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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활성화 정책 심포지움]마을,소통 그리고 단골경제_

조한 2012.03.28 07:44 조회수 : 1211

 전주도시재생지원센터 주관, 전북 대학교 3월 30일 총괄지원팀


1) <마을, 소통, 단골 경제>


집을 짓고 있습니다.
또 집을 짓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집을 짓느라고 너무 바쁩니다.
아이들은 내버려있거나 가두어져 있습니다.
아파트단지를 짓습니다.
고층 아파트가 사람 살기에 좋은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돈이 된다고 아파트로 몰려갑니다.
아이들은 친구를 잘 사겨야 한다고
그곳으로 몰려갑니다.
집에 돈을 넣는 만큼
집안은 가난해지고
아이들은 피폐해 집니다.
집은 많아지고 나라는 점점 더 부자가 되고 있다는데
왜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을까요?

토 건의 방법 외에는 나라를 일구는 방법을 모르는 나라에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계속 신도시를 만들고 거대한 아파트를 짓고 있습니다. 불안한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곳이 그나마 안전하게 느껴져서 아파트로 몰려듭니다. 그래서 아파트 값은 계속 오르고 아파트가 잘 팔리는 상품이 되자 사람들은 더욱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는 아이들의 삶의 공간은 없어지고, 아파트가 아닌 주거 공간은 슬럼가가 되고 있습니다. 안전한 마을을 일구는 주민도 없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도 없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기억’도 사라진 시대가 와 버렸습니다. 그저 조만간 거대한 슬럼이 될 거대한 아파트 빌딩과 돈으로 살 수 있는 찰나적 관계와 행복들만 만발합니다. 어린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자라는 아이들은 시들시들 아프거나 이미 늙었고 어른들은 늙어 가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더는 낳으려 하지 않는 시대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의 애정이 그저 참견이고 간섭일 뿐이라고 하고 부모들은 정말 자신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토 건국가의 병은 이런 식으로 터져 나왔고 그 병은 깊어져 회복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왔다고 한쪽에서는 호들갑을 떨지만 이제 겨우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한 여자들은 저 멀리 서서 고개를 꺄우뚱거릴 뿐입니다. 돌봄 결핍증을 낫게 할 명약이 있을까요?

돌봄, 학습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어떻게 하면 소모성 건전지가 아닌 재충전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돈과 숫자와 하드웨어로 풀어내는 삶이 아니라 상호 호혜와 이야기와 지혜로 풍성해지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측은지심이 살아 있는 마을의 주민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배려와 돌봄의 사회를 상상하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들을 극도로 도구화해 온 그간의 ‘토건국가’적 발전 원리를 바꾸어 내기 위해 돌봄과 보살핌의 원리를 다시 살려내야 하고, 토건국가적 발전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함께 자체 안에서 붕괴하고 있는 ‘근대 핵가족’의 경계를 넘어 따뜻한 돌봄과 즐거운 소통이 가능한 다양한 관계망들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혈연가족을 넘어서서 다시 함께 사는 동네를 회복하고 아이들과 노약자들을 '동네'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지역사회로, 그리고 국가공동체에서 지구촌 마을로 관계를 넓혀야 합니다.
  모두가 돌봄을 너무나 필요로 하면서 또한 돌봄을 버거워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직면한 난감한 현실입니다. 모두가 오로지 자기 삶의 주인이어야 하고 서로의 삶에  개입하는 것은 멋지지 않으며 그래서 모두가 개별적 공간에서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봄과 소통의 공동체 없는 마을이란 없습니다. 단골이 없는 마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관계망이 곧 사회이기 때문입니다.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동네'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사람과의 관계를 놓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돈이 아니라 사람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들, 놀이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돌봄의 시공간을 열어온 시민들을 중심으로 마을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 수고들이 작은 결실을 맺은 다양한 현장들, 시행착오와 성과를 서로 나누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성미산학교, 해남 서정분교,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 등의 공간은 가족의 경계를 넘는 크고 작은 시도들입니다.그런 사례를 통해 다시 마을이 어떤 것인지 배우면서 나 자신, 내 가족,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네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댕그마니 들어선 아파트 숲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하드 웨어가 결합한 마을, 마을 주민이 서로에게 다가가고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상호 호혜의 공간, 단골이 있어 마음 든든한 곳, 절기마다 이웃들과 삼삼오오 모여 놀고, 세대에 걸쳐 마을 축제를 준비하고 아이들의 조촐한 돌잔치에 참여한 이웃이 대모와 대부가 되는 곳, 학교 운동회에 마을분 모두가 참가해서 어릴 때 부르던 노래를 아이들과 함께 부르고 함께 텃밭을 가꾸고 집을 수리하는 곳,  함께 에너지를 줄이고 쓰레기를 줄이며 재생에너지를 통해 지구환경을 더 이상 망치지 않는 곳, 그런 건강한  삶의 장소를 회복해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을 협약을 만드는 원탁회의의 자리, 그리고  갖가지 사회적 기업과 협동 조합들이 필요에 의해 수시로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는 곳일 것입니다. 그 곳이 곧 카지노(금융) 자본주의를 넘어 협동경제로 이행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해내는 곳이며, 성장주의의 신화를 넘어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해줄 '희망의 땅'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