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정경일 선생의 글 중
겟세마니에 있으면서 내가 얻은 또 하나의 선물 중 하나는 시편의 재발견이다. 수도자들은 고대 유대인들이 시편을 노래로 불렀던 것처럼, 시편에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정과 선율을 붙여 노래한다. 그것을 Psalmody(시편찬송)라고 한다. 노래로 부르기 좋게 편집한 시편은 우리가 사용하는 시편과는 장과 절이 조금 다르다. 시편찬송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었는데, 계속 반복해서 듣고 따라 부르면서 선율에 실린 내용에 더 집중하게 되니, 시편은 고통 받는 이들의 노래라는 것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밤기도 중에 시편찬송을 하다, 한 소절에서 가슴이 울컥 했다. “Give us joy to balance our affliction for the years when we knew misfortune(우리를 괴롭게 하신 날 수만큼, 우리가 재난을 당한 햇수만큼,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십시오).” (시편 90:15) 여러 해 동안 불행만을 알아온, 불행만을 겪어온 사람이, 고통을 없애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고통에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만큼의 기쁨을 달라고 하나님께 애절하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시편이 시편인 까닭은 고통을 가장 가까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시와 노래이기 때문이다. 시편의 시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악인을 저주하고 하느님께 항의하면서도, 끝내는 하느님을 신뢰하고 구원을 희망한다. 수도자들은 그런 시편을 매 기도 시간마다 서너 편 노래한다. 그렇게 매일 이삼십 편의 시편을 노래하면서 고통 받는 이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시편은 수도원 안의 수도자들과 세상 속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연결해준다. 시편의 고통 받는 이들의 탄식과 탄원은 오늘 억울하게 고통 받는 이들을 알아차리게 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한다. 수도원은 세상의 고통에 무관심한 이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의 공동체다. 시편은 수도자들에게 세상의 고통 받는 이들을 한시도 잊지 않게 해주는 연대의 종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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