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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식

조한 2013.05.15 11:59 조회수 : 628

 


[조한혜정 칼럼] 성년식, ‘여름살이’를 시작하는 날!



한겨레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5월 어린이날을 맞아 놀이동산은 초만원을 이루었고 어버이날은 카네이션과 선물 꾸러미로 풍성했다. 5월 셋째 월요일은 또 하나의 가정의 날, ‘성년의 날’이다. 성년이 된 자녀, 손주나 조카, 친구, 이웃으로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소규모 부족사회에서는 온 부족이 모여 여자아이는 초경을 할 나이, 남자아이는 사냥에 따라다닐 나이에 성년식을 거행한다. 조선시대에는 과거시험을 보러 갈 만한 나이에 갓을 씌우는 관례를 거행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전통적 성년식이 사라진 대신 고등학교 졸업식이 성년식의 기능을 했고, 결혼식을 통해 온전한 성인으로 인정받았다. 지금은 어떤가? 대학 신입생을 고등학교 4학년이라 부르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부모의 품 안에 있다. 30, 40대에도 결혼을 안 한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어른이 되어 고생을 하느니 “부모의 자아실현을 도우며 조용히 살겠다”고 말하는 청년들도 있다. ‘캥거루족’, ‘파라사이트 싱글’(기생하는 독신자녀) 등의 신조어가 전해주듯 스스로의 삶을 감당할 결심을 하기 힘든 시대가 온 것이다. 부모의 ‘성공적’ 기획에 의해 키워진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부모가 자녀의 삶을 끝까지 책임져줄 수 있을까? 경제적 자립이 어렵더라도 성인이 되는 길로 접어든 사실을 함께 인지하고 청년들이 살아갈 날을 응원하는 의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다. 노르웨이에서 성년의 날을 참관한 적이 있다. 전야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살 청소년들이 동네방네를 호루라기를 불며 뒤흔들어 놓는 시간이었다. 거리로 뛰쳐나와 밤새 몰려다니며 고성방가하는 이들을 시민들은 귀엽게 바라보고 참아주었다. 아침이 되자 이들은 시청 광장으로 모여들어 시장과 시민들과 함께 엄숙하게 식을 치렀다. 그러고는 자신들이 꾸민 휘황찬란한 퍼레이드 트럭을 타고 나팔을 불면서 시내 곳곳을 둘러보았다. 전날까지 망나니처럼 놀았지만 이날부터는 자신들이 그 도시를 지킬 의엿한 성인이 될 것임을 선언하는 의례를 치르고 있던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식의 매듭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 아닐까? 모든 생명은 스스로 감당할 만한 삶을 살아가게 되어 있다. 누구도 남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부모는 적절한 시점에 자녀가 스스로의 인생 여정에 오르도록 떠나보내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그냥 태어났다가 죽어가는 존재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다. “인생 80으로 보면 여러분은 지금 인생의 봄을 지나 막 여름을 맞고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오늘 성년식을 계기로, 인생의 여름을 맞은 사람답게 생각하고 살아가기를 당부합니다. 열매가 빨리 맺지 않는다고 조급해 말고 가장 아름답고 푸르른 계절 여름에 맞게, 잎을 무성하게 할 때입니다. 다가오는 20년을 그렇게 살면, 여러분은 풍성한 열매가 열리는 가을을 기쁘게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치러진 성년식에서 있었던 주례사의 일부다. 봄을 살아내 드디어 여름을 맞이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추수하는 가을을 사는 부모와 추수를 끝낸 조부모대의 어른들이 모인 자리. 각자 스무살 그때로 돌아가 낳아주고 키워주신 분들과 그간 함께 놀아준 친구들에게도 감사하며 성년을 맞은 청년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줄 것을 약속하는 자리. 성년의 날은 바로 이렇게 사계절의 세대들이 만나는 우주적 공간, 개개인의 미래와 과거가 만나는 역사적 의례의 장이다. 인류 사회는 바로 이런 약속과 축복의 의례를 통해 지금껏 유지되어 왔다. 가정의 품을 떠날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가 아닌 멘토와 친구들의 축복이다. 우호적인 분위기의 친척 모임, 종교적 의례, 그리고 이웃 모임이 활발한 곳에서 훌륭한 어른들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지금, 올해 성년이 될 아름다운 청년의 얼굴이 떠올랐는가? 그렇다면 성년식을 준비하자. 세대가 냉소하지 않고 만나는 자리, 겨울과 가을이 여름을 축복하는 자리는 그 자체로 오래된 미래를 기억하게 하는 따뜻한 희망의 자리일 것이다.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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