를 쓰다 말았다. 2024.03.24
12 인권축제 축하글 2024.03.24
11 이번 주 상경해서 본 영화 - 근대, 영화 감독, 그리고 희생자들 2024.03.24
10 지관서가 세번째 정희진 소개 2024.03.30
9 윤석남 86세, 여전히 씩씩한 화백 2024.04.15
8 기후 돌봄 Climate Care 2024.04.15
7 조민아 바이러스와 한국교회 file 202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