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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칠석 바보들의 행진

조한 2013.06.26 17:34 조회수 : 613

 

등록 : 2013.06.25 19:17수정 : 2013.06.26 09:59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세계 뉴스에서 북한이 ‘특별한 위험 국가’로 분류됐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핵물질의 존재와 확산 위험 때문이랍니다. 뉴스를 함께 보던 아이는 묻습니다. “북한에서 만든다는 핵무기, 정말 무서워요. 남한은 괜찮을까요?” 남한의 원전에서 일어나는 사고 소식에 걱정이 많아진 것입니다. “경주 월성 원전 4호기에서 지난 2월에 이어 또다시 냉각수가 누출됐습니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이 적발돼 원전 중단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최근 10년간 전국 8곳의 원전에서 모두 355건의 성적서가 위조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나마 한국에는 지진이 없어서 다행이라 믿던 아이는 군산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경악합니다. 작은 사고들이 잇따르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지요.핵발전소가 핵무기 못지않게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발명품임은 과학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미 태어났으니 잘 관리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지금 원전을 짓고 가동하는 시기를 지나 사용한 방사성 폐기물을 관리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원전 집단은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모든 문제 해결은 정확한 위기 인식에서 시작합니다. 도입 초기부터 한국은 ‘안전 불감증’ 국가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한국의 원전 관련자들은 ‘핵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로 이름을 바꾸며 국민들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습니다. 초등학교 대상으로 원자력을 찬양하는 공모전까지 열면서 말입니다. 실제 안전한 관리를 위한 노력은 충분히 하고 있을까요?최근에 들리는 소식을 종합해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정치가와 기업가, 과학기술 관련자들이 ‘경제’를 내세워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가 힘듭니다. 돈이 없을 때도 경제는 존재했습니다. 가정 살림부터 나라 살림까지 ‘경제’는 물질을 잘 순환시켜 자손대대로 공동체의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영역입니다. 경제가 우선인 세상을 “나 잘 살자고 남을 죽이는” 적자생존의 세계로 알고 있지만, 실은 경제는 적절한 분업과 협동을 통한 우애의 영역이었습니다. 이 영역이 최근 ‘먹고 튀는’ 금융공학과 사기꾼들에 의해 장악되면서, 미래 세대의 삶은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도쿄에 살고 있던 사진작가 가메야마 노노코 씨는 후쿠시마 사고 후, 아이들을 데리고 후쿠오카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후쿠시마에서 이주한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상황을 보면서 슬픔과 분노에 싸인 그녀는 ‘탈핵을 소망하는 아이와 어머니들’을 찍어 ‘100인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펴냈습니다. 이를 계기로 ‘100만인의 어머니’들의 탈핵운동도 일기 시작했습니다(http://vimeo.com/69053214 ‘100인의 어머니’ 캠페인 영상). 여기서 ‘100인의 어머니’는 ‘사회적 모성’을 말합니다. 미래 세대의 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을 말하는 것이지요. 이와 관련해서 “남편은 현실대응적인 관점에서 원전 재가동을 선택하였지만, 나는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탈핵을 지지한다”는 아베 총리 부인의 말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어머니’들이 7월7일, 일본 총리관저 앞에 모인다고 합니다. 작게는 여전히 방사능 위험에 노출된 채 살고 있는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라는, 크게는 ‘핵 마피아’에 의해 장악된 에너지 영역을 정리하고 제대로 된 에너지 정책을 세우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고 합니다.그날은 나도 서울시청 광장에 나가보려 합니다. 손자와 함께 사진을 찍어서 ‘100만인의 어머니’ 사이트에도 올릴 생각입니다. 아이가 미니 햇빛발전기를 만들면서 씩씩하게 자라서 재난에 빠진 세상을 구하는 훌륭한 과학자로 커가기를 기원하면서 과학은 과학의 자리로, 돈은 돈의 자리로, 사기꾼은 사기꾼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행동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그날 꼬마 애인의 손을 맞잡고 나타날 딸 바보, 아들 바보, 조카 바보, 손주 바보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설렙니다.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