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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아카데미 한국인, 우리는 누구인가

조한 2016.01.07 12:58 조회수 : 7337

가족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마을로

- 조한혜정 교수님

 

 

 

 

 

이 나라를 복구하는 데 최소 100년이 걸릴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UN군 총사령관으로 인천 상륙 작전을 지휘한 더글라스 맥아더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을 돌아보고 한 말입니다.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우리나라는 100년도 되지 않은 불과 70년 만에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광복 70년인 올해 보도된 기사들을 보면 한강의 기적, 광복 70, 빈국에서 10대 경제 대국으로!”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GDP가 세계 13(2014년 기준)인 큰 나라로 성장을 한 것이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은 나라, 약소국가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어느새 남한 인구는 51,515,399명으로 세계 26, 무역 규모가 세계 8위인 굉장히 큰 나라가 된 것입니다. 이런 시점에 왜 우리는 한국인,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왜 지속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것일까요.

 

 

초고속 압축 성장의 빛과 그림자

한국은 자생적 근대화를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생적 근대화를 시작하려다 좌절되고 말았지요. 과거 서구 열강의 침입을 재빨리 포착한 일본이 자본주의 근대화 단계에 먼저 접어들면서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우리나라는 제국들의 강요에 의한 근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근대화는 우리가 원한 자생적 근대화라기보다 강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방과 분단 역시 상당히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전쟁을 겪은 이후 처참한 상태를 살아야 했지만 1960~1970년대, 우리나라 국민들은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했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 1980년대에는 기적적 경제 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하지요. 오늘 여기 오신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그 경제 성장에 동참해 피와 땀을 아끼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 힘겨운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러나 이 눈부신 경제 성장의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그림자, 즉 불균형 발전의 부작용을 모른 척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그 어두운 현실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996, 고 김영삼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금융실명제 등의 훌륭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1997, 외환위기의 한파를 겪습니다. 국제적인 부분, 세계화적인 부분에 있어서 여전히 미숙했다고 할 수도 있고 그것을 알아차리기에 글로벌 자본주의는 너무 거대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1998년 김대중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고 일정하게 경제위기를 극복하였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일본팀을 이기고 4강에 진출하면서 우리는 위기를 극복해낸 대단한 국민이라는 한국인으로서의 대단한 자긍심을 갖게 됩니다. 이는 침체되어 있던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2002~2003년 우리 사회는 이 월드컵의 열기에 힘입어 희망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심지어 저희 아버지는 미국에 의사로, 발명가로 정착해서 잘 살고 있는 형부와 오빠에게 어서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지금도 많은 국민들은 외국에 나갔을 때 삼성이나 LG 등의 로고만 봐도 가슴이 뛰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지요. 뿐만 아니라 각종 운동 경기 응원이라든지 K팝 등 한류 열풍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에서 강국이 되었음을 느낄 때마다 매우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눈부신 경제 발전 역사의 한 축에는 이를 이루어낸 국민들이 존재합니다. 초고속 성장을 이루어낸 산업화 세대이면서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 안에서 살아서 사회주의라거나 공평한 분배라는 말만 들어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냉전 세대가 그들입니다. 이들의 자의식은 국가의 발전과 관련이 있고 국가의 성원으로서의 집단의식이 아주 높습니다. 이들에 이어 시민들의 역사가 시작합니다. 군부독재정권을 아래로부터의 국민적 힘으로 타도하고 정치 민주화를 이루어낸 세대들이 두 번째 근대화의 주역입니다. 이들이 지금 사회의 중추가 되고 있습니다.

1987, 시민들의 항쟁으로 군부 정권이 물러나고 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개개인이 좀 더 민주적인 관계로 살고자 하는 탈권위적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소비사회화도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이 중시되기 시작하지요. 이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국가와 공동체를 우선시하던 과거와 달리 새로운 문화적 제스처, 문화적 욕망, 그리고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됩니다. 이런 개인화와 일상의 민주화는 소비문화의 발전과 같이 갑니다. 이 시민의 시대는 신세대로 일컬어지는 극히 개인주의적이고 소비적인 세대를 출현시켰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이나 자신이 일상을 보내는 작은 공공영역, 곧 학교와 같은 제도를 민주화시키려는 시민들을 출현시킵니다. 일상의 민주화를 원하는 이들은 권위주의적인 가족이나 학교라는 억압된 울타리에서 벗어나고자 가출을 하고 탈학교를 외치게 되었지요. 입시교육제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이 시점에 강하게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외환위기를 거치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른바 ‘88만 원 세대라는 새로운 이름의 세대가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