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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아 후배들에게 (다음 학기 커리어 수업용)

조한 2011.04.27 08:45 조회수 : 3472

지시문 수업을 듣는 후배님들께.

 

막상 글로 이런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하니, 무척 어색합니다. 사실 취직한 이후로는 마음 잡고 앉아서 글을 쓰는 일을 좀처럼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더욱 어색합니다.

제가 졸업한 이후로 학교에는 도서관도 새로 생기고 문화인류학과도 생기고 변화가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끌시끌했던 송도 캠퍼스도 이제 문을 열었나요?

 

우선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해 볼까요?

저는 사회학과 03학번입니다. 경제학 이중전공을 잠시 시도했었는데,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이수 학점을 채우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만 두고 경영학 부전공을 바쁘게 달고 9학기 만에 졸업했습니다. 중간에 휴학도 한 학기 했었고요. 마지막 학기에는 묻지마 구직활동을 하던 중 인연이 닿아 지금 다니고 있는 은행에 취직하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입행한 지 3 4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 고객을 상대로 하는 지점에 있었고 만 2년이 되었을 때 지금 속해 있는 본점 부서로 이동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은행의 고유 업무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는 수탁업무인데요, 펀드 산업의 한 축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때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 같은 기분으로 공부했던 것처럼, 구직활동 중에는 취업만 하면 인생이 즐거워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도 여러 가지 고난과 역경이 있었던 것처럼, 취업을 한 이후에도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어두운 시절이 있었지요. 하지만 고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부끄럽습니다. 한 편으로는 이미 지난 일이라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다시 한 숨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직장생활도 학교 다니는 것처럼 관성이 붙는 것 같습니다. 그냥 이대로 일상에 쫓기는 혹은 일상을 즐기는 평범한 생활인이 되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안.

학교 다닐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 아닐까요. 불안을 느끼는 정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여전히 꾸준히 불안이 엄습해 오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는 바쁘게 살기 위해 무척 노력했습니다. 일단 당장 눈 앞에 하고 있는 일이 있으면 먼 미래까지 굳이 생각하며 불안해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세상 모든 일이 다 내 마음대로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신이 아닌 이상 앞으로 일어날 일을 늘 미리 알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현재에 충실한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저는 원래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주위에 보면, 대학교 때는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하고, 회사에 다니면서는 대학교 시절을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고등학교 시절이 그리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물론 저도 어두웠던 직장생활 초기에는 대학교 다니던 시절을 잠시 그리워했었습니다. 다른 전공으로 공부를 해서 보다 나은 직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지요. 그래도 대체로 현재가 과거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3 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공부를 죽도록 할 것 같지도 않고, 대학교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다른 전공을 선택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겠지요.

요즈음에는 가급적 회사와 개인생활을 분리하려고 노력합니다. 퇴근 후와 주말이 오롯이 제 것이라면 지금 이 생활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미래에 대한 불안이 늘 있기 때문에 마냥 놀 수만은 없겠지요.

 

도전.

은행에 취직하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3학년 때까지는 줄곧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던 중에 대학원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갈 수 있지만, 취업은 지금이 아니면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전향하여 취업준비에 나섰습니다. 무분별하게 시작한 구직활동이다 보니 무수히 많은 곳에 입사지원서를 쓰고, 무수히 많은 불합격 통지를 받고, 어렵사리 은행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제가 취업을 하던 2007년 하반기에는 경기가 다소 회복세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서브프라임으로 시작되는 일련의 사태로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급기야 2009년부터는 신입행원들을 대상으로 급여삭감이 시작되었습니다.

반대로 운이 나빴던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더 창의적이고 파장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지 못 하고 일개 은행에 들어와서 매일 반복된 일상 속에 계산기나 두드리고 있으니까요. 여전히 이 부분은 답 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 취업에 도전한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때로는 진학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도 진학을 한다면 금융이나 투자와 관련된 공부를 더 하겠지요. 학교에서의 전공과 다른 길로 취업을 했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걱정했던 것처럼 대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학생이었을 때에는 미처 보지 못 했던 세상을 알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실망도 하고 배우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저도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후배님들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고 즐겁게 도전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꼭 후배님들께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직장 4년차, 서른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저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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