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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할망이 만드는 바람과 존재의 지도

조한 2021.02.27 22:48 조회수 : 14

할아버지는 모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이제 산책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의 바람은, 특히 봄 바람은 무섭다.

할아버지에게 오늘은 꼼짝 말아야 하는 날이다.

 

아이와 엄마는 바람을 맞으러 간다고 했다. 

파고 치는 바다에 바람 맞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

영등 할망이 전복과 소라 씨를 뿌리느라 수고하는 것을 보러 간다고 했다.

 

영등굿을 하는 날은 언제나 바람이 매섭고 아주 추었지.

제주에서 신들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기간이다.

사람들은 경건하게 자연을 대하고 바람을 맞으며 굿을 올렸다.

 

바다로 바람을 맞으러가는 사람들 덕에

그래도 올해도 전복과 소리가 좀 제대로 날테지. 

오랫만에 영등굿을 보러가보고 싶어졌다. 

 

오늘 <존재의 지도>에 대한 서평을 읽었다. 인본주의적 근대성을 극복하려는 철학책.

읽으면서 영등 할망 씨뿌리는 날, 아이들이 다 바다로 나가 바람을 쐬며 기도를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은 좀 다른 탁월한 존재가 될 것이고 세상도 달라질 것인데 왜 안 하나, 안타까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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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지도> 카이로스 총서 66권. 레비 R. 브라이언트 지음.

브라이언트는 그레이엄 하먼과 함께 휴먼주의적 근대성을 극복하려는 객체지향 철학 운동을 이끌었고, 2009년에 "세계는 객체들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그 운동의 논제를 가리키기 위해 '객체지향 존재론'(OOO, Object Oriented Ontology)이라는 용어를 고안하였다.

이 책 <존재의 지도>는, 최근에 확연해지는 기후변화의 국면에서 인간중심주의 및 인간 예외주의를 견지하는 근대성을 성찰적으로 비판함으로써 발흥한 사변적 실재론과 객체지향 존재론, 신유물론 등의 새로운 철학적 경향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현대의 권력장=중력장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모든 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다.

<존재의 지도>는 자연주의와 유물론을 당당히 옹호하는 한편으로, 이들 친숙한 관점을 변화시키고 문화 자체가 어떻게 자연에 의해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브라이언트는 범생태적 존재론을 지지하는데, 요컨대 사회는 담론과 서사, 이데올로기 같은 기표적 행위주체들과 더불어 강과 산맥 같은 비인간의 물질적 행위주체들도 고려함으로써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생태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해서 브라이언트는 새로운 기계지향 존재론의 토대를 구축한다.

이론적으로 잡식성인 이 책은 해체와 정신분석학, 맑스주의, 매체학, 객체지향 존재론, 신유물론적 페미니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생물학, 사회학 같은 다양한 분과학문에 기댄다. 이 책은 비인간과 물질적 존재자들에 참신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비판 이론과 사회구성주의의 가장 값진 발견을 통합하기 위한 틀도 제공한다.

 

*영등굿

음력 2월 제주도에서 영등신에게 어업과 해녀 채취물의 풍요를 비는 마을굿.
음력 2월에 영등신에게 올리는 당굿으로 마을에서 행하는 당굿이지만, 그 마을의 수호신인 본향당신(本鄕堂神)이 아닌 영등신을 맞이하여 어업과 해녀 채취물의 풍요를 비는 굿이다.
영등은 ‘연등(燃燈)’·‘영등(迎燈)’ 등의 한자표기가 보이나, 오늘날 민간에서는 ‘영등할망(영등할머니)’이라고 하여 여신으로 생각되고 있다.
영등신은 본래 ‘강남천자국’ 또는 ‘외눈박이섬[一目人島]’에 사는 신인데, 이 나라에서 매년 음력 2월 초하룻날에 제주도로 찾아왔다가 이 달 15일에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제주도 동쪽 끝에 있는 구좌읍 소섬[牛島]으로 들어와서 해변의 보말(고동류의 한 종류)을 잡아먹으며 섬을 돌면서 바다에서 미역·전복·소라 등 해녀 채취물의 씨를 뿌려 번식시켜준다. 또, 어업이나 농업에도 풍요를 준 뒤 다시 소섬을 거쳐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전한다.
‘영등할망’이 찾아드는 이 기간에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는 안 되며 빨래를 해서도 안 된다. 만일, 빨래를 해서 풀을 먹이면 집에 구더기가 번식한다고 한다. 제주도의 경우 이 신은 풍신의 성격도 다소 보이지만, 그보다도 해녀나 어부에게 풍요를 주는 내방신(來訪神)의 성격이 짙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영등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