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2019실패박람회 '지성인과의 대화-강연' 요청의 건

조한 2019.07.24 15:15 조회수 : 318

캘리포니아로 떠나오기 전날 컨벤션 회사인 비즈허브의 고승후 권재희 님을 동네 그랜드 힐튼 커피숍에서 잠시 만났다.

봄에 행정안전부 주민 참여협업과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나는 '주민 참여협업과'라는 이름이 반가왔다.

한국의 행정부도 이제 들어설대로 들어선 주민없는 건물들이 낭비였음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나는 지성인과의 대화 강연은 할 생각이 없고 좀 다르게 행사를 만들어낸다면 참여하겠다고 했다.

비즈허브에서 행사를 맡게되었고 9월 21,22일에 하는데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해달라고 했다.

나는 일단 세대를 섞은 패널로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내 안의 쪼그라진 할머니"를 이야기하는 이슬아 작가나 최근 <두번째 페미니스트> 책을 낸 서한영교 같은 친구가 초대되어도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노래를 하면 좋겠고 끝나고 다 같이 모여 각자의 스마트폰의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면서 각자의 춤을 추면 좋겠다고 했다. 몸을 망가뜨리지 않는 음식코너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도 많은 청년들이  <실패 성공>의 프레임에 맞추느라 괴롭기짝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 프레임에서 한발 벗어난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패와 성공이라는 개념으로 자신의 삶을 가두지 않는 것, 그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과 조건이 무엇일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입시교육과 관련이 깊다.

내 엄마는 백점 맞지 않으면 우는 언니 때문에 고심을 하다가 백점 맞지 않은 날에는 선물을 주고 칭찬을 해주었다.

나는 손자가 학교가기 전에  "틀려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틀리면서 배우는거야 "라는 동요를 부지런히 가르쳤다.

시험을 유난히 잘 보는 아들에게 누군가가 "너는 참 머리가 좋구나"라고  말하니까

그는 "아니요.  시험보는 요령을 아는 머리가 조금 있을 뿐이예요. 머리 좋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라고 말했다. 

시험, 정답, 하나라도 틀리면 끝장이다, 이런 것에 매이면 오히려 인생 끝장난다.

게임으로 해보는 것은 괜찮지만 말이다. 

 

입시를 통한 성공의 망령은 언제쯤이나 사라지게 될까? 

실패는 하나의 경험일 뿐이고 실험은 삶을 보다 더 낫게 하기위한 시도이다.

 

'실패'에 대해 유난히 두려움이 많은 사회, 

'실험'에 대해 유난히 거부감이 많은 사회.

삶이 그만큼 어렵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이들은 비빌언덕이 있는 경우이다.

비빌언덕은 두 차원에서 마련이 되어야 하는데 하나는 기본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조건이고 (다행히 기본소득제도로 논의가 되고 있는 중이다.) 다른 하나는 서로에게 기운을 주는 인간관계망이다. 그런 인간관계망은 그간에 가족이 대신해 주었지만 이제 가족은 아니다. 모두가 호모데우스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절한 시점에 탈가족하고 호모데우스로서 서로 소통가능한 관계들이 만나는 유사가족적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가족의 메타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마을이라거나 동네, 부족 같은 말을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요즘 한창 잘 나가는 핀란드에서는 총리실 산하에 ‘실험하는 핀란드’라는 팀이 있다고 제니퍼가 주소를 보내주었다. 
 

행안부의 주민참여협업과에서 고민한 흔적이 기획서에 잘 드러나 있다.

행안부의 시도가 비빌언덕을 만드는 좋은 계기들을 만들어내기를!

 

 
 
목록 제목 날짜
196 남성 중심 문명 그 이후 (슬기로운 좌파 생활 서평) 2022.02.01
195 토마 피케티 : 21세기 자본, 그리고 사회주의 시급하다 2022.01.30
194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대한 하비의 마음 2022.01.30
193 사피엔스 번식의 에이스 카드는 외할머니 2022.01.30
192 10만년 전 사건, 공감능력의 출현과 협동 번식 (허디) 2022.01.05
191 협동 번식과 모계사회 2022.01.01
190 십개월의 미래, 카오스 코스모스 그리고 모계사회 2022.01.01
189 영화 마션 2015년도 작품 2021.12.26
188 12/16 청년 모임 강의 file 2021.12.14
187 20211204 고정희 30주기 포럼 발제 발표 자료 file 2021.12.09
186 페미니스트 비평 -때론 시원하고 때론 불편한 2021.11.04
185 박노해 양들의 목자 2021.11.03
184 2021 <경기예술교육실천가포럼> 패널을 열며 2021.11.03
183 강릉 <2021 모두를 위한 기후정치> file 2021.11.03
182 또문 리부팅 2021.11.02
181 고나 그림 -캠브릿지 걷던 길 2021.11.02
180 박노해 괘종시계 2021.10.25
179 고정희 시선 초판본 (이은정 역음, 2012) 2021.10.19
178 저신뢰 사회 (이상원 기자, 이진우) 2021.10.19
177 지구 온도 1.5℃ 상승해도 되돌릴 기회 있다 (이오성) 2021.10.19
176 군대 휴가 나온 청년과 fiddler on the roof (볍씨 마을 일기 20210923) 2021.09.23
175 사티쉬 쿠마르- 세상은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 2021.09.15
174 Deserter Pursuit,‘D.P’ 네플릭스 드라마 -폭력 생존자의 세계 2021.09.15
173 요가 소년이 아침을 깨우다 2021.09.15
172 호혜의 감각을 키우지 못한 남자의 노년 2021.09.13
171 돌봄- 영 케어러 2021.09.13
170 오늘의 메모: 듣기를 명상처럼 -잘 듣기 2021.08.29
169 정체성의 정치에 대한 논의 2021.08.25
168 20대 남자와 여자의 거리 2021.08.12
167 한나 아렌트 정치와 법의 관계 2021.08.06
166 재신론 (리차드 카니) 이방인에 대한 환대와 적대 사이 2021.07.30
165 역시 해러웨이 2021.07.30
164 걸어가는 늑대 갤러리를 다녀오다 2021.07.30
163 영화가 던져주는 화두 -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2021.06.18
162 후광 학술상 기조 강연 발표 자료 file 2021.06.15
161 사랑한다면 이제 바꿔야 할 때다 피케티 2021.06.04
160 신인류 전이수 소년의 일기 2021.06.02
159 가족 덕에, 가족 탓에- 아기 대신 친족을! 2021.05.30
158 아파서 살았다 (오창희) 2021.05.16
157 스승의 날, 기쁨의 만남 202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