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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로 난장이 초대글

조한 2013.09.04 08:15 조회수 : 1779

 

백양로 난장이들의 초대


학교 본부에 백양로 재창조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검토에 들어갈 것을 요구합시다.

백양로 재창조 사업, 당신이 마시는 흙먼지의 의미는?

 

우리는 2013년 봄학기 지구촌 시대의 문화인류학수업에서 맺어진 인연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팀 백양로 난장이입니다. 지난 821, 신촌 캠퍼스 중심부에 위치한 백양로의 지하공간을 개발하고 보행자 중심의 캠퍼스를 건설하기 위한 백양로 재창조 사업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대학 본부는 이 사업이 설문조사와 아이디어 공모는 물론 내외부의 검증과 자문 및 공청회 등을 거쳤으며, 18개 위원회에 173명의 전문가가 참여했고, 129회의 회의를 통해 다양하고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문 조사 결과는 한번도 발표된 적이 없으며, 연세의 상징인 백양로의 설계 공모는 고작 법적 최소 기간인 21일로 제한되어 실제로는 제대로 된 경쟁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학교 본부측은 학내 공간개발사업의 성격상 각 주체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두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의견수렴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또한 이번 백양로 재창조사업은 교책사업이기 때문에 본부가 의견을 수렴하되 주도적으로 추진해갈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백양로 지하공간이 그토록 중요하며 앞으로 언제든지 개발할 수 있고 또 개발해야만 하는 공간이라면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 것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고 심사숙고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교수평의회 산하에 구성된 백양로사업 검토 특별위원회는 현재 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설계안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며 본부에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고 공사 시행시기를 연기해 줄 것을 줄곧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총장님과의 면담조차 거부당하고 말았습니다. 오직 합법적이란 명분 아래 시간에 쫓기듯 무리한 공사일정을 강행하고 있는 학교 당국의 행보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이번 백양로 재창조 사업으로 생겨날 지하공간의 설계도를 본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설계도조차 공개되지 않은 이번 사업에 대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전체 지하 개발 면적 중 70% 이상이 주차장이 될 것이며 백양로 주변 지상공간에 인공적인 생태공원을 설치하고 공사에 필요한 비용은 재단과 동문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입니다. 연세대학이 세브란스 병원을 포함한 신촌의 지역개발과 신촌상가번영회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방식은 더 많은 차들이 신촌에 편히 쉴 수 있게 캠퍼스 내에 주차공간을 확충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어야 합니다. 대학은 일차적으로 사람을 품어내며 어떤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공간이지, 수익 사업이나 지역 상가를 찾는 운전자들의 편의를 위한 공간은 아닙니다. 또한 연세대학의 재정은 현재보다 원활한 강의수급을 위한 교실과 교원의 확충, 보다 원활한 캠퍼스간 소통을 위한 셔틀버스의 확충, 학생 자치공간 및 학내 구성원들의 휴게공간 확충과 같은 보다 내용적인 목적에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측에서 주장하듯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학내공간개발사업의 특성상 피치 못할 갈등을 빚어낸다는 이유로 무시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 사업이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또는 이번 사업이 모든 합법적인 절차를 지키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통 없이 강행할 수 있다고 믿고 밀어붙인다면, 감히 이번 백양로 재창조 사업의 주체가 과연 대학을 이끌어갈 지성과 감성을 지닌 주체인지 묻고자 합니다. 대학은 갈등을 풀어내는 지성과 환대의 장소여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우리 백양로 난장이들은 인공적인 조경 사업이 생태캠퍼스 조성으로 이어질 것이란 학교 본부의 마술을 믿지 않습니다. 10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어떻게든 공사일정을 밀어붙이려는학교 본부의 철없는 생태주의는 곧 캠퍼스가 인조 공원이 된 후에야 마주하게 될 우리 모두의 입니다. 우리는 백양로 지하를 흐르는 수맥과 견고한 암반지대, 백양로 지상을 흐르는 강구한 연세의 역사와 그 길 위에 새겨진 시간의 의미를 생태적으로간직할 수 있는 백양로의 재창조를 염원합니다. ‘백양로 난장이들은 우리가 인식했던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학내 구성원 대다수의 관심이 저조하다고 판단하여 방학이 끝나갈 즈음 페이스북 페이지 백양로님 많이 당황하셨어요?’(www.facebook.com/yonseibaekyangro)를 열어 이를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대학을 거쳐갔고 앞으로 거쳐갈 무수한 동문과 학생들에게 긴 시간동안 추억이 깃든 장소로 남을 백양로라는 소중한 공간이 비물질적인 가치에 대한 평가 없이 손쉽게 공사판으로 변해가는 작금의 현실에 불편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이 작은 목소리는 저희로서도 난생 처음 내보는 것이기에 뚜렷하고 정확한 목소리로 가다듬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나마, 그간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여러분들과 만나 점차 분명해지는 것들이 있어 기쁩니다. 우리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분들도 생겨나 이렇게 백양로 난장이의 정체를 알리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교수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고, 우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750여명의 재학생과 동문들이 백양로 재창조 사업을 중단할 것에 서명하였습니다. 잠시 중단하자는 말이 무성한 이 순간에도, 학교 당국은 오랜 시간 백양로를 지켜온 나무들과 독수리상을 열심히 옮기고 곳곳에 공사 천막을 치고 있습니다. ‘백양로 난장이는 오래된 것들의 가치를 갈수록 폄하하면서도 소통에 있어서만큼은 옛날 방식으로 일관하려는 학교 당국의 분열적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잠시 공사를 중단하고 보다 나은 대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한다면 기꺼이 요구에 응할 것입니다. 심사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 동안 백양로 난장이오래된 것이 아름답다 Oldies but goodies”라는 주제로 친구들, 그리고 선배들과 함께 “2013 백양로 난장을 펼치려 합니다. 우선 영화감독이 된 선배들이 보내온 작품을 야외에서 함께 보면서 백양로를 점거해볼 생각입니다. 오늘 목요일에 볼 첫 번째 영화는 생명공학과와 국문과를 다녔던 이영재 감독의 [내 마음의 풍금]입니다. 7시에 감독님을 만나고 7시반에 영화를 함께 보는 겁니다. 이곳저곳에서 재미난 일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뽑혀가는 나무, 파헤쳐진 백양로님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뜻에서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난장이를 보시면 그것이 우리인 줄 아십시오. 아니, 당신인 줄로 알겠습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커지면 난장이는 평화로운 거인이 되어 아름다운 마술을 부릴 것입니다. 난장이들의 즐거운 진격에 동참해주세요. 해치지 않아요.

 

 

 

백양로 난장이