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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성년식 덕담

조한 2013.05.21 07:48 조회수 : 1229

 

성년식, ‘여름살이를 시작하는 날을 맞아

 

2006년 성년식 주례를 맡아주신 배영호 선생님은 아래와 같은 말씀을 해주셨지요.

 

인생 80으로 보면 여러분은 지금 인생의 봄을 지나 막 여름을 맞고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오늘 성년식을 계기로, 인생의 여름을 맞은 사람답게, 생각하고 살아가기를 당부합니다. 열매가 빨리 맺지 않는다고 조급해 하지 말고 가장 아름답고 푸르른 계절 여름에 맞게, 잎을 무성하게 할 때입니다. 다가오는 20년을 그렇게 살면, 여러분은 풍성한 열매가 열리는 가을을 기쁘게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갓난아기로 태어나 이제 싹을 틔우고 봄을 지나면서 건강한 묘목만큼 성장했습니다. 곧 무성한 잎을 자랑할 여름으로 접어드는 때를 살고 있는 것이지요. 나는 모든 생명은 스스로 감당할 만한 삶을 살아가게 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누구도 남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부모는 적절한 시점에 자녀가 스스로의 인생여정에 오르도록 떠나보내야 하고요. 사람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그냥 태어났다가 죽어가는 존재이고, 앞에 말했듯이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성년을 맞는다는 것은 인생 주기의 여름을 맞이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전, 소규모 부족사회에서는 스스로 살아갈만한 나이가 되면, 대략 여자아이는 초경을 할 나이, 남자 아이는 사냥에 따라다닐 나이가 되면 온 부족이 모여서 성년식을 거행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과거시험을 보러 갈 만한 나이에 갓을 씌우는 관례를 거행했고요. 전통적 성년식이 사라지면서 고등학교 졸업식이 성년식의 기능을 했고, 결혼식을 통해 청년들은 온전한 성인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대학 신입생을 고등학교 4학년이라 부르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부모의 품 안에 있다. 30, 40대에도 결혼을 안 한 청년들이 수두룩합니다. 어른이 되어 고생을 하느니 부모의 자아실현을 도우며 조용히 살겠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캥거루족’, ‘파라사이트 싱글(기생하는 독신자녀)’ 등의 신조어가 전해주듯 스스로의 삶을 감당할 결심을 하기 힘든 시대가 온 것이지요. 부모의 성공적기획에 의해 키워진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부모가 자녀의 삶을 끝까지 책임져줄 수 있을까요?

 

경제적 자립이 어렵더라도 성인이 되는 길로 접어든 사실을 함께 인지하고 청년들이 살아갈 날을 응원하는 의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입니다. 노르웨이에서 성년의 날을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전야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 청소년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동네방네를 휘젓고 다니는 시간이었습니다. 거리로 뛰쳐나와 밤새 몰려다니는 이들을 시민들은 귀엽게 바라봐 주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졸업생 청년들은 시청 광장으로 모여들어 시장과 시민들과 함께 엄숙하게 식을 치렀지요. 그리고는 자신들이 꾸민 휘황찬란한 퍼레이드 트럭을 타고 나팔을 불면서 시내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전날까지 망나니처럼 놀았지만 이날부터는 자신들이 그 도시를 지킬 성인임을 선언하는 의례를 치루고 있던 것이지요. 오늘 이 자리 역시 그런 매듭을 짓는 자리입니다.

 

봄을 살아내 드디어 여름을 맞이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추수하는 가을을 사는 부모와 선생님들, 추수를 끝낸 조부모대의 어른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분들, 그간 함께 놀아 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줄 것을 약속합니다. 성년의 날은 바로 이렇게 사계절이 만나는 우주적 시공간이고, 미래와 과거가 만나는 역사적 장입니다. 인류사회는 바로 이 축복의 의례를 통해 긴 세월 유지되어 왔던 것이지요.

 

세 가지 부탁, 내지 기원을 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사 계절을 온전하게 살아가는 존재로서 시간의 향기를 느끼며 살라는 것입니다. 시간의 변호, 성장에 대한 감각을 갖고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정성을 드리는 것의 기쁨을 만끽하기 바랍니다. 집중해서 뭔가를 하는 것의 즐거움은 아주 큽니다. 정성을 들이면서 살다보면 정든 사람들, 정든 장소들이 생겨나고 내 삶을 아주 풍성해집니다.

그래서 앞으로 40년 후 겨울을 맞을 즈음, 나처럼 하자 동네의 성년식 주례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꼭 하자 동네가 아닐 수 있겠지요. 자신의 동네에서 자라나는 이들을 축복하는 어른이 되어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세대가 냉소하지 않고 만나는 자리, 겨울과 가을이 여름을 축복하는 이 자리가 우리 모두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 줄 겁니다. 그리고 단단하고 든든하게 해줄 것입니다.

 

성년을 맞은 친구들, 축하합니다.

더워지는 여름, 씩씩하고 정겹게 잘 맞이하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에게 기쁨의 시간을 갖게 해준 인연에 감사하며

 

2013520일 겨울을 맞는 할머니, 작업장 학교 옛날 교장 선생님, 그리고 하자 동네 오래된 주민 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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