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고정희 독신자

조한 2022.05.29 16:58 조회수 : 179

그의 기일에 다가온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자는 성자가 아닐까?

친구의 이름을 괄호속에 넣은 이유는 뭘까?

갈수록 그리운 친구.

 

독신자 / 고정희

 

환절기의 옷장을 정리하듯
애정의 물꼬를 하나 둘 방류하는 밤이면
이제 내게 남아 있는 길,
내가 가야할 저만치 길에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크고 넓은 세상에
객사인지 횡사인지 모를 한 독신자의 시신이
기나긴 사연의 흰 시트에 덮이고
내가 잠시도 잊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달려와
지상의 작별을 노래하는 모습 보인다

 

그러므로 모든 육신은 풀과 같고
모든 영혼은 풀잎 위의 이슬과 같은 것,
풀도 이슬도 우주로 돌아가, 돌아가 (한 00)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어라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어라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이어라 (강 00)

 

잊어야 할까봐
나는 너를 잊어야 할까봐
아무리 붙잡아도 소용없으니까(노 00)

 

하느님 보시기에 마땅합니까? (김 00)

 

오 하느님
죽음은 단숨에 맞이해야 하는데
이슬처럼 단숨에 사라져
푸른 강물에 섞였으면 하는데요

 

뒤늦게 달려온 어머니가
내 시신에 염하시며 우신다
내 시신에 수의를 입히시며 우신다
저 칼날같은 세상을 걸어오면서
몸이 상하지 않았구나, 다행이구나
내 두 눈을 감기신다

 

목록 제목 날짜
203 기쁨의 실천 0228 나무 심고 수다 떨고 2022.02.28
202 오늘의 사자 소학 2022.02.28
201 our souls at night 밤에 우리의 영혼은 2022.03.05
200 <모녀의 세계>, 그리고 <폭군 아버지, 히스테리 엄마> 2022.03.05
199 폭군 아버지, 히스테리 엄마 책소개 2022.03.05
198 김영옥 흰머리 휘날리며 2022.03.05
197 3/12 토요일 오디세이 학교 수업 2022.03.15
196 재난의 시대,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다. 2022.03.19
195 3/19 김홍중 세미나 - 에밀 뒤르껭과 가브리엘 타르드 2022.03.19
194 3월 20일 동인지 모임 : '모녀/모성' 또는 '나를 살게 하는 것' file 2022.03.21
193 데자뷰- 국민국가의 정치권력 2022.03.27
192 3/28 추천글 쓰기의 기쁨 2022.03.28
191 3/28 아침 독서 한겨레 21 창간 28돌 기념 특별본 2022.03.28
190 기운 나는 30분- 장자의 줌 영어 공부 2022.03.28
189 머물며 그리고 환대하라 file 2022.04.13
188 장자의 열번째 생일에 반사의 선물 2022.04.15
187 우리 할머니는 예술가 2022.04.17
186 다정소감 김혼비 2021 안온 2022.04.17
185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2020 사계절 2022.04.17
184 채사장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2017 2022.04.17
183 재난이 파국이 아니라 2022.04.17
182 우리 동네 어록 : 잡초는 없다 2022.04.18
181 팬데믹 3년이 남긴 질문: 교육공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 원고) file 2022.05.16
180 왜 지금 마을과 작은 학교를 이야기하는가? (춘천 마을 이야기) 2022.05.16
179 신 없는 세계에서 목적 찾기 2022.05.23
178 홈 스쿨링이 자연스러운 사람들 2022.05.23
177 제 7회 국제 제주 즉흥춤 축제 file 2022.05.23
176 볼레로 2022.05.23
175 제주 돌문화 공원 즉흥 춤 축제 7회 file 2022.05.23
174 요즘 드라마 보는 재미 2022.05.29
173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2022.05.29
172 고정희 기일에 외경 읽기 2022.05.29
171 wild geese 2022.05.29
» 고정희 독신자 2022.05.29
169 기후 변화, 논리적으로 말하기보다.... 역시 문체야 file 2022.05.29
168 드라마 작가의 노고 2022.05.30
167 <나의 해방일지> 수다 모임 2022.05.31
166 416 시민 대학 2022.06.07
165 오늘 아침에 듣는 노래 2022.06.07
164 영화 세편 2022.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