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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일기

조한 2020.03.29 14:34 조회수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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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29<손주 참여관찰 일기를 시작하며>

 

장자가 태어날 때부터 내가 봐주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그래서 자연이 좋은 이곳까지 따라와 있지만 막상 아이를 오래 잘 봐 주지는 못한다. 개인적인 부족함도 많지만 (평생 바깥일을 한 터라 집안일도 안 보이고 아이들 밥도 못 먹이는 보통 남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세대가 너무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해오던 방식과 기준을 고집한다면 피곤해서 아이와 그 친구들을 볼 수가 없다. 손주도 그것을 느끼는지 점점 덜 우리 집에 온다. 그래서 그냥 관찰만 하기로 했다. 한글 맞춤법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니 십분 정도 공부를 하고 그 나머지는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하면서 나는 참여관찰만 한다. 물론 내가 은근히 뭔가를 디리 밀기도 한다. 아래는 참여관찰 일기다.

 

코로나 19이라는 바이러스로 비상이 걸려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간지 석 달이 넘었다. (겨울 방학 두 달 포함) 그 덕에 나는 오롯이 각 집에서 알아서 지내야 하는 시간을 맞이한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공식적 과제는 한글 맞춤법을 떼는 공부를 하루에 십분 정도씩 해보자. 그 외는 할머니 집에서 노는 것. 같은 반 친구 찬이와 그의 누나, 환이, 건이 등 친구들과 그 부모들이 자주 만나서 같이 돌보는 환경이다. 외동아들 한 명 키우면서 열 명 아들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키웠다는 엄마 생각이 난다. 내 손주가 아니라 우리들의 손주를 키우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삶을 겁 없이 관찰하고 실험하면서 살아왔다. 주체적으로 자율적으로 살아왔다는 말이다. 이번에 손자와 또래와의 실험도 그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게 인류학은 이론이기도 하지만 참여관찰을 하면서 살아가는 실천적 삶이다. 이제 나는 7순이 넘었으니 손주들과 하는 이 프로젝트는 내 생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다.

 

*캠브리지 대학의 알렌 맥팔레인 교수가 손녀에게 주는 편지를 써서 책으로 펴낸 적이 있다.<릴리에게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손녀에게 보낸 인류학자 할아버지의 편지>가 그 책이다. 존재론적 질문으로부터 인류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인류학에서 논의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 때는 지구가 그렇게 망해가지는 않았을 때였고 그런 면에서 인류학적인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다. 그러나 지금 기후위기로 지구의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다는 자각이 깊어지는 지금 그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좀 한가해 보인다. 지금은 2020.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온 몸으로 시대를 앓고 금요일 학교를 보이콧 하자며 기후 위기 비상행동을 시작한 지 2년이 된 시점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제 학교를 보이콧 할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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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이 될 텐데 맞춤법을 제대로 모른다고 애들이 바닥을 깔 거라고 찬이 엄마가 말했다. 내가 좀 보겠다고 했고 아이들은 집을 벗어나는 것이 좋아서 할머니 집에 왔다. 공부를 시킬 생각을 하니 아이 둘이 하는 것이 다 마음에 안 든다. 각각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서 기회만 나면 그것과 놀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왜 오냐? 구박을 하면서 서로 피곤해진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그냥 관찰을 하기로 했다. 그냥 시간이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하고 지내나 보려고 한다. 한시 좀 지나서 우리 집에 왔다. 오는 차 속에서 찬이는 아침에 열 몇 페이지 한글 공부를 했다면서 은근히 공부하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말했다. 장자도 아이패드를 챙기며 공부는 지난번처럼 십분만 하자고 했다. 뭐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고 답했다.

 

며칠 전 다이소에 가서 5000원짜리 옷걸이 조립하는 것을 사서 멋진 옷걸이를 하나 갖게 되었는데 그 조립이 할 만 한 일이어서 일단 두 명에게 시켜보았다. (할래 말래 묻지 않고 그냥 하자고 했다). 호모 파브르. 손으로 뭔가를 하는 인간의 감각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하다가 마는 것이 아니라 완성을 해보는 경험, 더 이상 장난감 조립이 아니라 실제 손을 쓰면서 유용한 것을 만드는 경험으로 좋을 것 같아서 했다. 찬이는 손이 빨라서 후딱 했고 장자도 초기에는 꼭 해야 돼?”라며 구시렁거리더니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는 한 시간 정도 각자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둘이 하는 게임도 했다. (브롤 스타즈) <웃음 참기> 유투브를 둘이서 아이패드로 보면서 낄낄거려서 큰 스마트 TV로 같이 보자고 했다. 그래서 같이 보았다. 웃기는 결혼한 부부 이야기. 코미디 빅 리그를 장자는 아주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코미디언을 많이 따라한다. 찬이는 일전에 보니 혼자서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스트트롯>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나도 좋아하니 같이 보자고 하니까 자기는 그냥 스마트폰으로 혼자 보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둘이서 각자의 도구를 통해 이미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두었다. 그러니 이런 저런 말은 잔소리일 뿐. 같이 코미디를 즐겁게 보다가 며칠 전 건이 엄마가 건이가 영어 공부도 할 겸 자주 본다고 알려준 기계체조 영상이 생각나서 같이 보겠냐고 물었다. 기꺼이 그러자고 했다. GYMNAST VS GIANT, SISTER VS BROTHER- TWIN GYMNASTICS, KID’S GYMNASTICS, FOOTBALL CHALLENGES, ACROBATICS 기본 등을 보았다. 아이들은 아주 흥미롭게 보았다. 내가 편안하게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자기들도 편하게 놀았다.

 

어중간한 시간이지만 늦은 점심을 먹었다. 무항생제 소세지를 사온터라 샐러드와 계란 찜을 해서 밥과 같이 먹었다. 계란 찜은 짜고 부드럽지가 않았다. 먹었으니 바람이 세지만 바다에 가서 놀자고 했다. 장자는 나를 걸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조금 갖고 있어서 산책 간다고 하면 나선다. 집 앞에 있는 긴 백사장에 찬이는 모래에 발을 빠뜨리며 놀고 (약간 4차원이라 늘 말썽을 조금 부려야 편한 듯) 장자는 파쿠르 하면서 이곳저곳 바위를 타면서 놀다가 바다 물가까지 갔다가 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